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한 걸음만 다가와달라". 밝은 미소와 함께였지만 간곡한 진심과 함께 결국 홍석천의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1일 방송된 JTBC '말하는대로'에서는 방송인 홍석천이 '별종으로 살아남기'를 주제로 서울 종각역 지하광장에서 버스킹을 펼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홍석천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힌 대한민국의 유일무이한 연예인. 처음이었지만 현재까지는 마지막 커밍아웃 연예인이라는 안타까운 수식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날 홍석천은 대한민국에서 배척받는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어려움을 고백하며 자신의 진실된 속 이야기를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어릴 때부터 '별종'이었다는 홍석천은 "남자애들이 들판을 뛰어다녔을 때 저는 여자애들, 누나들이랑 핀치기를 했다. 동네 누나들의 실핀을 모조리 따서 그 실핀을 옷핀에 20개씩 꽂아서 50원씩에 팔았다. 그때부터 장사를 했다"며 "저희 아버지가 왜 여자애들 노는 짓을 하느냐며 실핀을 몽땅 재래식 화장실에 빠뜨렸고, 저는 그걸 다시 일일이 대나무로 건지고 씻어서 다시 팔았다"고 떡잎부터 알아본 '장사의 신'이었던 어린 시절을 고백했다.
성적이 꽤나 좋았던 모범생이었지만 그의 학창시절은 순탄치 않았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는 홍석천은 "일진 친구들에게 끌려가 폭행도 당하고 개인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 당시에 빈 껍데기로 다녔던 것 같다"고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었던 경험을 고백하기도 했다.
커밍아웃을 결심하게 된 계기와 실제로 실행하기까지의 어려움, 이태원에서 자리잡게 된 과정 등 자신의 살아온 인생을 담담하게 되짚어보던 홍석천의 버스킹은 자신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자신이 자랑스러워하는 '대한민국 톱게이'라는 수식어처럼, 대한민국 성소수자들을 격려하고 응원하고 싶은 홍석천의 당당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제 주위에도 친구들에게 왕따당하고 자살을 결심하는 동생들이 꽤 많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여러분들의 형이나 오빠나 직장동료가 될 수도 있고 아들, 딸이 될 수도 있다. 다른 건 다 참아도 가족들이 나를 버린다고 하면 나쁜 선택을 하더라. 가까이 한걸음만 다가와달라". 어렵게 선 자리, 꾹 참아왔던 무거운 진심을 전한 홍석천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서러워서가 아니었다. 말하는 이의 묵직한 이야기, 들어주는 사람의 따뜻한 눈빛이 만들어낸 보석같은 눈물이었다.
눈물을 흘리고 돌아온 홍석천은 "많은 분들이 공감 못해 주실 줄 알았는데 한분 한분의 눈빛과 에너지에 제가 오히려 감동했다"고 소감을 전하면서도 '홍석천만이 해줄 수 있는 이야기'라는 유희열의 평가에 "만족했다면 잇몸 좀 날려달라"고 특유의 재치를 잃지 않았다. 역시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별종, 홍석천다운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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