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너무너무~".
지난 5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 이른 아침부터 걸그룹들의 신나는 댄스곡이 훈련장에 흘러 나왔다. 전날까지 고친다구장은 선수들의 훈련 소리만이 적만한 그라운드를 울렸지만 이날은 달랐다. 훨씬 밝은 분위기에서 선수들도 활기 차게 훈련을 소화했다.
이유가 있었다. 주장 이용규(32)가 지난 3일 훈련장에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김성근 감독에게 직접 건의한 것이다. 이용규는 "아침 웜업시간에는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을 수 있다. 노래가 나오면 선수들이 활기 차게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아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이용규가 주장으로 선임된 뒤 캠프에서 처음으로 한 건의. 김성근 감독도 "그럼 내가 노래해줄까"란 농담을 던지며 새 주장의 요청을 곧장 받아들였다. 평소 훈련할 때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김 감독이지만 이용규에게는 확실하게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일찌감치 이용규를 새 주장으로 점찍었다. 이용규의 남다른 승부근성을 높게 봤고, 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길 기대했다. 이용규가 주장을 거듭 고사했지만 김 감독의 결정은 확고했다. 결국 이용규는 프로 입단 후 처음 캡틴 완장을 차게 됐다.
김성근 감독은 "주장이라고 해서 너무 신경 쓰지 말라. 편하게 하라. 그 대신 문제가 있거나 어려울 때 언제든 오라, 나도 어려운 일이 있으면 네게 다 말하겠다"고 마음의 문을 열었다. 김 감독은 "예전부터 주장에게 권한을 많이 줬다. 프로야구 주장이란 그런 자리 아닌가. 이용규가 잘해줄 것이다"고 기대했다.
이용규는 "처음 주장을 고사한 건 내가 해야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서였다. 위로 (송)광민이형이나 다른 형들이 있기 때문에 나중에 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며 "감독님께서 직접 뽑아주셔서 결정하게 됐다. (김)태균이형과 (정)근우형처럼 주장을 한 형들이 내가 결정하는 것에 믿고 따르겠다고 해줘 힘이 된다"고 고마워했다.
이어 그는 "막상 주장이 되니 여러모로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아졌다. 이전까진 내가 해야 할 것만 했다면 주장은 선후배 모두 살피며 불편한 건 없는지 둘러보게 된다. 초·중·고 학교를 다닐 때 주장을 한 적이 있지만 프로는 차원이 다른 곳이다. 선수들이 마음 편하게 운동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