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의 희극인이 한데 뭉쳤다. 방송국 보이지 않는 높은 장벽으로 이제껏 쉬이 이뤄지지 못했던 무대였다. '예능대부' 이경규가 MC로 나서 이들의 구심점이 됐다.
28일 오후 방송된 SBS 설특집 파일럿 '희극지왕'은 시청자가 뽑은 순위대로 피라미드식 구조의 좌석에 앉았다. 김수용, 홍현희, 맹승지 등 50위권 밖 출연자와 상위권에 호명된 양세형(2위), 윤정수(16위), 김영철(18위)의 희비는 엇갈렸다.
각종 폭로와 웃음이 이어졌던 예능 전망과 앙케이트를 선보인 1부 '코미디 포럼'이 끝나자, 본격적인 희극지왕을 가리기 위한 '탄생! 희극지왕'이 진행됐다. 동료 개그맨을 웃기고, 평가받기 위한 무대는 30년차 박미선조차 긴장케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이는 안시우였고, 9표를 받았다. 연승 행진에 제동을 건 이는 손헌수. 정통 콩트, 개인기, 정극 연기, 스탠딩 코미디가 뒤섞였지만, 큰 웃음이 아쉬웠던 무대는 손헌수의 노인 연기가 뒤집었다. 임라라와 함께 '160세 노부부' 코너로 이경규까지 웃게 만든 무대는 10표를 받아 '희극왕' 자리를 꿰찼다.
또 다시 이어진 손헌수의 연승은 신봉선이 막아섰다. 자신이 직접 쓴 막장 대본을 통해, 결국 김대희를 상대로 '김치 싸다귀'까지 재현하며 가학적인 웃음을 만들어냈다. 투표 결과는 총 13표 중 11표를 받아, 왕위를 차지했다.
스탠드업 코미디 '선배와 친해지는 법'으로 "전무후무한 무대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친 이는 김영철. 하지만 강의를 연상케하는 무대 반응은 싸늘했다. 김영철은 "리허설때는 웃겼다"고 당혹해했다. "간증보다 못 웃긴 건.."이라는 김수용의 평가가 더 웃겼을 정도. 결국 1표를 받아 그동안의 최하점 장도연(2표)을 넘어섰다.
박미선은 반전개그 '여러분'을 준비했다. 진지한 이야기를 건네고, 음정 박자가 엉망인 웃음을 전한 것. 결국 9표를 얻었고, '1대 희극지왕' 트로피는 신봉선의 품에 안겼다. / gato@osen.co.kr
[사진] '희극지왕'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