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조’(감독 김성훈)가 설연휴에 돌입하면서 박스오피스 정상을 달리고 있다.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 분)과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 분)가 이념과 목적은 다르지만 결국 가족애로 하나가 되는 따뜻한 이야기가 온가족이 모여 앉은 설에 관람하기 안성맞춤.
‘공조’에는 많은 배우들의 도전이 총집합해 있어 이번 작품의 흥행 기세가 더욱 값지다. 먼저 현빈은 첫 액션영화에 도전했고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주혁은 무려 데뷔 20년 만에 첫 악역을 연기했는데, 비주얼부터 살벌한 눈빛과 말투까지 예능시절 ‘구탱이 형’을 떠올리기 어렵다. 첫 스크린에 데뷔한 윤아 역시 소녀시대의 예쁨을 지우고 푼수를 입어 훌륭하게 백수 연기를 해냈다.
메가폰을 잡은 김성훈 감독에게도 이번 영화는 의미가 깊은 작품. 첫 액션영화에 도전한 가운데, 좋은 성적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김 감독을 만나 영화와 관련한 궁금증을 해소했다.
다음은 김성훈 감독과의 일문일답.
-전작과 전혀 궤도가 다른 영화 장르이지 않나. 이번 작품을 통해 액션에 대한 로망을 모두 풀어낸 기분인데.
▲그렇지만 이야기가 추구하는 바에서 크게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 이것도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자 소통에 대한 이야기다. 소통으로 삶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희망이지 않을까. 내일이 오늘보다 조금이라도 나을 수 있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사실 영화는 모든 장르를 다 좋아하고, 지금 현재 내가 보고 싶은 장르를 선택하는 편이다. 이번엔 액션인 거고.
-감독님으로서도 첫 액션영화인데 현빈을 선택한 이유가 뭔가.
▲대본을 시작할 때부터 현빈을 캐스팅해 달라고 했다. 머릿속에서 떠올릴 때 평양사람 이미지, 이 액션을 소화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강인한 피지컬이 필요했는데, 그 때 한 사람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현빈이었다. 현빈 안 되면 다른 영화 한다고 했다. 그랬기 때문에 본인이 하겠다고 했을 때 각오가 돼 있었고, 현빈은 극한 상황에서도 잘해낸 거다. 대단하다. 결과의 문제가 아니라 부끄럽지 않게 달렸다는 것에 대해 우리끼리는 되게 뿌듯해하고 사이도 돈독한 편이다. 연락도 자주하고 있다.
-현빈 씨가 감독님이 오케이 사인을 안 주셔서 미울 때도 있었다던데, 상당히 꼼꼼하고 집요하신 편인가보다.
▲오케이 전 줬다. 하하. 힘들 게 찍는 걸 아니까 ‘나중에 후반 작업하든가하자. 더 할 수 없다’고 했는데 ‘한 번만 더 해볼 게요’라고 하더라. 책임감이 강한 친구라 진짜 잘하는데 본인이 또 하겠다고 한 거다. 우리의 모토는 도전이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힘들었을지 몰라도 하루하루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씩 반성하면서 하다보니까 촬영이 끝나 있었다.
-극중 림철령을 두고 잘생겼다는 대사가 여러 번 등장하는데, 어떤 의도인가. 영상 화보라고 할 정도로 액션 그림을 멋지게 잡아내려고 공을 많이 들인 건가.
▲잘생기게 보여드리는 게 목표는 아니었다. 현빈이 워낙 잘생긴 사람이긴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은 빨리 드러내고 보편화 시킨 다음에 철령의 행위가 또 다른 멋을 발산해야 현빈이 이 역할을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다른 멋이라면 사람으로서 멋짐이다. 대사를 통해 철령은 잘생긴 사람이라는 걸 노골적으로 드러낸 게 있다. 철령은 대사가 유독 많이 없는 편이라 액션에 표정이 중요하다. 차에 매달려 총을 쏘는 장면도 멋있는 표정을 지으라는 게 아니라 총을 쏘면 눈을 자연스럽게 찌푸림 감게 된다. 정말 쏜다는 느낌으로 집중한 건데 그 모습이 멋있었다면 다행이고 영상화보를 의도한 건 아니다. 하하.
-여성 관객들이 기다리는 얼굴천재 현빈과 조인성의 대결, 이런 프레임으로 대결 구도가 가고 있기도 한데 감독님 사심을 담아 현빈 씨의 자랑을 해보자면?
