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민희에게 일과 사랑 중에 어떤 것이 더 소중하냐고 질문을 하면 ‘사랑’이라고 대답할 것 같다. 여배우로서 그동안 쌓아온 경력, 연기적 내공, 높은 인기와 CF 출연 등 모든 것을 차치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올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까지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을 촬영하며 또 하나의 필모그래피를 만들었기에 일을 완전히 버렸다고 치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어찌됐든 많은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평균적인 생각, 평범하고 상식적인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벗어나 가정이 있는 연상의 남자와 사랑에 빠졌으니, 그간 쌓아온 좋은 이미지와 연기적 스펙을 내려놓았다고 해도 너무 심한 말은 아닌 듯하다. '배우 김민희'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당연한 듯보인다.
홍상수 감독이 연출을 맡고 김민희가 주연을 맡은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이달 9일부터 10일 동안 열리는 제67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홍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지난 2008년 개봉한 ‘밤과 낮’, 2013년 개봉한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 이어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3번째로 공식 초청받으며 최우수 작품상인 황금곰상의 후보가 되는 쾌거를 이뤘다. 감독으로서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어제 홍상수 감독이 현지에서 열리는 기자회견에 참석할 예정으로 알려지면서 김민희도 동반 참석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일 두 사람이 함께 참석한다면 열애나 거처에 관련된 질문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지에서 이와 관련된 답변을 들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지난해 홍 감독과 김민희의 교제가 알려진 이후 두 사람이 국내 공식석상에 모습을 전면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고, 칩거하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은 홍 감독과 김민희가 현재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또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며 궁금해한다.
특히 김민희가 소속사와의 계약이 만료됐고 개인 매니저 없이 혼자 활동을 하면서 그녀의 소식을 접할 수 있는 길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이다. 이로 인해 두 사람의 작은 소식이라도 알려지기라도 하면 연예 1면을 차지할 만큼 큰 관심을 모으며 파장을 낳고 있다. 그만큼 충격적인 사건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민희의 '올인 사랑'이 안타까운 이유는 우리나라의 사회적 선입견이 여전히 가부장적 문화의 잔재가 남아있어서다. 여자들의 능력이 훨씬 뛰어나고 출중한 ‘알파걸’들이 곳곳에 넘쳐 남자보다 월등한 실력을 자랑하지만,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 남녀차별이 존재해 여자가 남자에 비해 승진하기도 어렵고 급여도 적은 게 현실이다.
여성의 인권이 신장되기는 했지만 과거부터 이어져 내려온 남성지배체제로 인해 남자들에게 그 몫을 빼앗기는 부분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고용은 불안하고 노동시장에서 비교적 낮게 평가되는 여성의 능력도 달라졌다. 남녀를 보는 시선이 다를 뿐더러, 한 번나쁜 이미지를 얻게 되면 그것을 벗어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로서, 여자로서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는 것을 감수한 김민희의 선택이 적잖은 충격을 안기며, 한편으로는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purpli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