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킹’(감독 한재림)은 대통령의 뒤에서 권력을 움직이는 정치 검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현대사 영화다. 한재림 감독의 전작 ‘관상’에서 권력을 향한 개인의 욕망과 운명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나약함을 표현했다면, ‘더 킹’은 오랜 시간 권력을 잡아 ‘해 먹으며’ 화려한 삶을 누리는 권력자들의 모습을 풍자했다.
한재림 감독은 언론시사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과 서거가 영화 ‘더 킹’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며 “(노 전 대통령의 사망)그 사건은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이었다”고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전했다.
영화에는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까지 7명의 대통령이 등장하며 한국 정치사의 거대한 파노라마를 완성했다. 한 남자의 성장과 심리변화가 주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정치적 사건을 다루지는 않지만 배경으로 보여줌으로써 숨 가쁜 격동과 회한을 가득 담았다.
단일후보로 나서 대통령에 당선된 신군부 전두환부터 문민정부 김영삼, 야권 후보단일화를 이끌어낸 뒤 한국 정치사상 최초로 여야 정권교체를 이룩한 김대중, 국민의 참여가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뜻에서 ‘참여정부’라고 불린 노무현,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에서 당선된 이명박, 그리고 현재 집권 중인 박근혜까지 사진과 뉴스, 영상 등을 통해 대통령 사(史)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했다.
한 감독의 정치관을 담은 ‘더 킹’은 대한민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스토리로 속도감 있게 전개되며, 권력자들의 화려한 세계 속 어두운 이면을 감각적으로 표현해 보는 재미를 안긴다.
개인이 절대 접근할 수 없고 가질 수도 없는 권력욕이 생긴 박태수가 선배 검사 한강식(정우성 분)을 만나 화려한 삶을 누리게 되는 과정은 판타지처럼 황홀하게 표현돼 시선을 끈다. 특히 대한민국 0.1%가 모인 초호화 펜트하우스와 댄스 신(scene)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볼거리와 통쾌하고 진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올해 조기 대선을 앞둔 우리나라는 기로에 서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나오고, 대선이 치러지기까지 길게는 8개월동안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가 가동된다. 이 기간 중 우리나라가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할지, 아니면 혼란만 가중되면서 나락으로 추락할 것인지는 정치권에 달려 있다.
‘더 킹’은 말한다,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왕이 아니라 국민이 주인이고 왕이라는 사실을. ‘더 킹’을 통해 권력자들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길 바란다. 물론 하루아침에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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