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관명 칼럼] 브로큰 발렌타인(브발)이 돌아왔다. 1월13일 낸 EP ‘Project. Nabla’를 통해서다. 지난 2015년 8월3일 보컬 김경민(반)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후 3인 체제로 낸 첫 앨범이다. 아픔도 많았고 시련도 많았을 터. 더욱이 지난해 1월에는 초창기 멤버였던 기타리스트 김안수가 팀을 떠났고, 브로큰 발렌타인의 5번째 드러머 이성산(쿠파)은 이번 앨범 발매 직후 아일랜드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3시의 인디살롱]에서 출국을 며칠 앞둔 이성산을 비롯해 보컬/베이스 변성환(이단), 기타 변지환(변G)을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브로큰 발렌타인의 이력 및 디스코그래피를 정리하면 이렇다.
= 2002년 공주 한일고 선후배들이 5인조 밴드 ‘6.August’ 결성 : 故김경민, 김안수, 변성환, 변지환, 권상학
= 2004년 3인조 밴드 ‘B.August’ 변신 : 김안수 탈퇴, 故김경민 유학
= 2005년 디싱 ‘Alien’ : Alien, Run
= 2007년 밴드이름을 브로큰 발렌타인으로 변경 : 故김경민(보컬), 김안수(기타), 변성환(베이스), 변지환(기타), 이성산(드럼)
= 2009년 야마하 주최 아시안비트그랜드파이널 대상, 작곡상 수상 : ‘Answer Me’
= 2009년 12월 EP ‘Calling You’ : This Time Reprise, 내 낡은 서랍속의 바다, M.K Dance, 화석의 노래, Answer Me
= 2011년 8월 ‘KBS 서바이벌 톱밴드 part.1’ : 나의 노래
= 2011년 8월 ‘KBS 서바이벌 톱밴드 part.2’ : What U Need
= 2011년 9월 ‘KBS 서바이벌 톱밴드 part.5’ : Poker Face(16강에서 탈락)
= 2011년 12월 싱글 ‘Down’ : Down, Noname
= 2012년 5월 정규 1집 ‘Shade’ : Royal Straight Flush, Shade, M.K Dance(Radio Edit), This Time, Noname, Answer Me, You Never Mind, Down, Dual-log, Life, What U Need, Noname(Piano Ver.)
= 2013년 1월 싱글 ‘Ride’ : Ride
= 2013년 6월 정규 2집 ‘Aluminium’ : Get Your Gun, 알루미늄, Everything, Smashing Your Face, Epit, Vacancy, 난 여기 이곳에 있겠지, Alien, 알루미늄(Radio Edit)
= 2013년 6월 ‘엠넷 밴드의 시대 part.4’ : 상승(6회 우승, 최종 파이널 진출)
= 2015년 8월 보컬 김경민, 익사
= 2016년 1월 기타리스트 김안수 탈퇴
= 2016년 1월 ‘나에게 건배’ OST : 알루미늄(Drama Ver.)
= 2017년 1월 EP ‘Project. Nabla’ : Trust, Justice For Them(feat. 노대건), 무제(noname part.2 feat. 허균), Run(보컬 변성환)
= 우선 멤버 소개부터 부탁드린다.
(이성산) “드럼을 맡고 있는 이성산이다. ‘쿠파’라는 예명을 쓰고 있다. 슈퍼마리오 게임에 나오는 악당 캐릭터다. 고등학생 때 내 인상이 공룡과라며 친구가 지어줬다.”
(변성환) “베이스를 치는 변성환이다.”
(변지환) “기타를 치는 변지환이다. 성환 형의 친동생인데, 형제가 너무 강조될까봐 예명으로 ‘변G’를 쓰고 있다.”
= 고(故) 김경민 사망 이후 브로큰 발렌타인의 첫 앨범이자, 2013년 2집 ‘알루미늄’ 이후 첫 앨범이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변지환) “보컬을 떠나보낸 후 저희 의지와는 상관없이 밴드활동이 한동안 멈췄었다. 이런 상황, 이 흔치않은 상황에서 우리를 보여줄 수 있는 앨범을 내고 싶었다. 현재 3명의 이야기를 담은 앨범이다.”
(변성환) “14,15년을 함께 한 경민형을 보내고 나서 느꼈던 슬픔과 좌절, 아픔, 그리고 이런 것들을 이겨내게 해준 희망과 믿음에 대해 이야기했다. 앞으로 브로큰 발렌타인이 어떤 형태로 가든, 브발의 정체성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믿음을 팬들에게 주고도 싶었다.”
(이성산) “경민형이 그렇게 되고 나서 브발이 마치 끝난 것처럼 사람들이 얘기하더라. 이번 앨범을 통해 브발이 어떤 모습으로든 건재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다.”
= 지난해 1월 김안수가 탈퇴했다.
