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장들이 봐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우리은행이 압도적인 전력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아산 우리은행은 27일 열린 삼성생명 2016-17 여자프로농구 5라운드에서 2위 삼성생명을 86-67로 제압했다. 24승 1패를 기록한 우리은행은 2위 삼성생명(13승 12패)과 승차를 11경기로 벌려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결정지었다.
경기 후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왔다. 그는 대뜸 “어휴 제가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라며 손사래를 쳤다. 패장도 공식인터뷰에 임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딱히 할 말이 없다는 의미였다. 그만큼 상대 우리은행에게 완패를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올 시즌 우리은행은 그야말로 적수가 없다. 우리은행의 시즌 유일한 패배는 지난해 12월 15일 신한은행에게 당한 55-58 패배가 전부다. 그것도 종료직전 윤미지에게 통한의 3점슛을 맞고 무너졌다. 14연승이 좌절됐지만 연패는 없었다. 우리은행은 이후 내리 11연승을 달렸다. 시즌 시작 후 역대 최소경기인 25경기 만에 정규리그 5연패를 확정했다.
과연 우리은행에 약점은 없는 것일까. 우리은행이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은행에게 시즌 5전 전패를 당한 적장들에게 물었다. 안덕수 KB스타즈 감독은 “우리은행은 기본에 충실하다. 쉽게 주지 말아야 할 슛을 주지 않는다. 반면 상대는 어렵게 슛을 쏘게 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한 발 더 뛰고, 정확하게 패스를 해주는 것이 쌓이다보면 나중에 큰 차이가 벌어진다”고 토로했다.
KEB하나은행은 3라운드 맞대결 전반전까지 우리은행을 앞서는 등 선전했다. 그래도 결과는 전패였다. 3쿼터까지는 잘 싸워도 4쿼터에 결국 점수 차가 20점 가까이 벌어진다. 이환우 KEB하나 감독대행은 “우리은행은 게임을 하면 할수록 승리에 대한 의지가 강해지는 것 같다. 존스도 잘하지만 결국 국내선수들이 팀을 끌고 간다. 식스맨들도 막 터진다. (득점 1위인) 존스가 사실상 식스맨이니 말 다했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우리은행의 악바리 정신은 따라갈 팀이 없다. 임영희는 우승 후 “우리는 우리가 압도적이라고 느끼며 게임을 뛰지 않는다. 초반부터 점수 차가 많이 나서 게임이 기운 경기도 있었지만, 후반에 점수를 벌려 이긴 경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무조건 압도적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고 경계했다. 가장 잘하는 팀이 방심조차 하지 않으니 상대팀 입장에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그렇다고 우리은행이 ‘알파고’는 아니다. 똑같은 사람인 이상 약점은 있기 마련. 위성우 감독은 “노련한 임근배 감독이 우리 팀 약점을 잘 파고드신다. 삼성생명 선수들이 하루 쉬고 경기에 임했는데 번개처럼 뛰어서 초반에 솔직히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적장이 보기에는 다 핑계다. 임근배 감독은 “세상에 완벽한 팀이 어디 있겠나?”면서도 “외국선수 싸움에서도 밀렸다. 리바운드와 슛률 모두 밀렸다. 토마스가 승부욕이 붙다보니 본인이 해결하려다 미스했다. 좀 더 영리하게 해야 한다. 오늘 하워드가 무슨 날인지 늪 속을 걸어 다녔다”고 토로했다.
우리은행은 감독이 지시한 것을 선수들이 즉각 알아듣고 실행에 옮기는 유일한 여자프로농구팀이다. 임영희는 “처음에는 감독님이 화를 내면 ‘아차’ 싶었다. 지금은 말을 안 해도 눈빛만 봐도 안다. 어떻게 해야 이기는지 안다”고 웃었다.
위성우 감독은 "정규리그 우승 때는 원래 헹가래를 안합니다. 정규리그 세리머니는 간단하게 합니다"라고 받았다. 우리은행이 잘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아산=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