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의 발목 부상, '이도류'가 부른 화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2.02 10: 41

[OSEN=최익래 인턴기자] 결국 ‘이도류(투·타 겸업)’가 화를 부른 걸까?
‘닛칸스포츠’ 등 유수의 일본 스포츠매체는 1일 “오타니 쇼헤이(23·니혼햄)가 발목 부상으로 오는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마운드에 오르지 않는다”고 전했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투·타 겸업은 물론 수비까지 소화하는 ‘삼도류’ 가능성이 제기됐었기에 일본 야구계는 충격에 빠졌다.
팀의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지휘 중인 구리야마 히데키 니혼햄 감독은 “오타니와 논의했지만 투수로 WBC에 출장하는 게 어려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오타니는 “투수로 나서지 못하는 건 아쉽다. 타자로 좋은 방향을 잡겠다”라고 입장을 표했다. 하지만 타자 출장도 미지수다. 일본 언론은 “전력질주가 어려우면 타자로도 무리가 아니겠나”라고 전망했다. 구리야마 감독은 “지금 정상적으로 준비해도 시즌 개막에 맞춰 몸을 만들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눈여겨볼 점은 부상 원인이다. 오타니는 지난해 일본시리즈 당시 타자로 나와 1루 베이스를 밟던 도중 발목을 다쳤다. 부상 여파로 양쪽 다리의 근육통까지 생겼다. 우투수 오타니의 오른쪽 발목은 투구시 축이 되는 부위다. 약간의 통증으로도 원활한 투구가 힘들다.
타자들이 베이스를 밟다 부상을 당하는 경우는 빈번하다. 살짝 접질리는 수준부터 인대 손상까지 정도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러한 부상은 야수들의 전유물이다. 물론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나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에서는 투수들이 타격과 주루 플레이에 나선다. 그러나 무리한 동작 없이 몸을 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오타니처럼 타격과 주루를 전력으로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일반 타자들과 똑같이 부상에 노출되는 셈이다. 실제 오타니는 지난해 자신이 친 타구에 정강이를 맞거나 주루 도중 홈에서 포수와 충돌하며 신음했다. 2013년에는 우익수로 나서 이대호의 타구를 쫓다 펜스에 부딪히며 발목을 다친 경험도 있다. 심지어 오타니의 소속팀 니혼햄은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퍼시픽리그 팀이다. 야구에 만약은 없다지만 투수로만 전념했다면 당하지 않을 부상이었다.
일본 야구 원로들은 오타니의 이도류에 수 차례 우려를 표했다. 부상 탓에 최고의 재능을 잃을까 염려했기 때문이었다. 오타니 본인은 늘 괜찮다며 손사래쳤지만 끝내 부상의 늪에 빠지며 원로들의 의견이 옳았음을 증명하게 됐다.
일본 대표팀은 자칫 최고 구속 165km의 ‘투수 오타니’와 22홈런을 기록한 ‘타자 오타니’ 모두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특히 투구수 제한이 있는 WBC에서 투수 오타니를 볼 수 없는 점은 전력에 큰 구멍이 뚫리는 셈. 가뜩이나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 다르빗슈 유(텍사스) 등 메이저리그 투수 전원이 불참을 선언한 일본 대표팀에 비상이 걸렸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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