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새 사령탑인 트레이 힐만 감독은 대화를 즐겨하는 스타일이다. 코치들은 “잘 듣기도 하고, 말도 잘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 무대는 처음인 만큼 적극적으로 대화하며 적응 기간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각오다.
그런 힐만 감독이 지난해 11월 가고시마 유망주캠프 당시 하지 않은 말이 딱 하나 있다. 바로 선수들에 대한 평가였다. 힐만 감독은 SK 선수들의 인상에 대한 질문에 “영상과 기록을 봤지만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직접적으로 보지 못했고, 1군 선수들은 이곳에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스프링캠프가 끝날 때쯤이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웃었다. 이제 그 스프링캠프가 시작됐다.
지난 1일 전지훈련지인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로 떠난 SK 선수단은 장시간 비행과 시차 적응에 따른 피로를 풀고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다. 취임식과 마무리캠프 기간을 제외하면 미국에서 오프시즌을 보낸 힐만 감독은 플로리다에서 선수들을 맞이했다. 그런 힐만 감독은 시작부터 기대했던 효과를 내고 있다. 바로 선수단 내부의 긴장감 배가다.
힐만 감독의 전반적인 스타일은 언론과 자신의 입을 통해 어느 정도 설명이 됐다. 그러나 선수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어떤 유형의 선수를 선호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다. 때문에 선수단 내부에서도 여러 가지 추측이 오간다. “같은 기량이면 베테랑 선수들을 우대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고, “니혼햄 시절을 생각하면 젊은 선수들을 선호할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있다. 심지어 “영어를 잘하는 선수가 유리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이렇게 감독의 스타일을 잘 모른다는 자체만으로도 선수들에게는 자극이 된다. 당연히 “감독에게 시작부터 강한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기존 주전 선수들은 물론 신진급 선수들 모두 마찬가지다. 기량은 물론 훈련 태도나 사생활적인 측면에서도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분위기가 읽힌다. 힐만 감독도 “선입견 없이 선수들을 지켜보겠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있고, 대화의 문도 열려 있다”고 공언했다.
이재원은 “우리나라 감독님이시면 바깥에 계셨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선수들의 장·단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힐만 감독님은 다르다”며 긴장감을 드러냈다. 간판스타격인 최정도 “설렘이 동반된 긴장”이라고 표현했다. 4번 타자인 정의윤 또한 “새로 감독님이 오셨기 때문에 내 자리는 없다고 생각하고 훈련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칫 나태해지는 순간, 팀 내 입지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한 중견급 선수는 “예전에 체성분 테스트로 논란이 돼 주축 선수들이 캠프에 오지 못했을 때(2013년 전지훈련)도 이 정도 긴장감은 아니었다. 그때는 어차피 들어올 선수는 들어온다고 생각했던 때”라면서 “1차 전지훈련부터 뭔가를 어필하기 위해 다들 오프시즌 중 열심히 운동을 했던 것 같다”고 팀 내 분위기를 설명했다. 실제 SK는 적잖은 선수들이 괌과 사이판으로 나뉘어 동계훈련을 했고, 선수단 출발에 앞서 플로리다에 미리 들어간 선수도 6명이나 됐다. 매력적인 풍경으로 유명한 플로리다지만, 올해는 이를 즐길 시간이 별로 없을 것 같다. /skullboy@osen.co.kr
[사진] 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