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 디오, 동방신기, 윤도현, 솔비, 샤이니 종현, 슈퍼주니어 규현, 레이디스코드 등 쟁쟁한 스타들. 이들의 뮤직비디오와 앨범 재킷, 그 안의 화보들은 누가 촬영할까. 스타들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뒤에서 애쓰는 이들.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일 역할을 하는 이를 만났다. 포토그래퍼이자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활동 중인 심형준이 그 주인공이다.
그를 만난 곳은 그가 한국에서 첫 번째로 개인 사진전 현장이다. 2월 2일부터 약 2개월 간 서울 강남구 청담동 갤러리스타(Gallery STA)에서 ‘DREAMER’라는 주제로 사진전을 진행할 예정. 이 현장에는 수많은 스타들이 자리해 그가 업계에서 많은 사랑 받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작가 심성만큼이나 착하고 외모만큼이나 섬세한 사진들. 소년의 수줍은 미소처럼 조용히 아름답다” (최자)
“심형준의 따스한 마음이 사진에도 표현된다. 외롭지만 고통스럽지만 좌절하지 않는 자신만의 길을 걷고 싶어 하는, 그래서 그의 사진은 부산스럽거나 화려하지 않고 단촐하면서도 고집스런 삶에 대한 욕심이 보인다.” (윤도현/YB)
“작품이 되게 솔직한 거 같다. 적나라하고 솔직하고 그런다. 열려있다. 첫 장점이 열려있다는 거 같다. 거기에 스스로 고민해서 발전 시켜서 자기 색깔을 찾는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항상 메이저와 작업하는데도 작품적으로도 결과를 보여주는 게 힘이다. 대단한 거 같다”(솔비)
“심형준의 사진은 깨끗하다. 나는 그의 사진을 볼 때마다 참 자기 얼굴처럼 찍는다. 라고 생각힌적이 있다. 깨끗하다. 불필요한 게 없다. 피사체의 정수를 단박에 보게 한다. 생각해보라 프레임메이커들이 필요 없는 것을 찾아 지워버린다는 게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 오랜 작업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이거나 고민의 결과 같지도 않다. 그냥 그는 그렇게 생겨먹었다. 깨끗한 사진을 본다는 것은 참 희귀한 즐거움이고 가볍게 볼 수 없는 재능이다.”(김지운 감독)
스타들이 인터뷰에서 입을 모은 지점은 심형준 작가의 심성이다. 따뜻함이 사진에도 묻어나고, 꾸밈없이 섬세한 그의 감성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게 되는 이유라는 것.
심형준이 연예계 쪽에서 발을 딛기 시작한 것은 당초 본격적이지 않았다. LA에 거주하며 작품을 하다가 윤도현과 연이 닿았고, 그렇게 작업을 한 이후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는 법. 이 업계에 그를 찾는 이들이 늘었고, 결국 한국으로 들어와 정착하게 됐다.
억지스럽지 않아 좋다. 마치 그의 사진처럼.
“(이번 전시의)콘셉트와 타이틀은 ‘드리머’입니다. 작업으로 세계를 다시면서 항상 과제가 있었어요. 뮤직비디오나 화보 촬영이 목적이었죠. 여기 전시한 사진들은 그곳에서 ‘목적’을 가지고 찍은 게 아니라 잠깐 정신 놨을 때 찍은 사진들이에요.”
상업적인 굴레를 벗어난 자연스러운 사진들. 자신만 간직하고 있었던, 이른바 B컷들을 모아봤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작품이 될 수 있었다. 아무런 계획도, 기획도 없이 촬영한 사진들이 특별해지는 순간이다.
“베트남 무이네 사막에 NCT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러갔는데, 촬영 중에 소 울음소리가 들려서 보니까 한 무리 소떼가 지나가더라고요. 사막에 소떼가 지나가는 게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어요. 그런 식의 사진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심형준 자가는 몇몇 사진들을 소개했다.
“엑소 디오 씨의 뮤직비디오 촬영을 진행하게 됐었는데, 유영진 이사님과 콜라보레이션이었어요. 아이가 입었던 옷도 샵에 가서 제가 직접 골랐을 만큼 신경을 많이 썼어요. 영상에 나오는 저 꼬마의 얼굴은 공개되지 않았었거든요. 뮤직비디오 다 찍고 사진에 쌓여있는 소녀가 너무 예뻐서 찍어 놨던 사진이에요.”
“천장 펜스 울타리가 있고 빨간 꽃이 있는 사진 있어요. 윤도현 형이랑 베니스 비치를 놀러갔다가 험악한 철장 사이에 꽃이 예쁘게 피어있기에 사진에 담았죠.”
“이 사진도 흥미롭죠? 솔비의 ‘블랙스완’ 뮤직비디오에 출연하신 분들이에요. 동물 탈을 쓰고 매우 고생을 하셨는데, 인상적이어서 모여서 사진 한 장 찍자고 해서 찍은 컷이고요.”
어떤 사진을 가장 추천하고 싶냐는 질문에 심형준 작가는 “한 장 한 장 스토리가 있는 사진들이기에 다 소중하다”면서도 안경을 통해 세상을 보는 사진을 소개했다.
“개인적인 에피소드인데, 안경을 들고 찍은 사진이 있어요. 2년간 굉장히 심한 아토피질환 때문에 우울증도 생기고 힘들었는데, 쉴 수도 없는 상황이었죠. 스트레스가 쌓여가는 와중에 방에 누워서 안경을 아이폰으로 찍었어요. 그런데 안경을 씌웠을 때 포커스가 맞더라고요. 그걸 보니,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포커스가 나간 건 우울하고, 맞으면 제대로 바라보는 거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안경이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는 틀이 된 셈이죠. 세상을 보는 틀이 카메라가 될 수도 가족이 될 수도 친구가 될 수도 있다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비록 아이폰으로 찍었지만 의미이고 좋은 사진입니다.”
자신이 평가하는 자신의 사진들은 어떨까. 그는 “나는 굉장히 상업적이지도 않고, 실험적이지도 않다. 그 사이에 있는 결과물이 많다. 포토샵을 많이 하지도 않고, 난해하거나 철학적으로 찍지도 않는다. 어떻게 보면 이렇고 다르게 보면 다르게 보이는 그런 작업물이다. 미니멀하고 심플한 걸 좋아한다. 돌아가지 않고 한방에 보여주는데 그런 컬러를 보고 찾아주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전시회 다음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목적을 사진 사진이 아닌, 자신이 즐기고 싶고, 하고 싶은 것들은 담아내는 것이 목표였다. 다시 말해 그에게 이번 전시회는 시발점이었던 것이다.
“올해부터 정식으로 M.A.P 크루로 활동하게 됐어요. 앞으로 전시회는 꾸준히 하려고 해요. 올해는 독립영화도 하고 싶고 전시회도 하고 싶습니다. 올해는 목표는 ‘힐링’이거든요. 목적을 가지고 하기보다 즐기고 싶고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싶어요.”
“또 M.A.P크루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일방적인 도움을 받기보다 내 분야에서 열심히 하고 내가 있음으로써 크루에 1%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joonamana@osen.co.kr
[사진] M.A.P크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