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끝에 내린 결정은 WBC 사퇴였다.
부동의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35·한화)는 지난 1일 WBC 불참을 최종 결정했다. 이날 오후 KBO에 참가가 어렵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정근우뿐만 아니라 김성근 한화 감독 역시 평소 절친한 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에게 양해를 구해 부담을 덜어줬다.
지난해 10월 수술받은 왼쪽 무릎이 문제였다. 수술 후 비교적 빠른 회복세를 보였지만 지난달 개인훈련 중 브레이크가 걸렸다. 왕복달리기를 하다 무릎 통증이 재발한 것이다. 일본 고베 대학병원에서 진단받은 결과 수술한 부위는 아니라 한숨 놓았지만 "3주는 무리하지 말라"는 소견이 나왔다.
WBC 대표팀은 오는 12일부터 23일까지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갖는다. 이에 앞서 6일까지 조직위원회 WBCI에 28인 최종 엔트리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 마음 같아선 WBC를 어떻게든 참가하고 싶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이날 오전 김성근 감독과 면담을 통해 어렵사리 결단을 내렸다.
김성근 감독은 "정근우 본인이 무릎 상태에 대해 굉장히 불안하게 생각했다. 대표팀에 나가고 싶어 했지만, 피해를 주는 것은 원치 않았다. 아내와도 상의할 정도로 어떻게 해야할지 헤메고 있더라"며 "지금 상태로는 대표팀에 가서도 피해를 줄 수 있으니 너무 무리해선 좋을 것은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정근우에게 "앞으로 길게 하면 3년 아니냐. 몸을 생각라"고 당부했다. 이에 정근우는 "3년만 더하고 끝난다니요, 아닙니다"라고 항변하며 웃었다고. 1982년생으로 올해로 만 35세 베테랑이 된 정근우이지만, 불혹의 나이까지 생각하고 있다. 이를 생각하면 보다 세심한 무릎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김 감독은 정근우에게 별도의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김 감독은 "의사가 3주 정도는 쉬어줘야 한다고 했다. 3주 후에 몸을 만들면 WBC에 맞추기 어려웠을 것이다"며 "캠프에서도 따로 재활 훈련을 한다. 트레이닝코치가 1대1로 붙어 정근우를 관리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근우는 "국가대표는 누구나 원하는 자리이지만 최고의 컨디션으로 나가는 것이 도리다. 그렇지 못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뒤 "지금 나간다고 해도 대표팀에 피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재활에 매진하겠다"고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어려운 대표팀 사정에 큰 짐을 지워졌다는 생각이 크다.
하지만 그동안 무려 7개 대회에 40경기를 뛰며 나라를 위해 고생한 정근우다. 그의 결정은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받아 마땅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