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재심’의 관전 포인트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두 남자의 '브로맨스'이다. 경찰과 검사의 강압적 수사와 증거 조작으로 억울한 감옥살이를 했던 피해자 소년이 10여 년 후 세상 밖으로 나오고, 모두가 그를 범죄자로 낙인찍어 외면하는 현실이 마음을 울컥하게 만든다.
용의자 청년의 입장뿐만 아니라, 이혼-재산 등 벼랑 끝에 몰렸던 변호사도 자신의 명성을 위해 나섰던 재심에서 어느새 직업에 대한 가치관과 인생까지 바뀌는 점도 주목할 만한 이야기이다.
정우는 8일 오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저는 시나리오를 볼 때 선입견이 들 수 있어서 되도록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듣지 않고 오로지 시나리오만 보려고 한다. 보통 제가 결정을 하고 난 뒤, 선배님이나 다른 배우가 캐스팅이 돼 있다고 하는 소식을 나중에 접해 듣는다”며 “처음에는 영화가 실화라는 사실을 알지 못 했고 기대 없이 (시나리오를)봤다. 그런데 볼수록 굉장히 흥미롭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했다. 재미있어서 아끼면서 봤다”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정우는 “(결정을 하고 난 후에)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말도 안 된다는 생각에 깜짝 놀라 가슴이 아팠다. 촬영에 들어가고 나서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게 됐다. 시나리오랑 팩트를 다룬 다큐멘터리와는 온도차가 있을 수 있기에, 촬영을 하면서는 일부로 보지 않았다"라며 "시나리오에 많이 다가갔다고 생각했을 때 프로그램을 본 것이다. 언제든 볼 수 있었지만, 기다렸다가 봤다”고 작품과 캐릭터에 접근한 방법을 설명했다.
정우는 촬영 막바지에 접어들어 실제 사건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와 살인범으로 누명을 쓴 최군을 봤다고 했다.
정우는 “(최군) 어머니의 모습을 실제로 뵙고 많이 안타까웠고 가슴이 아팠다. 다큐멘터리에는 몇 장면 나오지 않았는데, 제가 이 작품을 했어도 가족이나 당사자의 마음을 100% 이해할 수 있겠나. 아마도 어머니의 심정은 속이 타 들어갔을 듯 싶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모든 작품이 그렇지만 ‘내가 만약 그 인물이라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고 접근하는데 이번에는 정말 (살인자로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된 현우의 상황이)끔찍해서 상상하기가 힘들었다. 그 세월을 견뎌내는 게 더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정우는 사실 연기를 하지 않는 것 같은 일명 ‘생활 연기자’로 유명하다. 사람들이 작품을 보면 마치 정우가 그 인물인 것 같은 ‘메소드 연기’를 펼치는 건데, 이는 그의 많은 노력과 애정이 들어갔기 때문이리라.
“시나리오나 대본을 봤을 때 사실 바로 (생활 연기가)되진 않는다.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바로 그런 연기가 나온다고 하면 연습을 할 필요도 없고 준비를 할 필요가 없지 않나. 준비를 하면서 찾아가는 것이다. 작품을 보면서 ‘저건 내 모습이 아닌데 아쉽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연기, 나만이 할 수 있는 연기, 이 세상에서 정우가 나 하나뿐이니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조금은 다르고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는 것 같다.(웃음) 다른 모습을 멀리서 찾지 않는다”고 연기 비법을 밝혔다.
어제(7일) 열린 '재심' VIP 시사회에서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연출한 신원호 PD가 참석했다. “제가 연락을 드려서 ‘응답하라’ 신원호 PD님도 오셨다. 워낙 ‘응답’ 촬영 현장이 재미있고 편안하다. 그래서 배우들도 작품이 끝나고도 계속 연락을 하며 잘 지내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동휘와도 ‘응답’ 출신으로서 깊은 친근감이 있었다.”
정우는 그러면서 “어제 신원호 PD님이 영화를 보시고 ‘배우들 연기 보는 맛이 있다’고 하시더라.(웃음) 저 때문에 좋은 칭찬을 해주신 것 같다”고 말하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인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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