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회동' 김성근-김기태, 무슨 말을 했을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2.05 06: 48

무려 2시간짜리 깜짝 회동이었다.
한화 김성근(75) 감독은 지난 3일 KIA 캠프가 차려진 일본 오키나와 킨구장을 깜짝 방문했다. 당초 4일 한화 캠프지인 고친다구장을 방문하기로 했던 KIA 김기태(48) 감독은 예상 못한 김 감독의 등장에 부리나케 손님 맞이를 했다.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약 2시간 동안 감독실에서 둘 만의 티타임이 이어졌다.
두 사람은 1996~1998년 3년간 쌍방울에서 감독-선수로 함께하며 사제의 연을 맺었다. 김기태 감독은 "오랜만에 감독님을 만나 좋은 말씀 많이 들었다"면서도 대화 내용에 말을 아끼며 스승에 대한 예우를 갖췄다. 하루 뒤인 지난 4일 고친다구장에서 김성근 감독에게 김기태 감독과 나눴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들을 수 있었다.

김성근 감독은 "작년 시즌이 끝나고 오랜만에 만났다. 옛날 이야기도 하고 재미 있는 시간이었다"며 웃은 뒤 4일날 김 감독이 인사하러 온다던데 KIA도 연습하는 날이라 미안하더라. 그래서 우리가 쉬는 날에 가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고 깜짝 방문 이유를 밝혔다. 같은 오키나와이지만 훈련 장소는 약 1시간 거리. 김기태 감독이 2일 한화 매니저를 통해 캠프 방문을 예고했지만 김성근 감독이 하루 먼저 움직여 제자를 찾았다.
김성근 감독은 "김기태 감독과 여러 이야기를 했다. 지난 가을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다카하시 요시노부 요미우리 감독에게도 말한 적이 있는데 '감독은 늘 관리하고 감시해야 하는 자리'라고 했다. 팀에 무엇이 모자란지 직접 보고 움직이며 준비해야 한다. 밑에 사람들에게 믿고 맡기면 모양새 좋고, 편할 수 있지만 그러면 팀이 망가질 수 있다"고 감독 역할론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야구인끼리는 의리를 갖고 살아야 한다는 말도 했다. 요즘은 그런 부분들이 조금은 없어져 안타깝다. 내가 앞에서 프런트와 싸우는 것도 야구인들을 지키기 위함이다. 그래야 코치·선수들이 편해질 수 있고, 기술 훈련에 몰두할 수 있다. 감독이 끌려 다니면 존중을 받지 못한다. 욕바가지를 먹더라도 감독이 숨어선 안 된다. 야구인으로서 라인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박종훈 단장 부임 후 권한이 대폭 축소됐다. 캠프 첫 날부터 그라운드에 발을 들인 박 단장과 고성이 오가는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단장 역할론에 대한 시각차이가 극명했고, 쌓이고 쌓인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다. 김 감독은 "KIA 캠프를 직접 보니까 평화롭더라. 김기태 감독에게 부럽다는 말도 했다"며 속내를 털어놓았음을 인정했다.
"우롱차만 4잔을 마셨다"는 김성근 감독은 "KIA가 훈련하는 걸 보고 좋은 자극을 받았다. 연습하는 것을 보니 이런 게 있구나 싶었다. 잊어 먹고 있던 것을 느끼게 됐다"고도 말했다. 4일 한화 훈련에선 타자들이 고정티를 올려놓고 타격을 했다. 김 감독은 "이번 캠프에 처음 고정티로 치고 있다. 스스로 타이밍을 잡으며 레벨 스윙을 만들 수 있다. 레벨 스윙이 안 되는 선수들에게 이 연습을 다시 시키고 있다. KIA 캠프에서 참고가 됐다"고 웃어보였다.
김성근 감독이 밝힌 대화 내용은 여기까지. 둘만의 대화에서 은밀한 트레이드 논의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2일 김기태 감독이 방문하겠다는 소식에 "올 때 빈손으로 오지 말고 선수도 둘은 데리고 오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한화와 KIA는 지난 2015년 5월 두 감독의 주도로 4대3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한 바 있다. /waw@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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