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이하?' 국가대표 3루수 허경민의 희망가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2.06 10: 05

[OSEN=최익래 인턴기자] 타율 3할4리, 출루율 3할7푼8리, 장타율 0.519, 22.6홈런, 88.9타점, 지난해 150타석 이상 들어선 3루수 11명의 평균 성적이다. 지난해 KBO리그 3루는 최정(SK), 황재균(샌프란시스코), 박석민(NC)으로 대표되는, ‘강타자’ 이미지가 강한 포지션이었다.
허경민(두산)은 144경기에 모두 나섰지만 타율 2할8푼7리, 출루율 3할6푼, 장타율 0.386, 7홈런 81타점을 기록했다. 공격 지표 어느 면으로 따져봐도 리그 평균 이하의 3루수였다.
그럼에도 허경민은 오는 3월 열리는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최종 엔트리에 리그 최고의 3루수 박석민과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미국 진출을 선언한 황재균은 차지하더라도 박석민, 이범호, 김민성, 송광민 등 허경민보다 더 나은 타격 능력을 선보인 3루수가 여럿 있는 가운데서도 말이다.

허경민은 이러한 평가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3루수하면 장타, 강한 공격력을 먼저 떠올린다”고 운을 뗀 뒤 “나 역시 이런 부분을 부정하지 않는다”라고 수긍했다.
허경민이 꼽은 자신의 강점은 방망이가 아닌 글러브에 있었다. 허경민은 지난해 1206⅓이닝을 소화하며 이 부문 KBO리그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실책은 단 7개에 불과했다. 3루수 실책 1위 루이스 히메네스(LG)가 허경민보다 약 100이닝 적은 1123⅓이닝 동안 2배 이상인 17개의 실책을 기록한 점과 대조적이다.
100이닝 당 실책을 따져보면 허경민은 0.6개, 히메네스는 1.7개였다. 적은 이닝(504⅔이닝)을 뛴 조동찬(삼성)은 무려 100이닝 당 2.2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허경민의 안정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허경민은 “내가 프로선수로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이 수비력이다. 그래서 ‘최다 수비 이닝’ 기록을 늘 욕심내왔고, 지난해 이룬 것 중 가장 소중하다”면서 “3루수 중에 나처럼 수비력이 강한 선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허경민의 올 시즌 목표는 정작 타격에 맞춰져 있다. 바로 두 자릿수 홈런 돌파다. 허경민은 프로 5시즌 통산 533경기에서 단 9홈런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7홈런을 기록하며 ‘일발 장타’능력을 어느 정도 보여줬지만 그 전 4년간 2홈런에 머무른 셈.
그럼에도 허경민은 당당했다. 그는 “‘허경민’이라는 선수가 공격 부분에서 많은 발전을 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대부분 선수들이 체력 고갈을 호소하는 7~8월에 꾸준히 경기에 나서면서도 6홈런을 몰아쳤던 점을 감안하면 두 자릿수 홈런 돌파가 요원해보이지만은 않는다.
허경민은 WBC 대표팀 합류를 약 일주일 정도 앞두고 있다. 지난 2015년 프리미어12의 경험 덕에 크게 긴장하지 않는 눈치다. 당시 박석민의 대체 선수로 명단에 이름을 올린 허경민은 일본과의 개막전에서 선발 3루수로 나섰다. 그러나 2회말 3루 베이스에 맞고 굴절되는 타구를 깔끔히 처리하지 못해 선취점의 빌미를 내줬다. 이어 타석에서는 번트 작전 수행에 실패하며 2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고개를 떨궜다. 결국 허경민의 프리미어12는 거기까지였다.
허경민은 “국가대표라는 이름과 명예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영광이라 생각한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동시에 안고 있지만, 그 부담감을 이겨내 후회 없는 경기를 한다면 많은 관심 보내주시는 팬들에게 보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다짐했다. 이어 “야구인생에서도 큰 의미와 자산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프리미어12의 아쉬움을 몇 배로 되갚겠다는 절치부심의 각오다.
타자를 평가할 때 가장 살펴보기 쉬운 항목은 타격이다. 타격 능력이 빼어난 선수는 스포트라이트도 많이 가져간다. 그러나 팀에 보탬이 될 방법은 타격만이 아니다. 수비로 팀에 기여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두산의 KBO리그 한국시리즈 2연패 순간마다 3루를 지킨 이는 허경민이었으며 최근 두 번의 국제 대회에서도 모두 허경민이 있었다. 이는 허경민의 가치를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대목이다.
타격에서 리그 평균 이하 3루수일지언정 허경민은 국가를 대표하는 3루수다. 그리고 그 가치를 한 달 앞으로 다가온 WBC에서 뽐낼 일만 남았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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