(변성환) “경민형을 보내고 나서 서로에게 각자 하고 싶은 게 뭔지 물었다. 그리고 각자의 의견을 존중키로 했다. 안수형은 ‘여기까지만 하겠다’고 말했다. 서로 말을 안해도 무슨 뜻인지 알기 때문에 깊이 안물어봤다. 안수형도 그 이상은 얘기를 안했다.”
= 이번 앨범 발매 직후 무척 바쁘게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이들은 1월13일, 14일 서교동 잭비님블, 15일 플랫폼 창동61 레드빅스에서 콘서트를 가졌다. 특히 15일 공연에서는 이번 앨범의 피처링을 맡은 버스터즈의 보컬 노대건과, 해쉬의 보컬 허균이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콘서트 반응은 어땠나.
(변성환) 자체 레이블 ‘BV’에서 만든 앨범인 만큼, 홍보수단이 거의 없었다. 앨범제작도 레코딩과 프레싱, 저희가 다 섭외해서 진행했다. 홍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못오시더라도 좋은 인상은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오셨다(웃음). 특히 플랫폼 창동61 공연장은 조명이나 음향이 다 좋았다.”
(이성산) “14일 공연은 토크 콘서트 형식이었는데, 각 멤버들이 악기 파트별로 연주자로서 고민했던 부분을 이야기했는데 이게 반응이 좋았다. 팬들이 ‘왜 이제서야 이런 걸 보여주냐’며 좋아해주셨다.”
(변성환) “경민형이 하늘나라로 가기 직전 상황은 지환이가 군 제대 후 팀에 다시 합류한 지 채 한 달이 안됐고, 쿠파는 한 달 후면 공익요원에서 소집해제되는 그런 상황이었다. 한마디로 모두가 다시 브로큰 발렌타인으로 활동하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때였다. 이번에 다시 활동을 하면서 그때부터 하고 싶었던 것들을 다 해보자, 이런 취지로 콘서트 기획을 직접 짰다.”
= 새 앨범 수록곡을 같이 들어보기 전에 평소 궁금했던 것 몇가지만 확인하고 넘어가자. 결성 당시 공주 한일고 선후배였다는데 정확히 어떤 관계였나.
(변성환) “2002년 당시 안수형이 3학년, 경민형이 2학년, 내가 1학년이었다. 이해 말 제 동생인 변지환이 합류한 것이다. 성산이(서울 광남고)는 2004년에 합류했다.”
(이성산) “내가 브발의 다섯번째 드러머다. 중간에 내가 허리가 아파 요한이라는 드러머가 잠시 활동한 적도 있다.”
= 브로큰 발렌타인의 전신이라 할 ‘6.August’는 뜻이 뭔가. 그리고 어떻게 불러야 하나.
(변성환) “8월6일 결성해서 그렇게 지었다. ‘식스 오거스트’라고 부르면 된다.”
= 2004년 3인조 때는 ‘B. August’로 개명했다.
(변성환) “기타 치는 안수형과 노래하는 경민형이 각각 군복무와 유학문제로 잠시 팀을 떠났다. 그럼에도 남아있는 멤버들이 팀을 계속해서 이루고 있어야 좋은 모습을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나중에 오거스트가 되자’는 뜻에서 ‘Be August’, 줄여서 ‘B. August’라고 지었다. 그 무렵 성산이를 만났다.”
= 앨범을 들어보자. 앨범 제목 ‘Nabla’는 뭔 뜻인가.
(변성환) “역삼각형을 뜻하는 수학기호 이름이다. 우리 세 명을 상징하는 단어를 찾다가 발견했다. 뒤집어져 있어도 여전히 삼각형이라는 뜻도 있다. 균형과 밸런스를 상징한다.”
= 첫곡 ‘Intro: Trust’는 강렬하고 강력하며 스피드한 기타의 질주가 인상적이다. 드럼 비트의 펀치감도 좋고.
(변성환) “연주곡인데 지난해 난장에서 있었던 ‘반 트리뷰트 무대’ 때 처음 선보였다. 지환이가 데모를 만들어 보내왔는데 너무 좋아 밤새 연주해서 다음날 무대에서 처음 선보였다. 한때는 영광스러웠지만 지금은 아프고 외롭기도 한 브로큰 발렌타인의 여러 모습이 느껴진다고들 하신다.”
(변지환) “이 곡을 하루만에 공연 무대에 올릴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곡을 만들 때는 베이스와 드러머 두 멤버들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제목도 ‘Trust’다. 연주할 때는 브발을 아껴주시는 모든 분들에 대한 믿음도 들어갔다.”
= ‘Justice For Them’은 왠지 최순실 일당들에 대한 저주와 응징으로 읽힌다. 보컬 노대건의 지글대는 육성에서는 그야말로 에너지감이 넘쳐난다.
(변지환) “제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그렇게 들으셨을 수도 있다. 제가 만든 노래라고 해서 팬들이 제 생각만을 가져가기를 바라진 않는다. 자기 상황에 맞게 자기 것으로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 브발은 강한 음악과 감성 음악을 모두 추구하는데 이 곡은 강한 음악 넘버 중 가장 센 곡이다. 애초 곡을 구성할 때부터 대건이 노래를 부를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녹음실에서 딱 3시간만에 완성할 정도로 대건이 굉장히 잘 소화했다. 연주적으로도 난이도가 가장 높은 곡이다.”
