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위증’에 놀라운 배우가 있었다. 영화 ‘범죄소년’ 당시 16살의 어린 나이에 연기력을 인정받고 도쿄영화제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석권한 배우가 바로 서영주다.
서영주는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에서 상당히 비중 있는 이소우 역할을 맡아 극을 이끌어갔다. 이소우는 정국고등학교의 비리를 아는 유일한 학생이었는데 이를 파헤치려고 하다 학교 재단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결국 자살을 선택한 캐릭터였다.
서영주는 사건의 키를 쥔 이소우 캐릭터를 밀도 있게 그려내며 강일수 감독에게 연기 극찬을 받기도 했다. 특히 서영주는 ‘솔로몬의 위증’에서 조재현과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춘 배우인데, 대선배인 조재현 앞에서 전혀 긴장하지 않고 연기를 펼쳤다.
극 중 갈등 관계인 조재현과 신경전을 벌이는 주고받는 연기호흡은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흥미진진한 재미까지 선사, 20살이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드라마든 영화든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배우는 뭐든지 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대를 가리지 않고 연기하고 있는 서영주. 연기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지는 배우다.
- ‘솔로몬의 위증’이 12부작의 드라마였는데 종영 소감은?
▲ 짧아서 그런지 더 촬영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촬영을 안 하니 끝난 것 같기도 하고 기분이 이상하다. 시원섭섭하다. 촬영하면서 중간에 눈이 와야 하는 상황에서는 눈이 안 오고 눈이 오지 말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눈이 왔고 막판에는 명절에도 찍었다.
- ‘솔로몬의 위증’ 원작을 못 본 시청자들은 이소우가 첫 회에 죽어 황당하기도 했는데?
▲ ‘솔로몬의 위증’이 이소우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드라마다. 일본 소설가 미야베 미유키의 장편소설이 영화화된 걸 보면 영화 속 이소우 캐릭터와 같은 인물은 죽은 후 안 나와서 드라마에서도 그럴 줄 알았는데 한국화되면서 캐릭터가 많이 바뀌었더라. 영화에서는 왜소하고 약한데 ‘솔로몬의 위증’에서는 우울증인 것 같지만 다 덤비라고 하고 정반대다. 이소우가 힌트도 주고 뭘 발견했는지 보여줄 수 있으니까 좋더라.
- ‘솔로몬의 위증’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는데?
▲ 감사했다. 드라마에서 많이 나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나오는 것도 중요한데 감독님이 극에서 중요한 키를 가지고 있는 역할을 연기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
- 아무래도 드라마에서는 이미 죽은 캐릭터라 학생들과 함께 어울리지 못해 아쉽지는 않았는지?
▲ 배우들과 호흡을 많이 맞추지 못해 아쉬웠는데 촬영장에서는 많이 만났다. 그런데 촬영이 재미있었다. 촬영이 없어서 교내재판을 보러 가서 봤는데 재밌더라. 일본 영화에서는 쉽게 풀어가고 길었는데 ‘솔로몬의 위증’에서는 더 무겁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 캐릭터가 굉장히 어두웠는데?
▲ 전작들 대부분 그렇다. 그런데 이런 캐릭터들이 재미있다. 이소우 캐릭터 같은 경우도 계속 연구하면서 궁금한 질문들을 던졌다. 어떻게 이런 일을 벌였을지, 어떻게 타살로 보이게끔 했을지. 그리고 12회를 보면 옥상에서 한지훈 캐릭터와 대화를 하는데 무슨 대화를 나눴을지, 영화를 보면 같이 죽자고 하는데 드라마에서는 혼자서 죽겠다고 하는데 이소우가 무슨 이유에서 그랬는지 많은 생각을 했다.
- 이소우 캐릭터에 대해 주변에서 반응은 어땠나?
▲ 이제 좀 학생 같다고 하더라. ‘범죄소년’ 때도 16살이었는데 20살이 된 지금 가족들이 ‘솔로몬의 위증’ 이소우를 보면서 이제 학생 같아 보인다고 했다.
- 이소우를 포함해 지금까지 어두운 캐릭터들을 맡았는데 실제 성격은 어떤지?
