아무리 ‘슈퍼루키’라도 프로의 벽은 높았다.
울산 모비스는 25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개최된 2016-17 KCC 프로농구 4라운드에서 서울 삼성에게 71-87로 패했다. 모비스는 1순위 신인 이종현 투입에도 불구 후반기 첫 승을 따내지 못했다. 선두 삼성(23승 9패)은 2연패서 탈출했다.
모비스는 김광철, 전준범, 김효범, 함지훈, 찰스 로드를 선발로 출격시켰다. 양동근과 이종현은 벤치서 대기했다. 양동근과 이종현은 1쿼터 종료 5분 16초를 남기고 나란히 투입됐다. 울산 팬들이 엄청난 함성을 쏟아내며 슈퍼루키의 데뷔를 반겼다.
유재학 감독은 찰스 로드를 빼고 네이트 밀러를 넣으며 골밑의 균형을 맞췄다. 이종현, 함지훈 두 빅맨이 골밑을 지키고, 양동근이 지휘를 맡았다. 외곽은 전준범이 책임졌다. 여기에 이대성만 가세한다면 모비스가 꿈꾸는 ‘판타스틱4’가 완성되는 그림이다.
이종현은 첫 공격에서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매치했다. 자신이 공을 소유하기보다 선배들 기회를 챙겼다. 양동근이 첫 점프슛을 성공했다. 이종현은 수비에서 돌진하던 문태영에게 프로 첫 파울을 범했다. 프로에서는 스위치 상황에서 작고 빠른 선수도 막을 줄 알아야 한다. 이종현에게 쉽지 않은 과제였다.
이종현은 라틀리프를 앞에 두고 첫 점프슛을 던졌다. 프로에서 던진 첫 슛은 림을 맞고 튀어 나왔다. 경기 전 유재학 감독은 “프로에서 센터도 슛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 찬스가 나면 던지라고 했다. 너무 슛을 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웃었다. 유 감독의 주문대로 이종현은 슛 타이밍에서는 슛을 쐈다.
김준일이 막자 이종현은 자신 있게 포스트업을 구사한 뒤 턴어라운드 점프슛을 쐈다. 역시 림을 빗겨나갔다. 프로 첫 득점이 결코 녹록치 않았다. 이종현은 1쿼터서 수비리바운드 하나를 잡았다. 유재학 감독은 2쿼터 로드, 함지훈, 밀러를 가동하며 이종현을 뺐다.
이종현은 3쿼터 첫 수비서 크레익의 슛을 막아내며 프로 첫 블록슛을 기록했다. 이종현 본인이 가장 달성하고 싶은 기록으로 김주성의 ‘1천 블록슛’을 꼽은바 있다. 이종현이 레전드가 된다면 두고 두고 역사에 남을 장면이었다.
반대로 이종현의 공격에서 크레익이 멋진 블록슛으로 복수에 성공했다. 이종현은 이어진 수비서 크레익에게 덩크슛을 얻어맞았다. 빅맨의 특성상 외국선수와 자주 상대해야 한다. 이종현이 맞서 이겨야 할 가혹한 운명이다. 이종현은 4쿼터 초반 로드가 놓친 공을 팁인슛으로 연결했다. 이마저 림을 외면했다. 로드의 패스를 받아 노마크에서 쏜 슛마저 빗나갔다.
이종현은 4쿼터 종료 4분 42초를 남기고 김준일을 상대로 기어코 프로 첫 득점을 신고했다. 6번의 슈팅만에 나온 첫 득점이었다. 이종현은 공격리바운드를 잘 잡고도 삼성 선수에게 패스하는 등 신인다운 실수도 했다. 이종현은 2득점, 5리바운드, 2어시스트, 1블록슛으로 경기를 마쳤다.
현재 이종현은 발등에 통증이 없고 뼈가 100% 붙었다는 의사의 소견을 들었다. 트레이너도 출전을 허락했다. 하지만 팀에 적응하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이종현은 체력이 떨어져 기본적인 코트왕복도 버거워하는 모습이었다. 동료들에게 적극적으로 스크린을 걸어주려했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앞으로 이종현이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슈퍼루키의 데뷔전은 가혹했다. 하지만 이것도 ‘만수’의 큰 그림이다. 유재학 감독은 “우리가 지금 크게 이길 수 있는 팀이 어디 있나? 기왕이면 1위 팀과 만나서 프로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껴보는 것이 좋다. 종현이는 세계선수권에 나가도 긴장은 하지 않았던 선수”라며 믿음을 줬다. 이종현이 차차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지 계속 농구팬들의 관심이 간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울산=박준형 기자 soul100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