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스포츠 경기에서 주장의 역할은 컸다. 주장의 성향에 따라 팀의 컬러가 좌지우지 되기 때문. tvN 농구 리얼리티 '버저비터'가 이를 확실히 입증했다.
10일 방송된 '버저비터' 2회는 양희승 감독의 팀Y와 김훈 감독의 팀K가 첫 대결을 펼쳤다. 정진운, 오승훈, 박현우, 문수인, 김무영, 송태윤, 오승윤으로 구성된 팀Y는 가장 젊은 팀으로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에이스 김혁을 중심으로 기동, 태욱, 유태오, 오승환, 박재민, DJ펌킨이 속한 팀K는 가능성을 무기로 한 비밀병기였다.
하지만 양 팀의 실력 차는 경기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팀Y는 주장 겸 가드 오승훈의 리드 하에 작전을 수행하며 경기를 풀어갔다. 속공을 주무기로 매 쿼터 리드를 놓치지 않았다. 반면 팀K는 선수들간 호흡이 맞지 않아 실책이 넘쳐났고 에이스 김혁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력 차로 계속 끌려다녔다.
이 과정에서 양쪽 주장의 상반된 스타일이 눈길을 끌었다. 오승훈은 기선제압을 위해 1쿼터 때엔 스스로 공격을 주도하며 득점을 올렸다. 이후에는 팀원들의 팀워크를 다독이며 공을 패스했고 다채로운 공격을 개시했다. 끊임없이 소리치며 방심하지 않도록 이끌었고 서로에게 파이팅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그런가 하면 김혁은 카리스마 그 자체였다. 평소에는 수다스러울 정도로 활발한 편이었지만 승부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투지가 강했다. 팀원들의 기량이 자신을 받쳐주지 못하자 이기기 위해 패스 대신 스스로 골밑을 돌파했고 뛰어난 개인 기량으로 팀의 득점을 쌓아갔다. 하지만 팀Y를 앞서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김혁은 폭발했다. 전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팀플레이가 전혀 안 되는 팀원들에게 소리치며 깨우쳐주려 했지만 이미 팀 분위기는 엉망인 상태. 설상가상으로 김혁의 승부욕 때문에 경기는 과열됐고 몸싸움은 거칠어졌다. 김혁은 동생들의 실책을 파울로 끊으려고 하다가 6반칙으로 퇴장까지 당했다.
팀K가 김혁의 퇴장을 계기로 서서히 뭉쳐가자 팀Y에게도 위기가 닥쳤다. 어느새 양 팀의 점수 차는 겨우 4점. 이 때 오승훈은 다시 전열을 가다듬었다. 끝까지 팀원들이 마음을 놓지 않도록 파이팅을 외쳤고 다시 도망가고자 공격을 다듬었다. 마침내 팀Y는 78 대 61로 대승을 거두었다.
예능이라고는 1도 없는 그야말로 한 편의 스포츠 경기였다. 프로그램을 위해 뭉친 양 팀이었지만 코트에서는 모두가 승부사였다. 그 중 주장 겸 양 팀의 에이스인 김혁과 오승훈의 상반된 플레이는 여러 가지 볼거리를 남겼다.
정확한 작전 이해도와 통솔력을 가진 오승훈과 모두가 인정하는 핵심 플레이어 김혁이다. 오승훈이 무난하게 팀Y의 최종우승을 이끌지, 김혁이 와해된 팀K를 재정비해 뒷심을 발휘할지 안방 관중들이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게 됐다. /comet568@osen.co.kr
[사진] '버저비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