(변성환) “처음 곡을 들었을 때부터 역대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멤버 각자의 한계점을 넘어서야 했다. 정말 오랜만에 근육통이 올 정도로 열심히 연습했다. 특히 성산이는 드럼 라인을 더 어렵고 더 멋있게, 아무나 따라 칠 수 없게 해냈다. 원래 록 음악을 하던 친구가 아니었는데 정말 대단하다.”
(이성산) “처음 브발을 할 때 그래서 어려웠다(웃음). 하지만 브발을 통해 점점 록에 빠져들었고, 지환이가 이번에 이 곡을 통해 나 자신의 한계를 깨게 해줬다.”
(변지환) “다음에는 쿠파가 스래쉬 메탈을 좋아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웃음).”
(이성산)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트윈 페달을 밟아야 하냐?’고 지환에게 물어봤다. 트윈 페달이 전형적인 록음악이라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전형적인 록 드러머로 남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싱글 페달로 이 곡을 연주했다.”
= 보컬도 그렇고 브발에 이런 노래가 없었다.
(변성환) “노대건이라는 친구는 반 트리뷰트 때 처음 봤는데, 굉장히 의욕적이더라. 내가 해주는 디렉팅을 받아들이는 센스도 있고. 팬들도 멜로디 없이 버스(verse)가 처음 나오는 이 곡을 좋게 봐주시고 있다.”
= 이에 비해 ‘무제’의 허균의 보컬은 확실히 결이 다르다.
(변지환) “많은 분들이 저 세상으로 떠난 보컬에 대한 이야기를 쓴 것 아니냐고 하시는데, 그렇다기보다는 그 이후 1년반 동안의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쓴 곡이다. 10년전 ‘Noname’과는 다른 정서를 담았다. 이 곡 역시 들으시는 분들이 자기 것으로 만드셨으면 좋겠다.”
(이성산) “제가 지난해 2월부터 밴드 해쉬의 객원드러머로 활동중이라 (해쉬의 보컬인) 허균을 알게 됐다.”
(변성환) “이 곡은 코러스도 없고 오로지 허균 목소리 하나로만 돼 있는 곡이다. 허균은 전역하고 20대 후반부터 음악을 시작한 친구인데,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보컬이 될 것 같다. 정말 잘한다. 게다가 연습벌레다. 가장 어려웠던 대목은 6분20초나 되는 이 곡에서 각 연주파트가 굉장히 절제된 상황에서도 감정선의 변화를 잘 그려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성산이가 중심을 잘 잡아줬다.”
(변지환) “합주할 때 쉬는 시간이 있는데, 허균 이 친구는 절대 쉬는 법이 없다.”
(이성산) “평소에는 아주 유쾌한 친구인데 기타만 잡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1초만에 사람이 바뀐다.”
= 마지막 곡 ‘Run’은 역시 고인이 된 김경민과는 다른, 보컬리스트로서 변성환의 존재감이 있다.
(변성환) “밴드 하면서 처음 썼던 자작곡이다. 2005년에 발표된 노래인데, 그때는 경민형이 불렀다. 그러다 브발 정체성을 찾아가는 와중에 공연에서는 안부르게 된 곡인데, 몇년전부터 지환이가 리메이크할 준비를 해놓았다고 하더라. 그러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새로 편곡한 버전을 들려줬다. 12년만에 이 노래를, 그것도 제가 노래를 부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성산) “아무래도 성환형이 불러야만 하는 곡이었다.”
= 올해 계획은 어떻게 되나. 새 멤버 영입 계획은 있나.
(이성산) “사실 이번 앨범을 내고 3일동안 연속 콘서트를 몰아서 한 게 바로 저 때문이다. 1월7일 결혼을 했는데 3일후에 아내랑 아일랜드로 어학연수를 떠난다. 9월에 귀국을 했다가 12월에는 다시 미국으로 둘 다 유학을 간다.”
= 그럼 2명만 남는 것 아닌가.
(변성환) “9월에 성산이가 들어오니까 그 전에 각자 곡 작업을 해서 9월에 다음 앨범을 내기로 했다. 성산이가 없는 동안에 다른 멤버가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다. 다음 앨범을 9월에 내고 12월까지 같이 활동하면 된다. 외국에 있을 때 좋은 스튜디오에서 드럼 녹음 잘 해서 오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변지환) “예전 같았으면 ‘이 상황에 이 친구까지 가면 어떻게 하나’ 했겠지만, 지금은 멤버 모두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결론은 하나다. 컨텐츠를 만들어놓으면 어떤 상황이든 긍정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변성환) “이 일 저 일 겪다보니 위기가 기회가 되기도 한다.”
(변지환) “앞으로 서로 이메일로 데모 보내고, (곡작업을) 안하고 (한국에) 들어오면 못베기게 만들면 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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