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관명기자] 밴드 피아(PIA)를 만났다. 피아는 데뷔 15주년이었던 지난해 스페셜 앨범을 기획했고 그 결과물이 마침내 지난 2일 나왔다. 그래서 앨범 제목이 ‘PIA 15 Years’다. 당장 오는 18일부터는 홍대 인근 클럽에서 스페셜 공연에 들어간다. 정규 1집부터 6집까지 피아의 앨범 수록곡 전곡들을 당시 버전으로 연주하는 흔치않는 공연이다. 피아를 만난 [3시의 인디살롱]은 이래저래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웠다. 그 열기를 담아 곧바로, 인터뷰 스타트!
= 반갑고 15주년 앨범 발매를 축하드린다. 멤버들 근황부터 소개해달라.
(옥요한) “피아의 보컬을 맡고 있는 옥요한이다. 애기가 이제 7개월 됐는데, 버티고 설 정도다. 부모님이 모태신앙이었고 저도 모태신앙이다. 생일이 사도 요한 축일이라 이름을 요한으로 지었다.”
(헐랭) “기타를 치는 헐랭, 이재웅이다. 1976년생으로 요한이보다는 한살 어리지만 같은 학번이라 친구처럼 지낸다. 아직 미혼이다. 어머니가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오랫동안 곱창집을 하셨는데, 아들 장가 보내려 상경하셨다가 아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셨다. 지금은 서울 합정동에서 곱창집을 하신다.”
= 기타는 어떤 것을 쓰나.
(헐랭) “스피어와 섹터, 그리고 시그니처인 클라이맥스, 이렇게 3모델을 쓴다.”
(기범) “베이스를 치는 75년생 김기범이다. 결성 때부터 참여해왔고 다행히 안쫓겨나 지금까지 살아있다. 다섯살짜리 애가 하나 있다. 이번 앨범 수록곡 ‘백색의 샤’에 피처링을 했다. 제일 많이 쓰는 베이스기타는 스피어 커스텀 모델, 시그니처인 일본 섹터 모델을 쓴다.”
(심지) “키보드를 치는 80년생 노심지다. 아직 미혼이다.”
(혜승) “81년생 드러머 양혜승이다. 드럼은 일본 펄에서 협찬을 받고 있다. 나름 국제아티스트다(웃음).”
= 평소 궁금했던 팩트 확인부터 해보자. 1998년 부산에서 친구사이였던 옥요한과 헐랭, 군대선임이었던 기범이 피아를 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기범) “내가 요한의 2주 선임이자 정신적 지주였다(웃음). 세면장 자리를 물려주고 왔다.”
(헐랭) “요한이와는 고등학교 졸업할 즈음부터 친구였다. 학교는 달랐다. 그리고 이때 드러머까지 총 4명이서 피아를 결성한 것이다. 그러다 (크래쉬의) 안흥찬 형님한테 발탁이 돼 서울로 올라왔다.” (크래쉬의 안흥찬은 피아의 1집 ‘pia@Arrogantempire.xxx’(2001)를 프로듀싱했다)
= 그러면 1999년 MBC부산록페스티벌에서 ‘기름덩어리’로 대상을 받았던 때는 4인조였던 것인가.
(헐랭) “맞다.”
= 심지와 혜승은 언제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옥요한) “심지는 2000년에 서울 와서 (1집) 레코딩 때 합류했다. 멤버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심지) “솔직히 하기 싫었다(웃음).”
(옥요한) “심지어 앨범 내고 첫 공연 때 아프다고 안나오기까지 했다.”
(심지) “아니다. 결국 나왔다(웃음).”
(옥요한) “혜승은 2001년 1집 나오고 나서 합류했다. 1집 때 드러머는 다른 친구였다.
= 11일 이승환과 아우들 공연이 열린다(인터뷰는 이 공연 며칠전에 가졌다. 공연에는 피아를 비롯해 로맨틱펀치, 브로콜리너마저, 해리빅버튼, 잔나비가 참여했다). 이승환과는 친한가.
(옥요한) “친하다.”
(기범) “승환이형이 참 대단한 게 공연 팬들 70%가 형님 팬인데 출연료를 자기랑 똑같이 나눠주신다. 후배들 음악하는 환경이 어렵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라고 하신다.”
= 자, 이번 스페셜 앨범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보자. 지난해부터 낸 싱글들의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피아의 15년 활동을 결산하는 앨범인데 소감이 어떤가.
(기범) “우리처럼 센 음악을 15년 동안 한국에서 하기가 사실 무척 어렵다. 10년 전만 해도 우리랑 비슷한 음악을 하는 밴드가 많았지만 지금은 다 없어졌다. 버틴 것만 해도 자랑스럽다. 앞으로도 더 좋은 모습으로 오래 했으면 좋겠다.”
