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타임머신] ‘왕의 귀환’ 이대호, 롯데 FA 잔혹사 끊는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2.06 06: 26

롯데는 신생 2개 구단(NC·kt)를 제외하면 리그에서 가장 오랜 기간 한국시리즈 우승을 못 해본 팀이다. 1992년이 마지막 ‘좋은 추억’이다. 당시 태어난 이들은 이제 서서히 결혼을 생각할 나이가 됐다. 이처럼 기다림이 길어지면서 팬들도 지쳐가고 있다.
그동안 롯데가 가만히 앉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나름대로 화제를 불러 모은 적이 있었다.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는 했던 팀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렇게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영입한 선수가 기대만큼 활약을 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고, 오히려 떠난 선수가 꾸준한 활약을 해 입맛을 다신 경우도 있었다.
2000년 시작된 FA 시장에서 롯데의 외부 영입 1호는 2004년 정수근과 이상목이었다. 21세기 들어 성적이 바닥까지 떨어지며 고전하고 있을 때 외부 자원 영입으로 승부를 건 것이다. 6년 40억6000만 원을 들인 정수근은 당시 리그 최고의 리드오프 중 하나였고, 4년 22억 원에 계약한 이상목은 견실한 선발 자원이었다. 문동환과 신종길이라는 보상선수들도 내줬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 정수근은 롯데 이적 이후 6년 동안 100경기 이상 출전이 두 번에 그쳤다. 타격 생산력은 물론 리그 최고 수준의 발도 조금씩 무뎌졌다. 롯데 이적 전 세 차례나 50도루 이상을 기록했던 정수근은 롯데에서의 6년 동안 101도루에 머물렀다. 결정적으로 조금씩 올라올 때만 되면 그라운드 밖에서 몇 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결국 2009년 15경기 출전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만 32세의 나이였다.
1999년 14승을 거두며 한화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일조했던 이상목도 롯데 이적 후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 직전 시즌인 2003년 15승7패에서 입단 후인 2004년 3승9패로 성적이 뚝 떨어졌다. 2005년에는 6승7패 평균자책점 3.02, 2006년에는 12승8패 평균자책점 3.25로 선전했으나 계약 마지막 해인 2007년 1승4패 평균자책점 6.69에 그치며 결국 초라하게 팀을 떠났다. 4년간 22승28패를 기록했다. 2년은 100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두 선수의 실패 이후 한동안 외부 FA에 소극적이던 롯데는 2009년 홍성흔의 영입으로 재미를 봤다. 여기에 이대호가 일본진출을 선언하자 2012년 SK의 벌떼야구를 이끌던 정대현과 이승호를 동시에 영입하며 불펜 보강에 성공했다. 타격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온 상태로, 팀의 약점이었던 불펜을 보강하면 우승권에 더 근접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정대현에게는 4년 36억 원, 이승호에게는 4년 24억 원을 투자했다. 아직은 FA 시장 폭등 직전의 시기였다. 상당한 액수였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부상 등 이런 저런 사정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이승호는 2012년 41경기에 뛴 뒤 NC의 창단 특별지명을 통해 NC로 건너갔다. FA로 영입한 선수를 1년 만에 20인 밖으로 풀어버린 것이다. 정대현은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SK 시절과 같은 위용을 보여주지 못한 채 롯데 이적 후 5년간 7세이브·45홀드에 머물고 있다.
2013년 FA 시장에서 팀의 핵심인 홍성흔과 김주찬을 동시에 놓친 롯데는 2015년 장원준에게 거금을 제시했으나 두산에 뺏기는 등 고전을 이어갔다. 그런 롯데는 팀의 고질병이 된 불펜을 강화시키고자 지난해에는 리그 구원왕 출신인 손승락(4년 60억 원)과 리그 정상급 셋업맨인 윤길현(4년 38억 원)을 동시에 영입해 또 한 번 팬들을 흥분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한창 좋을 때의 성적만은 못했다. 
이런 FA 잔혹사에 황재균을 놓쳐 찜찜함이 남아있는 롯데로서는 이대호의 활약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롯데는 이대호가 떠난 뒤 팀 성적이 시나브로 떨어진 기억이 있다. 최근 4년 동안은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다. 만약 이대호까지 제 몫을 하지 못한다면 ‘150억 원’이라는 금전적 상징성과 함께 잔혹사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또한 이번 계약은 이대호의 만 35~38세 계약을 떠안는다. 위험부담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이대호의 타격 능력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증거가 많다. 일본에서도 최고 수준의 타자였고,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도 들쭉날쭉한 출전 시간에도 불구하고 14개의 홈런을 기록하는 등 경쟁력을 선보였다. 심리적으로 편안한 환경에서 야구를 할 수 있게 된 만큼 ‘7관왕’의 위용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롯데의 1루 포지션이 리그 평균 아래였기 때문에 상대적인 체감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 ‘왕의 귀환’에 관심이 쏠린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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