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과 이어집니다.)
정선아는 뮤지컬 '보디가드'에서 가수 양파, 손승연과 함께 레이첼 마론 역에 트리플 캐스팅됐다. 처음부터 뮤지컬 배우로 시작했던 본인과 달리, 가수 출신인 양파와 손승연과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된 소감에 대한 질문에 정선아는 '신세계'를 만난 듯 반짝반짝 눈을 빛냈다.
"(손) 승연씨는 예전부터 어린 나이에도 노래를 너무 잘해서 '뮤지컬도 잘 하겠다' 했던 친구였는데 이번에 좋은 계기로 뮤지컬을 하게 됐더라. 뮤지컬적으로도 앞으로 잘 될 것 같다. 양파 언니도 당대 최고의 가수이지 않냐. 그런 분들과 한 자리에 있다는 게 저한테 큰 도움이었고 여러가지 면에서 저를 좀 더 성장시킬 수 있는 윤활유같았어요. 각각의 레이첼이고 음악도 중요하지만 뮤지컬이기 때문에 가사를 전달하는 걸 더 구체화시키고 그 공부를 좀 더 하자고 했어요."
또한 수많은 뮤지컬에 참여했던 정선아지만 이번 '보디가드'는 특히나 힘들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화려한 무대 위 디바답게 수십번씩 옷을 갈아입어야 할 뿐 아니라, 휘트니 휴스턴표 고음도 매끄럽게 소화해내야하기 때문.
"사실 노래만 하고 춤만 추면 덜 힘들 수 있는데 이번에는 옷도 갈아입으면서 연기도 하고 살사 댄스도 추잖아요. 사실 그냥 불러도 힘든 노래들이거든요. 이번에 느낀 건 춤을 추며 노래를 한다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레이첼은 어떤 신에서든 계속 나오니까 분장실에도 못 들어가고 무대 위에서 옷 갈아입고 물만 마시고 다시 나갈 정도에요. 헤어, 의상 크루 친구들이 2명씩 붙어요. 머리하면서 옷도 벗고. 이제는 손발이 척척 계획대로 착착이에요(웃음). 이번에 한계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한 걸음 더 뛰어넘은 기분이에요. 이런 작품을 이런 때에 만나서 감사하고 행복하게 무대 위에서 디바로서 잘 지내고 있어요."
특히 '보디가드'의 레이첼 마론은 아들을 혼자 키우는 싱글맘으로, 아직 미혼인 정선아가 연기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을 터. 하지만 정선아는 오히려 레이첼 마론을 통해 엄마가 된 미래의 자신을 상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기회로 삼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제 나이가 모성애를 느낄 수 있는 나이가 돼서 그런지 아이들이 세 명이나 되는데 다들 너무 귀엽고 예쁘더라고요. 만약 나에게 이런 가족이 있다면 '나는 어떨까', '엄마가 될 준비가 됐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모성애에 관
한 연기를 많이 봤다면 지금은 그런 걸 떠나서 제가 아이들을 보면 생각나는 감정들로 했을 때 다들 애엄마 같다고 얘기를 해주시더라고요. 프랭크와의 사랑에 대해서도 이전에 했었던 작품보다 성숙하게 다가서려고 했던 것 같아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 '보디가드'의 레이첼 마론은 경호원 프랭크 파머와 사랑에 빠진다. 원작에서는 케빈 코스트너가 연기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 역할은 박성웅과 이종혁이 맡아 새로운 매력을 예고했다. 이에 두 사람과 직접 호흡을 맞추게 된 정선아의 소감은 어떨까.
"두 분의 매력이 너무 다르세요. (박)성웅 오빠는 역할에 너무 잘 스며들어서 총각도 아닌데 무대에서 같이 하고 있으면 떨려요. 무대 위에서 하는 대사들이 가슴에 팍 박혀서 제가 언제 어디에 있든지 지켜줄 것 같은 믿음직스러운 보디가드 같아요. 뮤지컬인데 원래 하셨던 분처럼 하셔서 이 뮤지컬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시고 공부하셨구나 느껴질 정도로 호흡이 척척이에요. 제가 가사랑 대사가 많아서 까먹을 때가 있었는데 당황하지 않고 베테랑 답게 '배우는 배우다' 느낄 만큼 에스코트를 해주시는 걸 보고 놀라기도 했어요. 종혁 오빠는 워낙 뮤지컬도 많이 하셔서 척하면 척이에요.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해요. 내용 자체가 어느순간 무거워질 수 있는데 오빠가 그런 걸 잘 풀어주고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누구 하나 선택할 것 없이 달콤하고 사랑스럽고 보디가드 같아서 심쿵해요."
이처럼 레이첼 마론 그 자체가 된 듯한 정선아의 모습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보컬 레슨을 받기도 했고, 화려하고 노출이 많은 의상을 소화하기 위해 매일 운동도 했다. 정선아가 이러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 데에는 언젠가 이루고 싶은 꿈이 있기 때문.
"단독 콘서트는 누구나 꿈꿀 것 같아요. 언젠가 제가 프로필이 좀 더 쌓이면 단독이 아니더라도 부름이 있는 곳에서 무대를 꾸며보고 싶어요. 남자 배우와 함께 재미있게 듀엣을 한다든지, 친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도 좋아요. 찾아만 주신다면, 어느 하나에 국한되지 않고 재밌는 것들을 하고 싶어요."
정선아는 뮤지컬을 하는 동안 온 에너지를 쏟아붓고 작품이 끝나면 홀연히 여행을 떠난다고 밝혔다. 특히나 많은 체력을 요했던 이번 '보디가드'가 끝난 후에도 마찬가지.
"이번 작품 끝나고도 따뜻한 나라로 여행을 갈 거예요. 이 추위에 정말 힘들었거든요. 좋은 컨디션으로 해도 100% 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데 감기에 걸려서 참 힘들었죠. 앞으로도 남았지만 체력 관리 잘 해서 3월에 끝나면 더운 나라에 가서 모든 짐들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계속 달릴 예정이에요. 지금까지 딱 반 했는데 아직 한 달이 남았으니까 이거에 집중하고, 또 좋은 작품 있으면 관객분들과 만나고 싶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어요." / jsy901104@osen.co.kr
[사진] 씨제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