(옥요한) “지금도 잘 믿어지지 않는다. 1집부터 다시 들어보면 일반적으로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아닌데 운이 좋았구나 싶다. 서태지형, (안)흥찬이형도 만났었고 그 덕분에 지금까지 왔다.”
(혜승) “15주년 앨범이라 기존 노래들을 새로 편곡하고 여러 친구들이 피처링해주고 그랬다.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헐랭) “뿌듯하다. 15년 동안 한결 같았던 멤버들이 고맙다. 앞으로 4월까지 단독공연이 열리는데 이게 잘 돼서 앵콜 공연까지 열리면 더 좋겠다.”
(심지) “정규, EP, 싱글 모두 합치면 지금까지 20장 가까이 된다. 1,2년 단위로 열심히 해왔구나 싶다. 우리 자신들이 대견스럽다.”
이쯤에서 이번 스페셜 앨범 ‘PIA 15 Years’에 실린 11곡을 소개하면 이렇다.
1) 소용돌이(2003년 2집) 2) 백색의 샤(2015년 6집) : 타블로와 넬의 기타리스트 이재경 참여 3) 넌 나의(신곡. 타이틀) 4) Storm Is Coming(2015년 6집) : 윤상의 프로듀서팀 ‘1 Piece’가 편곡 5) 자오선(2016년 싱글) 6) Shine(2016년 싱글) 7) Midnight Run(2016년 싸우자 귀신아 OST) 8) Gloomy Sunday(2003년 2집) : 데이브레이크의 보컬 이원석 참여 9) Kick Flip(2003년 2집, 2016년 싱글) : 딥플로우와 넉살이 피처링 10) 원숭이(2001년 1집) 11) My Bed(2005년 3집)
= 이번 앨범을 자세히 보면, 4집(2007)과 5집(2011) 그리고 2008년에 나온 EP ‘Urban Explore’ 곡이 하나도 없다.
(심지) “최근 앨범들은 아무래도 낸 시기가 지금과 가까우니까 다시 수록하기가 좀 그랬다. 예전 앨범 중에서 녹음환경 등이 아쉬웠던 곡들을 골라 리메이크하고 싶다는 생각 늘 있어왔다. 사운드에 대한 아쉬움, 이런 것 말이다.”
(옥요한) “피아 하면 떠오르는 곡들, 공연에서 반응이 좋았던 곡들을 위주로 골랐다. 또한 리믹스나 피처링에 참여하시는 분들의 의향과 의견도 받아들였다. 선정해놓고 보니 4,5집이 없더라.”
= ‘백색의 샤’의 경우, 타블로와 이재경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심지) “재경이와는 엄청 친하다. 타블로의 경우는 같이 오래 음악을 해온 만큼 만나면 서로 인사하는 정도다.”
(옥요한) “이 곡을 힙합 프로젝트로 만들고 싶었다. 처음부터 타블로 외에는 다른 뮤지션은 생각도 안했다. 타블로가 가사를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재경은 참으로 기타 플레이가 좋더라.”
= 이원석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기범) “KBS ‘톱밴드 시즌2’ 할 때부터 인연이 있었다.” (당시 피아가 우승을 했고, 데이브레이크는 톱16까지 올랐다)
(옥요한) “오래 전부터 친분이 있었다. 이 곡(Gloomy Sunday)을 원석이가 부르니 느낌이 훨씬 좋았다.”
(심지) “이 곡은 기범이형이 작곡한 노래인데 멜로디 라인이 엄청 많아 작업할 때 신경을 많이 썼다.”
(옥요한) “곡의 흐름도 일반적이지 않아서 재미있었다.”
= ‘Storm Is Coming’은 윤상의 프로듀서팀이 참여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앨범 중에서 가장 이질적으로 들린다.
(옥요한) “지난해 초에 지인을 통해 그 팀을 알게 됐다. 우리 곡들을 들려줬을 때 윤상 형님이 선택한 곡이 바로 ‘Storm Is Coming’이었다. 센 곡을 재미있게 바꾸고 싶다고 하시더라. 100% 그 분의 선택을 믿고 따랐다.”
(심지) “윤상 선배님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고 늘 존경하는 마음이 있다. 발매 안된 음반까지 구해 들었을 정도니까. 이번 곡 편곡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지금처럼 원곡을 다 지운 편곡도 재미있더라.”
= 몇 곡만 같이 들어보자. 해당 곡에 대한 코멘터리를 자유롭게 해달라. 처음 들어볼 곡은 2번트랙 ‘백색의 샤’다.
(옥요한) “심지가 처음 편곡해왔을 때는 사실 잘 안 다가왔다. 일반적인 힙합 분위기라면 처음부터 저음 댐핑이랄까, 딥베이스가 나올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좋아지더라.”