▲어떻게 보면 건강한 쪽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모습도 그렇고 지겨운 느낌의 바른 게 아니라 긍정적인 측면에서 건강하고 단단한 책임감을 느꼈다. 실제로 저보다 여덟 살 어린데 형 같은 든든함이 있다. 남자로서 좋은 매력이 아닌가 싶다. 차가운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그 속에 있는 따뜻함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눈에 묻어 있는 연민 같은 게 더 울림이 있는 것 같다. 번듯하고 바른데 그 얼굴을 보면 눈에 있는 촉촉함이 있는 것. 그것이 꼭 현빈이 이 영화를 했으면 좋겠다는 이유였다.
-시각적으로는 현빈의 화려한 액션이 펼쳐지지만, 그 속에서는 유해진 씨가 치열하게 끌고나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 유해진이 아니었다면 가능했을까 생각도 들었는데.
▲이렇게 열심히 하는 분은 별로 없다. 시나리오를 하는데 항상 들고 다니신다. 수다를 떨다가도 없어져서 외우고 고민하시고, 어느 순간 밤늦은 순간에 전화해서 잠깐 보자고 하고 고민했던 걸 이야기하신다. 유해진 씨가 치는 애드리브는 즉흥적인 게 아니다. 애드리브는 감독의 독이자 약이다. 방향성이 벗어날 수 있는데 해진이 형의 애드리브는 맥락을 안 벗어난다. 더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대단히 노력하고 연구한 결과물이다. 그게 세월이 지나면 무뎌지는데 그러지 않다는 게 존경스럽다. 길게 하는 게 아니라 한결같이 하는 것이 말이다.
-윤아는 첫 영화 필모를 얻어가게 됐다. 어떤 배우인 것 같나.
▲처음에 이 역할을 하겠다고 해서 놀랐다. 제안하기 전에 윤아가 시나리오를 어떻게 구해서 읽었는지 먼저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기본적으로 마음가짐을 느낄 수 있었다. 직접 만나보니 더 좋았다. 발음도 좋고 여러 가지 요소가 좋은 게 많더라. 옛날 해본 작품을 보고 작전을 짰다. 대사 자체에 신경 많이 쓰지 말자고. 연습도 하지 말고 대충 상황만 외우자고 했는데, 워낙 똑똑한 배우라 그런지 상당히 말귀를 잘 알아듣는다. 감독의 의도를 잘 이해하는 게 있고 자기화시키는 게 있는데 두 가지 능력이 모두 윤아에게 있다. 무대 뒤의 윤아를 만나면 이건 성공한 거라고 접근했는데 결과물도 좋게 나왔다. 어떻게 보면 이번에 배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윤아는 저에게 떨어진 선물이다. 앞으로 아마 윤아는 엄청 더 잘할 거다. 한국에서 되게 중요한 여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너무 예쁜 게 흠이 된다면 될 수 있을 정도로.
-김주혁이 연기하는 악역도 눈길이 갔다. 배우들이 예능을 하면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도 연기할 때 지장이 있다는 그런 인식들이 있지 않나. 김주혁 씨도 워낙 구탱이 형으로 사랑 받은 터라, 예능 이미지가 커서 걱정은 없었나.
▲치열함의 방식은 다르지만 김주혁 씨도 정말 고민이 많으시다. 영화에 대한 연기를 더 잘하고 싶으신 마음에 스스로 연구하는 게 되게 많으시더라. ‘공조’는 전체적으로 전형적인 이야기의 틀을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에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과의 싸움이 있었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왜 이런 게 없냐’는 반응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김주혁이 표현한 악역은 투박하지 않은 외모이지만 의지가 안에 들어있는 생각을 했다. 김주혁 씨의 눈에서 그런 게 있었다. 분량이 많지 않은데 잘 메워 주셨고 덕분에 중심이 잡혔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어떤 마음으로 극장을 떠났으면 좋겠나.
▲요새 여러 가지로 신경이 날카로워있고 지쳐있고 하지 않나. 이게 하루아침에 금방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사회적인 문제도 있고 당장 생활하는 문제도 있다. 저 자체 힘들고 어려울 때 돌파한 게 영화다. 관객 분들도 영화를 보신다면 에너지도 생기고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되실 것이다. 그렇기에는 또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재충전하는 에너지, 그런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 besodam@osen.co.kr
[사진]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