▲ 반대다. 밝고 말이 많다.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야 하고 소우보다 말이 많다. 이소우처럼 논리적이지 않지만 잘 웃고 밝은 평범한 대학생이다.
- 좀 더 밝은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은지?
▲ 여태껏 맡았던 캐릭터들이 어둡고 상처받고 희망을 찾고 바라는 캐릭터였는데 이제 희망을 주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잘 웃고 해맑고 에너지 넘치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로맨틱 코미디도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우선 천천히 보고 있다. 지금 하는 연기를 잘할 수 있게 하고 그 후에 바꿀 수 있으면 바꿔야겠다. 그리고 그때 다른 것도 잘할 수 있는 걸 보여주고 싶다.
- 연기에 대한 신념은?
▲ 20살 전까지는 내 느낌대로 가는 게 내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20살이 된 후 이소우라는 캐릭터를 맡고 나서 논리적인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행동을 했을 때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소우를 연기했을 때도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데 평소 어떤 행동을 할지 등이 궁금했고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했다. 시나리오에도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지만 더 많은 걸 해야 해서 감독님, 작가님과 얘기를 나눴다. 그 전까지는 캐릭터에 맞는 연기를 펼쳤다면 이제는 대사를 하는 것도 하는 거지만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 ‘솔로몬의 위증’에서 조재현과 연기호흡이 대단했다.
▲ 조재현 선생님과는 세 번째 작품이다 보니까 에너지가 왔다 갔다 하는 케미가 조금은 있다고 생각했다. 조재현 선생님과는 영화 ‘뫼비우스’로 만났는데 그때는 호흡을 맞추면서 ‘이길 거야’라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함께 연극을 할 때 많이 배웠고 이번 드라마에서는 케미를 만들면서 에너지가 왔다 갔다 하는 걸 보여줬다고 생각했다. 시청자들이 생각하기에 기 싸움이라고 생각할 텐데 계산된 거다.
- 조재현과 ‘솔로몬의 위증’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는지?
▲ ‘뫼비우스’ 때는 TV에 나오는 사람이 내 옆에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신기했다. 이번에 만나니까 반가웠다. 조재현 선생님이 ‘솔로몬의 위증’에 출연하는 걸 몰랐는데 조재현 선생님이 한다고 하니까 반가웠다.
- ‘솔로몬의 위증’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작품인지?
▲ 촬영하는 동안 19살에서 20살이 됐는데 새로운 시작이었다. 성장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나의 연기하는 방법을 찾은 것 같고 배우로서 걸어가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솔로몬의 위증’ 하면서 감독님, 작가님과 얘기하는 방법을 배웠고 연기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 이소우가 마냥 어두운 게 아니라 한지훈과 있으면 농담도 하고 웃기도 하는데 해왔던 연기, 어두운 연기는 좀 더 넓어졌고 조금은 밝은 걸 헤쳐나간 것 같다.
- 이제 20살인데 영화부터 드라마, 연극 등 연기경력이 화려하다.
▲ 무대나 카메라 앞에서나 배우는 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뮤지컬도 하고 싶은데 뮤지컬은 노래를 잘 부를 때쯤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연기했다. 10살 때쯤 길거리 캐스팅된 후 연기를 시작했는데 보조출연자로 시작했다. 그때는 학교도 안 가고 잠도 잘 수 있고 밥도 줘서 좋았다. 그런데 배우들이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게 멋있었다. 그때부터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어머니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아버지는 반대했다가 ‘범죄소년’에서 연기하는 걸 보고 인정해줬다.
- 롤모델은 누구인지?
▲ 김윤석 선생님이다. ‘범죄소년’ 때부터 롤모델이 바뀌지 않더라. 예전부터 눈으로 얘기하는 배우는 그분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배우들이 다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김윤석 선생님이 영화와 연극을 오가는 게 멋있고 ‘황해’와 ‘추격자’를 보고 ‘대박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일정한 톤으로 얘기하는데 모든 것이 다 담겨 있다. 정말 존경한다.
-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 열심히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변함이 없는 배우가 됐으면 한다. /kangsj@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