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해체까지 결정했을까."
유빈과 혜림은 남고, 예은과 선미는 떠났다. 꿈이 달라지면서 다른 길을 걷기로 했다. 그래도 해체는 의외다. 예상하지 못했던 시나리오의 결말이다. 일단 멤버간 사이가 좋다. 원더걸스란 브랜드 가치도 살아있다. 그렇다면 소속사는 갈려도 팀은 존속시키는게 일반적인 수순으로 생각됐다.
그래도 이유를 찾자면 첫 번째 원더걸스로 보여줄 건 다 보여줬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 물론 원더걸스는 여전히 성장진행형인 아이돌로 손꼽혀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의 기간동안 여러가지 활동으로 소모됐던건 부인할 수 없다.
특히 감정 소모가 많았다. 선미가 일찍 팀에서 떠났고, 혜림이 합류했다. 미국 활동은 팀의 성장과 동시에 많은 상처를 안겼고, 이후에는 리더 선예가 결혼과 동시에 팀을 떠났다. 절치부심 컴백해 자기 자리를 찾았지만, 10년차 걸그룹으로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쉽지 않은 것이 솔직한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내릴 수 있었던 결정은 '정상에 있을때 내려오자'였을 수 있다.
두 번째, 원더걸스에 대한 멤버들의 강한 애착이 오히려 해체라는 결과를 불러 온 것일 수도 있다. 원더걸스는 한국의 대표하는 걸그룹이다. 소녀시대와 쌍두마차로 불리며 '넘사벽 걸그룹'의 시대를 열었다. '노바디''텔미'같은 국민 히트곡을 발표했고, 안티가 없는 걸그룹으로도 꼽힌다. 수 많은 고민 속에서도 '팀에 대한 애착' 하나로 버텨온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오히려 어정쩡한 원더걸스를 상상할 수 없었을 수 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소속사가 갈려도 활동은 가능하지만, 절대로 예전같을 수 없다. 2AM이 대표적이다. 팀 해체는 절대 없다고 했지만, 소속사가 갈린 이후 아직 싱글 한 장 발표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을 팬에 대한 기만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한 관계자는 "멤버들이 원더걸스에 미련도 있고, 애착도 여전히 크지만 원더걸스를 사랑하기 때문에 놓아주는 상황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 인터뷰에서 원더걸스 멤버들은 한 몫소리로 "미래는 알수 없지만, 원더걸스 활동을 오래 하고 싶다"고 했다. 아이돌이라면 열이면 열, 모두 같은 대답을 하겠지만 그 말을 하는 원더걸스는 누구보다 진실돼 보였다. 굴곡을 겪으며 단단해진 팀워크와 친자매 이상의 신뢰 역시 쉽게 드러났다.
아쉽지만 이별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아쉬운건 멤버들이다.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는 보도 이후 한달,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인 만큼 그들의 선택이 아름다운 결실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은은 해체 보도 이후 '기억해주세요, 이 순간을.. 지금까지 원더걸스였습니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짧은 글이지만 슬픔보다는 후련함이 느껴진다. 아듀 원더걸스. / kjseven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