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 나우' 택한 롯데, 베테랑 반등이 절실한 이유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2.06 13: 00

롯데는 지난해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이 등장하면서 가능성을 보였고 미완의 유망주들의 각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없는 시즌은 아니었다는 평이다. 성적에서 아쉬움을 남길지언정 육성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시즌이었던 것.
하지만 롯데는 올해 이대호를 컴백시키면서 구단 노선에 변화를 줘야 했다. 이대호 영입과 동시에 전력의 유무형적 상승효과로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육성을 통한 점진적 리빌딩 보다는 다시 ‘윈 나우(win now)’로 회귀했다. 당장의 성적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이대호는 복귀와 동시에 “KBO리그 경기는 많이 봤다. 롯데가 아쉽게 지는 경기들도 봤다”면서 “내가 들어왔다고 확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뭔가 달라진 롯데가 될 수 있도록, 강팀이 되는 롯데가 될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하겠다”는 말로 롯데의 가을야구를 다시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올해 롯데의 스프링캠프 명단에는 젊은 선수들과 함께 그동안 1군에서 활약했던 베테랑 선수들도 포함됐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에서 재활 중인 송승준, 지난해 부침을 겪었던 강영식, 이명우, 노경은, FA로 합류했지만 진가를 보여주지 못한 윤길현과 손승락, 지난해 불펜 마당쇠 역할을 했던 이정민, 절치부심해서 부활을 꿈꾸는 최준석까지. 모두 1군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보여준 선수들이다.
젊은 선수들이 빠르게 전력화가 될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베테랑의 역할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필요한 요소다. 성적을 내야하는 상황인 이상, 젊은 선수들로만 시즌을 치를 수는 없다. 캠프 명단의 특이점은 최준석을 제외하면 모두 투수진에 베테랑들이 쏠려 있다는 것. 베테랑들의 역할은 투수진에서 특히 중요하다는 의미다.
'영건' 투수들은 1군의 중심에서 부담감을 온전히 받아내기엔 경험이 아직 부족하다. 지난해 롯데 선발진에서 박세웅이 로테이션을 빠짐없이 소화했지만 베테랑들의 중간 다리 없이 외국인 원투펀치의 뒤를 잇는 토종 에이스 역할을 어쩔 수 없이 맡아야 했던 것은 난맥상이었다. 선발 자원인 노경은과 송승준이 선발진에 안착해, 젊은 투수들이 부담 없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정민이 지난해와 같이 ‘회춘’한 활약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가정 하에 불펜진에서도 윤길현과 손승락이 뒷문을 불안감 없이 맡아줘야 하는 과제도 남겨져 있다. 박진형과 박시영이 만약 불펜으로 온다면 이들에게 좀 더 편안한 상황에서 등판할 수 있게끔 윤길현과 손승락이 지난해의 부진을 씻어내는 활약을 펼쳐야 한다. 좌완 불펜진에서도 새얼굴로 등장한 김유영은 아직은 미숙한 점이 많다. 강영식과 이명우가 반등을 해야 한다. 특히 홍성민(군입대), 이성민(미계약)이 없는 상황에서 베테랑 투수들의 존재는 더욱 각별해진다.
야수진도 마찬가지. 이대호와 함께 훈련을 하며 체중 감량에 힘쓴 최준석과 비시즌 다시금 부활을 노리는 정훈과 전준우 등이 제 몫을 해주느냐가 중요한 시즌이다. 강민호와 손아섭의 중고참급은 꾸준한 활약을 했기에 계산이 서는 자원들. 부상을 조심하면 된다. 또한 문규현과 이우민 등 내외야의 백업진을 한층 두텁게 해 줄 30대 자원들까지.
기량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이들이 후배들에게 전수해주는 노하우나 경험들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아직 루틴이 정착되지 않은 젊은 선수들에게 베테랑들의 훈련법은 ‘살아있는 교보재’이기 때문에 베테랑들이 1군에서 활약하며 정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도 좋지만, 롯데는 현재 무작정 리빌딩과 육성만 해서는 안 되는 팀이다. ‘윈 나우’의 결실을 맺기 위해선 투타 모두 베테랑들이 자신의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것이 롯데의 시즌을 좌우할 전망이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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