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에서 남궁민은 강자에겐 강하고 약자에겐 약했다. 악인에겐 따끔한 일갈을, 선인에겐 따뜻한 손을 내밀며 시청자들을 열광시켰다. 여기에 그의 시시때때로 다른 연기가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15일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김과장'에서는 탈세 공모 및 사문서 위조혐의를 받은 김성룡(남궁민)이 회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서율은 경찰서 유치장에 갇힌 김성룡을 찾아와 "바닥이 차갑지 않냐"고 자극했다. 이에 김성룡은 "남은 장부를 그렇게 활용하냐. 장부 던져놨으면 됐지. 왜 찾아왔냐"고 받아쳤다.
서율은 "혹시나 네가 파일을 남겨놨어도 아무 소용 없다. 네 진술에 신빙성 내가 하나도 없게 만들 것이다"고 말했다. 김성룡은 "파일이고 나발이고 필요없으니까 꺼져주세요"라고 답하며 보는 이들의 속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김성룡은 윤하경(남상미)의 도움으로 무혐의를 받고 풀려났지만 서율의 괴롭힘은 계속됐다. 서율은 "어디 한번 네 마음대로 출근해봐. 그럼 새드엔딩이 뭔지 알려줄게"라며 김성룡의 퇴사를 종용했다. 그러나 김성룡은 전혀 굴하지 않고 오히려 더 당당하게 굴었다.
이처럼 김성룡은 악인 서율 앞에선 절대 무너지지 않는 센 캐릭터이지만 선인 총무부의 오부장 앞에선 달랐다. 오부장은 김성룡과 함께 퇴사 압박을 받으며 회사 복도로 쫓겨난 인물. 그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지만 회사에서 벼랑 끝에 내몰렸다.
이에 오부장은 자살을 결심, 옥상을 향했다. 이를 안 김성룡 역시 따라올라가 오부장을 황급히 설득했다. 그는 "삥땅 쳐봤냐. 해먹어봤냐. 남의 돈가지고 장난쳐봤냐"라며 "남의 돈 해먹은 그런 새끼들도 잘 살고 있는데 오부장이 왜 요단강을 가냐. 그딴 새끼들이 거기 올라가 있어야한다"라고 울부짖었다, 그동안 삥땅을 일삼아왔던 김성룡이기에 그의 눈물은 더욱 가슴 아프게 와닿았다.
결국 오부장은 옥상 끝에서 내려와 "나 정말 열심히 살았다. 부끄럽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김성룡은 오부장을 끌어안으며 "다 안다. 나는 부장님 관상만 봐도 안다. 눈 착 쳐진게 엄청 선하게 생겼다. 사람이 그런 일 가지고"라고 달랬다.
이가운데 김성룡을 맡은 남궁민의 극과 극 연기가 시청자들을 전율케 했다. 남궁민은 이준호와 마주할 때는 차디찬 눈빛으로 강한 카리스마를 뽐내는가하면 오부장과의 신에서는 마냥 맑은 웃음과 티 없는 눈물연기를 소화했다. 김성룡의 진심이 남궁민의 표정 하나하나에 읽히는 듯 했다.
어느새 의인이 된 김성룡을 연기하는 남궁민을 보면 지난해 시청자들을 분노하게한 남규만과 동일인물이 맞나 싶다. 매 드라마마다 인생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남궁민. 그가 앞으로 '김과장'에서 또 어떤 연기로 안방극장을 압도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misskim321@osen.co.kr
[사진]KBS2 '김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