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가 박수받으며 퇴장했다. 원더걸스의 아름다운 퇴장과 더불어 박진영의 태도 역시 주목할 만 하다. 소속 가수들과의 이별에서 질척거림없이 따듯하고 쿨한 일관된 '태도'가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가요계는 매니저들이 주도했고, 지금도 그렇다. 로드 매니저부터 시작해 가수들과 같이 성장한 이들은 길들이는 문화에 익숙한 것이 사실이다. 대한민국 대부분 분야의 문화가 그렇듯, 엄격한 상하관계가 존재했고, 지시와 복종이 당연했다.
그러다 가수가 시장에서 성장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불화가 생긴다. 가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당한(?)것이 억울하고, 매니저 입장에서는 서로 잘되기 위해 노력한걸 몰라주니 서운하다.
가요계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소속사와 가수간의 전속 계약 문제는 큰 틀에서 보자면 아직도 주먹구구식인 행정 문제와 더불어 이러한 '문화'에 기인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가수 출신 또는 프로듀서 출신 제작자들은 조금 다른 평가를 받는다. 가수 활동을 해봐서 그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거다. 물론 현장의 평가는 다를 수 있다. 그들이 너무 가수 편의만 봐주다보니 될 일도 안된다는 거다. 그래서 가수 출신 또는 프로듀서 출신 제작자 소속 매니저들의 일이 고달픈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게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이다. 소속 가수 혹은 배우들과 형처럼 친구처럼 지낸다. 계약 기간이 끝날 때쯤엔 어떻게 더 묶어둘까보다는 이들의 미래를 더 걱정한다. 계약 기간을 마치고 나가는 가수에 대해 뒷말이 없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국내 가요계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그래서 인지, JYP는 전속계약 분쟁이 없다.(물론 모든 전속계약 분쟁이 회사측 잘못이란 얘기는 아니다.) JYP가 너무 일을 잘해서거나, JYP 소속 가수들이 모두 최고의 대우를 받고 최고의 성적을 거두기 때문은 아닐것이다. 아티스트를 대하는 박진영의 일관된 태도 속에 흔들림없는 신뢰가 싹터 있기 때문은 아닐까.
복종의 아닌 대화. 상하관계가 아닌 동업자 정신. 박진영의 JYP가 2AM, 미쓰에이, 원더걸스, 민효리을 모두 떠나보내고도 흔들림없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원더걸스, 참 예쁘고 착한 아이들...성실하고 겸손하고 순수하고 똑똑하고...내가 만들어준 음악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자기들이 만든 음악으로 1위를 하고 끝낸 아이들. 지금부터가 또 다른 시작이어서 두렵기도 하겠지만 길게 보면 돼. 10년 뒤 20년 뒤가 더 중요하니까." 원더걸스를 떠나보내는 박진영의 마지막 멘트다. / kjseven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