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배영수 이구동성, "로저스보다 오간도" 왜?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2.06 06: 04

김성근, "오간도 진지한 모습 인상적"
배영수, "캐치볼만 해도 무서운 투수"
감독과 선수 그리고 코치까지 이구동성이다. 알렉시 오간도(33)가 에스밀 로저스(32)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이다. 

오간도는 지난 5일 일본 오키나와 야에세 고친다구장에서 첫 불펜투구를 했다. 총 42개의 공을 던진 오간도는 직구·슬라이더·투심·체인지업을 골고루 던졌다. 아직 실전 투구는 하지 않았지만, 오간도의 위엄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화 역대 외인 투수 중 최고였던 로저스를 능가할 것이란 기대가 확신으로 커지고 있다. 
▲ 김성근, "진지한 자세, 감정 기복 없다"
김성근 감독은 "볼이 안정돼 있는 것은 로저스보다 위다. 볼이 (스트라이크존) 근처에서 논다. 투구 폼도 뒤가 짧고, 손이 가려져 나와 타자들이 타이밍 맞추기 힘들 것이다. 영상으로 본 것보다 괜찮다. 공을 앞에서 빠르게 채기 때문에 변화구 다음에 직구를 던지면 타자가 더 힘들 것이다"고 평가했다. 
김 감독이 로저스보다 오간도를 높게 치는 건 마운드 위 진지한 자세다. "공 하나를 던지더라도 흔들리지 않는다. 한마디로 진지하다. '이게 메이저리거구나' 싶다. 던지는 모습을 볼 때는 쉽게 흔들릴 피처가 아니다. 감정 때문에 기복이 있는 투수는 아닌 것 같다"는 것이 김 감독의 말이다. 
로저스도 대단한 투수였지만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쉽게 흥분하는 경향이 있었다. 동료들의 실책, 심판 판정으로 무너지는 모습이 몇 차례 나왔다. 그런 점에서 진중하고, 무게가 있는 오간도의 자세가 김 감독의 마음에 쏙 들었다. 김 감독은 "오늘 웃는 얼굴을 처음 봤는데 착하다 싶다"며 흡족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배영수, "캐치볼만으로도 무서운 투수"
'현역 최다승' 투수 배영수는 오간도와 같은 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오간도의 캐치볼 파트너가 바로 배영수다. 계형철 투수코치는 "배영수가 오간도의 캐치볼을 보고 놀라더라. 로저스보다 공이 더 좋다고 한다. 볼끝이 지저분하고, 숨기는 동작이 있어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배영수는 "내가 말한 게 맞다. 캐치볼하면서 무섭다는 느낌은 오랜만이다. 갈베스 이후 처음이다. 갈베스도 무서운 투수였는데 오간도의 캐치볼도 겁날 정도다. 볼끝이 팍팍 꺾인다. 가까운 거리에서 캐치볼할 때는 더 무섭다. 직구뿐만 아니라 슬라이더로 브레이크가 좋다"며 "로저스보다 위력적이다. 글러브가 찢어질 정도"라고 놀라워했다. 
배영수가 말한 발비노 갈베스는 지난 2001년 삼성에서 뛴 외국인 투수. 강력한 직구로 과감하게 몸쪽 승부를 하는 유형이었다. 그해 5월 대체 선수로 들어와 15경기에서 10승4패 평균자책점 2.47을 기록했다. 두 번의 완봉승 포함 완투도 5번 있었다. 오간도가 갈베스만큼만 해줘도 한화에서는 구세주가 될 것이다.
▲ 오간도, 이대로 개막전 선발투수?
오간도는 이날 불펜 투구를 마친 뒤 "첫 실전 경기에서 1이닝을 시작으로 2~3이닝 그리고 5~6이닝으로 끌어올리겠다. 개막전에는 투구수 90개 이상을 맞출 수 있도록 하겠다. 개막에 앞서 6이닝 투구는 한 번이면 된다"고 김성근 감독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김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하던 식으로 조절하라. 네가 직접 스케줄을 만들어 갖고 오라"고 화답했다. 
지금 이대로라면 3월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과 개막전 선발투수가 유력하다. 첫 경기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김 감독은 개막전 선발 여부와 관련 "이제 고민해야지"라며 웃더니 "15일 야쿠르트와 연습경기에 1이닝 던질 것이다. 앞으로 볼 개수를 얼마나 늘릴지, 투구 버릇 같은 부분이 있는지 볼 것이다"고 밝혔다. 
오간도를 전담하고 있는 계형철 투수코치는 "오간도가 지금의 볼을 그대로 유지만 해줘도 된다. 가면 갈수록 좋아질 것이다"고 기대했다. 오간도가 큰 변수 없이 시즌을 맞이한다면 2010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불펜투수로 한솥밥을 먹은 더스틴 니퍼트와 선발 맞대결도 기대해 볼 만하다. 개막전 최고 빅매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waw@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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