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아닌 반전이었다. 극 초반에 흐릿하게 등장한 오정세는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괴물같은 능력을 보여준다. 오정세이기에 더욱 설득력 있는 연기였다.
오정세는 홍보에서 부각되지 않은 것에 대한 섭섭함에 대해서 “저는 제가 잘 드러나지 않다가 영화를 통해서 모습이 보이는 것이 좋다”며 “대단한 역할로 나온다고 홍보한 뒤에 실망을 드리는 것보다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천상에 대해서도 연민이 느껴지는 국선변호사에서 사악하고 모든 것을 조작하는 능력을 가진 악역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선변호사 민천상도 얼굴에 반점도 더욱 흐릿하고 아예 존재감 없는 인물로 표현하고자 했던 계획이 있었다. 항상 의외의 인물로 등장하고 싶다. 의외성에 대한 재미가 저한테는 있다. 민천상이라는 인물이 조작에 성공해서 환호하는 모습도 또 다른 환희가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 제가 익숙하지 않은 감정들에 대해서 찾으려고 애썼다. 맨유 퍼거슨 감독이 환호하는 것을 참고했다. 퍼거슨 감독이 냉정하고 침착하지만 아이처럼 기뻐하는 면이 있지 않나”
의외성에 대한 욕심은 악역과 선역을 가리지 않았다. ‘미씽나인’에서 기준을 연기하면서도 다른 배우들은 자유형으로 수영을 할 때 홀로 배영으로 수영하는 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오정세는 “장르나 역할에 상관없이 의외성 있는 인물을 연기하려고 한다. 영화를 보다가도 저 사람이나 저 사람이 저런 대사를 하지 않을 것 같은데, 저기서는 어색해서 사랑고백을 안할 것 같은데 고백을 한다. 의외성에 대한 재미를 항상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의외성이 확실한 인물 민천상을 연기하면서 만족한 순간이 있었을까. 그는 “어떤 한 신 어떤 한 감정이 만족스럽거나 기분이 좋지는 않다. 민천상이라는 인물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만족스럽다. ‘남자 사용 설명서’ 때랑 비슷한 느낌이다. 누군가에게는 좋게 느껴지고 누군가는 별로라고 생각했지만 저는 만족스러웠다. 높은 산에 올라가서 그 인물을 바라봤을 때 뿌듯함이 있는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pps2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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