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경력에 있어서는 서로 다른 위치다. 그러나 생존 경쟁에 처했다는 것은 비슷하다. 류현진(30·LA 다저스)과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이 자신의 경력에 분수령이 될 만한 2017년을 본격 시작한다.
류현진과 황재균은 2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넜다. 류현진은 익숙한 로스앤젤레스에서 며칠의 시간을 보낸 뒤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애리조나로 떠난다. 황재균은 휴스턴으로 가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열흘 정도 훈련을 한 뒤 역시 애리조나로 합류할 예정이다.
긴장보다는 여유와 미소를 보인 두 선수다. 그러나 올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어투는 같았다. MLB에서 뛰는 다른 KBO 출신 한국인 선수들과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오승환(세인트루이스), 강정호(피츠버그), 김현수(볼티모어)는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박병호(미네소타)는 4년 계약 중 3년이 남아있고 포지션 경쟁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하지만 류현진과 황재균은 스프링캠프에서의 모습이 한 해를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다저스의 확고한 3선발이었던 류현진은 지난 2년간 어깨와 팔꿈치 부상으로 고전했다. 그 사이 많은 투수들이 영입됐고 유망주들도 성장해 이제는 선발 자리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이 6선발 체제에 부정적인 뜻을 드러낸 가운데 1~2자리를 놓고 5~6명의 투수들이 경쟁하는 구도다. 그렇다고 경력이 떨어지는 선수들도 아니다. 2년의 공백도 다소간 부담스럽다. 탈락하면 맞이하게 될 불펜 보직도 낯설다.
황재균은 언제든지 벼랑 밑으로 떨어질 수 있는 신분이다. 애당초 샌프란시스코와 스플릿 계약을 맺었다. 스프링캠프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할 경우 마이너리그에 있을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샌프란시스코의 내야는 비교적 탄탄하다. 황재균의 주 포지션인 3루에는 지난해 생애 첫 올스타에 뽑힌 에두아르도 누네스가 버틴다. 내야 유틸리티 자원들도 비교적 많다. 비관을 할 수준은 아니지만 쉬운 경쟁도 결코 아니다.
결국 스프링캠프에서 경쟁자들을 이겨내야 한다. 다행히 가능성은 보인다. 황재균은 샌프란시스코의 내야 백업 선수들에 없는 장타력과 공격력을 가지고 있다. 이 부분의 경쟁력을 극대화시킬 필요가 있다. 류현진은 누가 뭐래도 2년간(2013~2014년) 28승을 거둔 정상급 투수였다. 몸 상태만 좋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경쟁이다. 류현진은 출국 전 몸 상태에 대해 “이맘때 페이스로 계산하면 100%”라고 자신했다. 두 선수가 스프링캠프에서 희망찬 소식을 전해올 수 있을지 시선이 집중되어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