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극과 사극이 제대로 맞붙었다. 아직 시청률 1위는 '피고인'이지만 그 뒤를 쫓는 '역적'의 상승세와 반응이 심상치 않다. 한 발 늦게 출발을 했고, 시청률도 아직은 2위에 머물고 있지만, 그럼에도 '피고인'이 안심할 수 없는 이유가 충분한 드라마가 바로 '역적'이다.
MBC 월화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은 30부작 사극으로, 윤균상이 데뷔 후 처음으로 타이틀롤을 맡게 된 작품이다. 워낙 홍길동이라는 소재가 여러 작품에서 많이 쓰여지다 보니 이 작품 역시 제작 단계부터 "또?"라는 반응을 얻기도 했다. 게다가 윤균상이 30부작 사극을 이끌고 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생겼다.
여기에 경쟁작인 SBS '피고인'이 먼저 방송을 시작해 승기를 잡으면서 '역적'이 뒤를 쫓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역적'은 첫 방송부터 탄탄한 전개와 연기로 시선 몰이에 성공했고, 2회만에 가뿐히 시청률 두 자릿 수를 넘기며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지난 6일 방송된 3회는 전국 기준 10.5%(닐슨코리아 집계)라는 시청률을 얻으며 상승세를 제대로 탔다.
물론 '피고인'이 18.6%로 월화극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기 때문에 쉽사리 역전을 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역적'에게 기대를 거는 건 그만큼 이 드라마가 보여준 전개와 배우들의 연기가 재미있고 계속 보고 싶게 하는 흡입력이 대단하다는 의미를 가진다.
'역적'은 폭력의 시대, 나라에서는 역적이었으나 화내는 법을 잊어버린 백성들의 마음을 훔쳤던 연산군 시절 실존인물 홍길동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 3회까지는 어린 홍길동(이로운 분)의 아버지 아모개(김상중 분)가 조참봉(손종학 분)과 그의 부인(서이숙 분)으로 인해 사랑하는 아내 금옥(신은정 분)을 잃고 복수를 하는 과정이 숨가쁘게 전개됐다.
아모개는 치밀한 전략과 기지, 동네사람들의 용감한 증언을 통해 복수를 했고, 이는 곧 시청자들에게 속 시원한 재미를 선사했다. 지금까지의 사극에서 그려지던 노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아모개는 앞으로의 '역적'을 더욱 기대케 하는 이유가 됐다. 여기에 4회 말미 본격적으로 등장할 성인 홍길동, 즉 윤균상의 활약 역시 관심이 집중된다.
하지만 '피고인'의 철벽 방어도 눈여겨 봐야 할 듯 하다. 매회 반전 하나씩을 던져주고 있는 '피고인' 역시 몰입도가 상당한 것. 물론 아직 박정우(지성 분)가 기억을 모두 찾지 못해 '고구마'라는 평가를 얻고 있기도 하지만, 이것이 앞으로 펼쳐질 속시원한 전개의 초석이지 않겠냐는 반응도 적지 않다. 게다가 두 드라마 모두 방송 초반이다 보니 쉽사리 누구의 손을 들어주기 힘들 정도로 팽팽한 싸움이 예상돼 월화 밤이 즐겁기만 하다. /parkjy@osen.co.kr
[사진] 각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