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 욕하시던 분들 다 어디 가셨나요?’
‘슈퍼루키’ 이종현(23, 모비스)이 프로 데뷔 후 두 경기 만에 진가를 선보였다. 울산 모비스는 27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2016-17 KCC 프로농구 정규시즌 4라운드에서 창원 LG를 연장 접전 끝에 77-75로 이겼다. 16승 17패의 모비스는 6위를 사수,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7위 LG(14승 19패)는 김시래의 복귀전에서 쓴맛을 봤다.
LG는 상무에서 돌아온 김시래가 37분을 소화하며 높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이날 경기를 지배한 선수는 슈퍼루키 이종현이었다. 그는 4쿼터 막판 제임스 메이스의 역전슛 시도를 블록하고 리바운드를 사수하는 등 모비스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연장전서도 이종현은 자유투로만 5점, 2블록슛을 보태 프로 첫 승을 맛봤다.
프로무대 두 번째 경기서 이종현은 24점, 18리바운드, 5블록슛으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이종현이 잡은 9개의 공격리바운드와 총 18리바운드는 올 시즌 국내선수 한 경기 최다기록이었다. 이종현의 맞상대가 국가대표 센터 김종규였다는 사실이 더 의미심장하다. 이종현은 슈퍼루키의 이름값을 제대로 보여줬다.
이종현은 지난 25일 삼성과 데뷔전에서 2점, 5리바운드, 2어시스트, 1블록슛에 그쳤다. 6개를 시도한 야투는 4쿼터 막판 겨우 하나가 들어갔다. 맞상대인 김준일에게 무려 22점을 헌납한데다 팀도 71-87로 대패를 당했다. 고개를 들 수 없는 데뷔전이었다. 경기 후 이종현은 “어쩔 줄을 몰랐다. 다음 경기에서는 좋아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경기 후 이종현에 대한 네티즌들의 평가는 ‘김준일에게 참교육 당했다’, ‘최준용을 뽑을 걸 그랬다’, ‘기대이하다’, ‘정말 못한다’ 등 비판 일색이었다. 욕설을 섞어가며 도가 지나친 반응도 다수였다. 이종현의 2득점을 비꼬며 ‘폭풍 2득점’이라는 글도 있었다.
이종현은 단 이틀 만에 평가를 180도 뒤집었다. 신인이 20-10-5를 달성하자 칭찬이 쏟아졌다. ‘야 진짜 잘한다’, ‘2경기 만에 대단하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불과 이틀 전 이종현을 강도 높게 비난했던 네티즌이라면 얼굴이 화끈거릴만한 대반전이다. 결과에 따라 말을 쉽게 바꾸는 네티즌들의 소신 없는 행태에 대해 한 팬은 ‘이종현 욕하시던 분들 다 어디 가셨나요?’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종현은 ‘거품’이라고 불린 자신에 대한 저평가를 한 경기 만에 ‘진짜’로 바꿨다. 그는 자신이 왜 1순위 신인인지 충분히 가치를 증명했다. 이종현의 데뷔 시즌은 이제 막 시작됐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