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와 정준하를 앞세운 MBC 파일럿 프로그램 ‘사십춘기’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하지만 아직까진 ‘무한도전’의 빈자리를 채우기엔 2% 아쉬웠다.
지난 28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사십춘기'에서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난 연예계 절친 권상우와 정준하의 모습이 그려졌다.
두 사람은 ‘퀵상우’와 ‘슬로정’이라 불릴 만큼 전혀 다른 상극의 성격이었다. 하지만 권상우와 정준하는 20년 넘는 우정이 있었다. 권상우는 “소속사 문제로 힘들 때 형을 알게 됐다”며 힘든 시기를 서로 의지하며 견뎠다고 정준하를 향한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알고 보니 정준하에 ‘무한도전’을 적극 추천한 이도 권상우였다. 이들은 “혼란의 시간을 돌파하고 무언가를 다시 한다는 게 의미가 있다”고 여행의 의미를 밝혔다.
패기 좋게 “가장이란 이름을 내려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가겠다”고 선언한 두 사람은 초반부터 의견 충돌을 빚었다. 결국 탁구 시합으로 주도권 경쟁을 한 후, 승리자 정준하의 의견 대로 제주도에서 하루를 묵기로 했다. 이미 권상우는 블라디보스토크에 꽂힌 상태. 그는 낚시에도 별 흥미를 못 느꼈고, 다음 날이 되자마자 정준하를 재촉해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두 사람은 생각보다 횡량한 블라디보스토크의 모습에 당황했다. 하지만 정준하의 지인이 준 조언대로 반야를 찾아 나섰다. 서울에서도 사우나를 즐긴 두 사람은 러시아식 사우나인 반야에 반했다. 두 사람은 몸자랑을 하는가 하면, 눈밭에서 뒹굴기도 하며 장난기 넘치는 20대 시절로 돌아갔다.
이후 권상우와 정준하는 두 사람이 갓 만났던 20대 시절을 회상했고, 어느 새 흘러버린 세월을 아쉬워했다. 이내 이들의 대화 주제는 가족으로 옮겨갔다. 두 사람은 아들에게 섭섭했던 일화나 부부싸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가장으로서의 고충을 공유했다.
‘사십춘기’는 ‘무한도전’의 7주 결방을 채울 1번 타자로 나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다. 특히 예능에 좀처럼 출연하지 않았던 배우 권상우가 출연해 호기심을 자극했다. ‘무한도전’ 출연자인 정준하가 주인공으로 나서기에 무난하게 ‘무한도전’ 시청층을 유입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사십춘기’는 어딘지 아쉬웠다. 20년지기 친구인 정준하와 권상우의 자연스러운 여행기를 담고자 한다는 취지는 좋았으나, 별다른 에피소드 없이 좌충우돌 여행을 다니는 두 사람의 모습은 자연스럽다기보다 위태로워보였다. 지나치게 성향이 다른 두 사람이 아무런 조율이나 계획 없이 해나가는 여행은 보는 사람마저 조바심 나게 만들었다.
흐름이 끊기는 편집도 몰입을 방해했다. 탁구 경기에서 제주도 여행, 여기에서 또 다시 블라디보스토크 여행까지 쭉 이어져야 하는 스토리가 뚝뚝 끊겼다. 관찰예능 특성상 재미있는 부분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하나, 시청자가 그들의 여행에 동행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야 하는 것 또한 관찰예능, 특히 여행 예능의 미덕이다. 하지만 ‘사십춘기’는 왜 주인공들이 여행지를 변경했고, 그 가운데에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등의 아무런 정보도 없이, 시청자를 제주도와 블라디보스토크에 뚝 떨어뜨린 것과 같았다.
물론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권상우의 소탈한 모습은 ‘사십춘기’의 매력 포인트였다. 많은 시청자들은 권상우의 활약에 높은 점수를 줬다. 하지만 권상우의 인간미에만 의지하기에는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힘들었다. 3부작인 ‘사십춘기’가 과연 2부에서는 좀 더 나아진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좀 더 만족스럽게 만들 수 있을지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 yjh0304@osen.co.kr
[사진] ‘사십춘기’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