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투수들이 디펜딩 챔피언인 두산 투수진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시작은 캡틴 류제국(34)이었다. 1월초 시무식에서 그는 "지난해 우리가 한국시리즈 올라갔더라면 재미있는 시리즈가 됐을 것이다. 4강에 올라가면 두산을 견제할 팀은 우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응이 뜨거웠다. 안 좋은 의견들로.
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의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류제국은 "두산과 상대 전적에서 크게 밀리지 않았고, 맞붙으면 잠실 라이벌팀끼리 붙으면 재미있었을 거라는 의미로 말했는데 후폭풍이 너무 거셌다. 욕 엄청 먹었다"고 웃었다.
이후 미디어에서 FA 차우찬이 가세한 LG 선발진을 두산의 '판타스틱4'와 비교하면서 후폭풍은 이어지고 있다. 류제국은 "두산은 우리를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을 거 같은데. 우리 투수력은 항상 상위권이었다. 타팀에 밀리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도전 의식을 드러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페이스가 조금 느린 것 같다. 오전 마지막 수비 훈련은 코치가 열외도 시켜줬는데.
"조금 불안하긴 하다. 운동량이 적어서. 이제 3일차이고 33일이 남아있으니 천천히 준비하면 된다. 고참급이니깐 배려해주신 것 같다. 부상 당하지 않게 관리해주시는 것 같다."
-애리조나에 1월에 일찍 들어왔는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작년에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이닝(161⅓이닝)을 던졌다. 이제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작년 여파가 아직 남아 컨디션이 쉽게 안 올라오는 것 같다. 운동을 하면 어딘가 뭉치기도 하고."
-나이 숫자가 하나 늘어나면서 달라진 건가.
"조금 느끼고 있다. 캠프 시작하고는 잠도 일찍 자고 있다. 몸 관리에 더 신경쓰고 있다. 노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나보다 나이 많은 선수들이 많이 뛰고 있고. 은퇴할 때까지는 건강하게 뛰고 싶다."
-FA까지 뛰어야 하지 않겠나.
"FA이요? 2021년까지 뛰어야 된다. 네 시즌 뛰고 5년이나 남았다. 솔직히 기대 안 하고 있다. 그때 나이가 39세가 된다. 그 때쯤이면 은퇴하고 제2 인생을 하지 않을까 싶다."
-차우찬이 들어와 선발진이 좋아졌다. 선발진 중 최고참이라 책임감도 생기지 않나.
"책임감도 커지고 불안함도 커졌다. 우찬이가 와서 큰 힘이 되면서, 나 스스로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을 각인시켜줬다. 우찬이가 잘 적응하게 보필해야 한다. 차우찬, 허프, 소사 3명이 잘 하면 나도 영향을 받아서 좋은 성적이 나올 것 같다."
-두산과의 라이벌 발언을 한 뒤로 임찬규, 허프도 '선발 5명이 두산 판타스틱4에 밀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인터뷰를 했다. 두산을 향한 도전의식이 선발 투수들 사이에 공유되는 것 같다.
"우리 팀이 2013년부터 가을야구를 한 것이 투수력 덕분이라고 본다. 투수력은 항상 상위권에 있다는 생각, 투수들끼리 자부심이 강하다. 우리가 투수력에서는 밀리지 않은 팀이다. 두산과 라이벌이고, 두산은 우리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두산에는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올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잠실 라이벌이 아니라도 '우승팀'을 향한 도전, 투지가 생기는 거라고 보는데. 다른 투수들이 두산을 겨냥한 말을 하기를 바랐나.
"아니다. 바라지는 않았다. 내가 욕을 너무 많이 먹어서. 다른 선수들이 그런 말을 해서 욕먹을까봐. 그래도 기분은 좋더라.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구나. 우리 투수들이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구나. 선수들끼리 작년에 우리가 올라갔으면 두산이 편하게 우승하지는 못했을 거다라는 이야기는 많이 했다. 두산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두산과 상대 성적이 괜찮아서 우리가 올라갔으면, 게다가 잠실 라이벌이라 더 재미있었을 거라는 의미로 말한거다. 그런 매치업은 팬들도 재미있지만, 선수들도 재미있다."
-주장으로 목표는. 선수들에게 주문하는 것은.
"선수들에게 항상 이야기 한다. 일단 4강부터 들어가고 난 다음에 생각하자. 한국시리즈, 우승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최근 가을야구에 진출했지만 우리 팀은 매번 플레이오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4강부터 가서, 플레이오프를 잡고. 그 다음에 한국시리즈를 갈 수 있다고 얘기한다." /orange@osen.co.kr
[사진] 글렌데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