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팻 딘! 멋있다".
6일 일본 오키나와 킨구장. KIA 선수들의 워밍업이 시작된 오전 9시30분, 투수조 사이에서 웃음 폭탄이 터졌다. 깜짝 이벤트로 베테랑 투수 고효준이 새로운 외국인 투수 팻 딘에게 슈퍼 마리오 모자를 직접 선물한 것이다.
팻 딘은 우스꽝스런 슈퍼 마리오 모자를 쓰고 워밍업을 했고, 폭소가 터진 선수들은 기분 좋게 웃으며 훈련을 시작했다. 김기태 감독도 "오, 팻 딘! 멋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팀 동료들의 깜짝 이벤트에 팻 딘의 표정도 더없이 밝아졌다.
불펜장에서도 재미 있는 풍경이 있었다. 투수들이 불펜 투구를 하고 있을 때 보조구장에서 조계현 수석코치가 큰 목소리로 "홍구야~ 홍구야~"를 외쳤다. 고생하는 포수들의 사기를 북돋아주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홍구의 대답이 없었다. 김기태 감독은 "홍구 지금 없습니다"며 그가 아직 불펜에 오지 않았음을 알렸고, 일순간 주위는 웃음바다가 됐다.
KIA 캠프의 분위기가 이렇게 밝고 활기차다. 베테랑이든 젊은 선수든 모두가 미소를 띄고 있다. 올 시즌 KIA로 팀을 옮긴 최형우는 "훈련 분위기가 너무 좋다. 재미 있다. 따로 적응해야 할 게 없을 정도로 코치님, 선수들이 편하고 재미 있게 만들어준다"고 웃어보였다.
베테랑들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다이렉트로 훈련을 소화한 뒤 점심을 먹고 숙소로 돌아간다. 개인훈련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컨디션을 조절한다. 그 대신 젊은 선수들이 구장에 남아 3시 이후까지 훈련을 이어간다. 부족함을 느끼는 선수들은 엑스트라, 나머지 훈련을 소화한다.
엑스트라 이후에는 '자아발전'이란 시간도 있다. 신진급 선수들이 용지에 스스로 이름을 적어 넣는 식으로 신청자에 한해 자유롭게 정해진 시간 없이 알아서 추가 훈련을 한다. 이때는 코칭스태프도 자리를 비운다. 오로지 선수들의 자발적인 시간이다. 캠프가 시작된 후 지금까지 자아발전 지원자가 없었던 적은 없다. 매일 4~5명의 선수들이 컨디션에 맞춰 훈련한다.
오후 10시30분에는 '독서' 시간도 있다. 훈련으로 몸이 고되더라도 책을 읽으면서 마음의 풍요를 얻길 바라는 마음. 김 감독은 "특히 어린 선수들은 앞으로 가아 할 길이 멀다. 책을 읽는 습관을 들였으면 한다"며 "조만간 (책 읽은 것에 대한) 강의를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도 마윈 알리바바 사장과 관련된 책을 읽고 있다.
분위기만 좋은 게 아니다. 기본적으로 선수들 각자 준비 과정이 잘 되어있다. 김 감독은 "2월부터 캠프가 시작됐지만 선수들이 다들 몸을 잘 만들어왔다. (시범 케이스로 중도 귀국할 선수) 1~2명 정도 찾고 있는데 올해는 그런 선수가 아직 안 보인다"고 말할 정도로 빈틈이 없다. 내실이 기해져 있기에 훈련 분위기도 최고일 수밖에 없다. /waw@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