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개(김상중 분)가 뒷짐을 지고 거닐자 익화리 저잣거리가 바다 갈라지듯 열렸다. 거리를 메우던 사람들은 존경과 두려움을 담아 “큰어르신 큰어르신”하며 허리를 접었다.
지난 7일 방송된 MBC 월화특별기획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극본 황진영/연출 김진만, 진창규/제작 후너스엔터테인먼트) 4회에서는 노비의 신분을 벗어나 익화리 큰 어르신으로 거듭난 아모개의 여정이 신명 나게 펼쳐졌다. 가족애로 가슴을 먹먹하게 했던 ‘역적’은 단박에 분위기를 바꿔 빠른 리듬과 경쾌한 호흡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새롭게 훔쳤다.
노비의 옷을 벗은 아모개는 배포를 발판 삼아 훨훨 날았다. 좀도둑질만 하던 무리에게 장사 수완을 가르치고, 노비 신분을 벗게 해 준 엄자치(김병옥 분)를 기어코 익화리 사또 자리에 앉혔다. 제 고을의 사또가 자기편이라 두려울 것이 없는 데다 “앞으로 아모개 사람들은 물론이고 아모개 집 개도 털끝하나 못 건들이게 하겠다”는 의리까지 지닌 덕에 아모개는 익화리 민초를 사로잡아 큰 어르신으로 거듭났다.
여지없이 김상중의 연기는 눈부셨다. 눈물, 콧물을 쏟으며 기득권을 향한 분노와 울분을 토해냈던 김상중은 표정을 싹 바꿔 능글맞은 웃음을 장착한 채로 수완 좋은 장사꾼으로 변신했다. 큰어르신이 되고나서는 씨종 출신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근엄과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데뷔한 지 27년이 된 이 대배우는 해적들에게 뒷돈을 쥐어 줄 때는 능구렁이처럼 웃으면서, 동료들과 수준 이하의 주먹다짐을 하다가는 코피를 삐죽 흘리면서, 또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추위와 물을 제일 싫어한다는 김상중은 한겨울에 물에 몸을 던지며 조선의 돈 꼴레오네, 대부로 거듭났다.
또한 이날 방송 말미에는 다 큰 길동(윤균상 분)의 모습이 공개되며 기대감을 높였다. 자신 때문에 아버지가 달라졌다고 자책하는 길동과 자신의 뜻대로 살아주지 않는 길동을 묵묵히 지켜보기만 하는 아모개의 대립이 예고편에 담겨 궁금증을 키운다. /parkjy@osen.co.kr
[사진] '역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