(심지) “편곡을 할 때 고민이 많았다. 완전 힙합으로 갈 것이냐, 록밴드 색깔을 어느 정도 유지할 것이냐, 이런 고민 말이다. 트랩장르이기 때문에 비트는 하이햇을 많이 쪼개는 걸로, 그 외에는 올드스쿨 느낌이 많이 나게 하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이 곡의 기타는 모두 재경이 쳤다. 그리고 후렴구에는 아까 기범형이 얘기했듯이 기범형 딸의 목소리가 들어가 있다.”
(기범) “딸아기가 샤우팅까지 했는데 이 부분은 빠졌다(웃음).”
= 신곡인 ‘넌 나의’가 이번 타이틀곡이다.
(혜승) “심지가 만든 곡인데 드럼 라인을 어렵게 만들었다. 예전이 쉽다고 생각해서 그랬나?(웃음)”
(헐랭) “반대로 기타는 더 심플하게 돼 있다.”
(심지) “처음 들었을 때는 빠르고 신나지만 막판에는 슬픈 느낌을 주고 싶었다.”
(옥요한) “지난해 말부터 대한민국 현실을 바라보면서 자주 악몽을 꿨다. 누군가의 외압에 의해서 우리가 불행해졌다고 생각하니 잠을 못자겠더라. 나의 스트레스가 되는 모든 것들이 악몽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1절은 스스로를 다독이는 뉘앙스, 2절은 사면초가처럼 갈 곳 없이 끝까지 악몽에 빠져드는 현실을 그냥 그대로 담았다.”
= ‘Shine’이 이번 앨범에서 가장 피아다운 곡 같다.
(심지) “‘원숭이’와 함께 이번 앨범에서 가장 헤비한 곡이다.”
(옥요한) “지난해 처음 싱글로 낸 뒤 다시 들어보니 기타 사운드가 아쉽더라. 더 헤비하게 갔으면 좋겠다 싶었다. 사실, 4집, 5집 가면서 피아 음악이 많이 약해졌었다. 이전 센 음악은 아무도 안하는 것 같았다. 외국에서도 많이 사라졌고.“
(심지) “페스티벌에서도 그런 센 음악을 하는 밴드의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처음 요한이형이 이 곡을 만들어 가지고 왔을 때 ‘어디 한 번 해보자’는 오기가 생겼다. 그래서 더 헤비하게 갔다. 이 곡은 특히 편곡을 더 각별하고 세련되게 하고 싶었다.”
= 새 버전의 ‘원숭이’도 좋더라.
(심지) “사실 개인적으로 1집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막상 편곡을 하고보니 당시의 본능적이고 야수 같은 분위기, 그런 긴박감이 더 잘 살아난 것 같다. 요한이형이 아직 살아있네, 싶더라.”
(옥요한) “1집은 당시 허접하게 녹음이 됐다. 그것을 보완하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잘 나온 것 같다.”
(심지) “‘원숭이’는 라이브 때 반응이 가장 뜨거운 곡이다. 팬들이 이번에 새롭게 바뀐 버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 2월18,19일에는 1,2집 공연, 3월18,19일에는 3,4집 공연, 4월22일에는 5,6집 공연이 열린다. 앨범 단위로 공연을 하는 새로운 컨셉트인 것 같다. 요즘 버전으로 연주하고 노래를 하는 것인가.
(헐랭) “아니다. 앨범 발표 당시의 버전으로 한다. 그래야 의미가 있다. 그런 걸 팬들이 원하니까.”
(기범) “앨범 수록곡 전곡을 다 들려줄 것이다. 지금 들어보면 비록 세련돼 보이지는 않지만 그 당시에는 피아의 모든 열정이 들어간 곡들이다.”
(옥요한) “사실 1집 수록곡의 경우 이후 공연에서는 거의 절반 정도는 안했다. 너무 어둡거나, 너무 처절해서 공연성격에 안맞았으니까.”
(심지) “다시 공부하는 자세로, 우리가 우리를 공부하는 자세로 지금 예전 곡들을 연습하고 있다.”
(헐랭) “15년만에 다시 하는 것이니까 팬들 입장에서는 개인소장할 만할 것이다.”
(옥요한) “피아를 접하지 못했던 분들한테도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 지금까지 자세한 설명과 이야기 감사드린다. 이번 공연이 잘 됐으면 좋겠다. 끝으로 올해 계획을 들려달라.
(헐랭) “이번 공연 반응이 좋아서 앵콜공연을 했으면 좋겠다.”
(기범) “봄부터는 야외 페스티벌 무대에 설 것 같다. 지난해 활동을 많이 못해서 올해 만회를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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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박준형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