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설득의 달인이다. 남궁민이 남다른 설득의 기술로 오부장을 보듬는 동시에 시청자들 마음까지 꽉 잡았다.
남궁민은 KBS 2TV 수목드라마 '김과장'에서 삥땅 전문 회계사에서 의도치 않게 의인이 된 김성룡 역을 맡아 연기 내공을 폭발시키고 있다. 물오른 코믹 연기부터 보는 이들의 속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일침까지, 남궁민 표 김과장에 시청자들도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분명 자신은 아버지처럼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김성룡이지만, TQ그룹에 입사를 하고 난 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얽히며 의인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지난 15일 방송된 7회에서는 제 2 대기실로 열외가 된 것에 대해 수치심을 느낀 오부장의 자살을 막으며 또 한번 의인의 행보를 걷게 됐다.
제 2 대기실은 말이 대기실이지 복도에 벽을 향해 놓여있는 1인용 책상과 의자. 여기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그저 가만히 앉아 생각만 해야 했다. 바닥까지 모멸감을 느껴 스스로 회사를 관두게 만드는 목적이었던 것. 윤리경영실장 나희용(김재화 분)은 부정한 행위로 경리부의 기강과 질서를 해쳤다며 김성룡을 제 2 대기실로 보내버렸다.
이미 그 곳에는 총무부에서 22년 동안 회사를 위해 일해왔던 오세영(홍성덕 분) 부장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결국 오 부장은 모멸감을 참지 못하고 옥상 난간 위로 올라갔다. 이를 막아선 건 김성룡이었다. 그는 "22년을, 이 회사를 위해서 또 내 가족을 위해서 일했다. 하지만 지금 나한텐 견딜 수 없는 치욕과 내 가족에 대한 미안함밖에 없다"고 자책하는 오 부장을 진심 다해 설득했다.
그는 "부장님 죽는다고 회사 높은 새끼들이 알아 줄 것 같냐. 그냥 조화 하나 딸랑 보내고 끝이다", "회사는 그냥 회사다", "삥땅 쳐봤냐. 남의 돈 다 해먹고 죄책감 하나 못 느끼는 그런 새끼들도 아주 떵떵거리면서 잘 살고 있는데 왜 부장님이 요단강을 건널라고 하냐"고 소리쳤다.
그리고 "잘 살았구만. 우리 오 부장님 제대로 잘 살아온 거 우리 모두가 다 아는데 회사만 모른다"는 그의 위로는 오 부장의 마음을 완전히 돌려세웠다. 지금껏 잘 살아왔다는 김성룡을 비롯한 타인의 인정이 오 부장에게는 가장 절실했다던 것. 결국 오 부장은 "부끄럽지 않게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다"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이 김성룡의 위로는 오 부장 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직장인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안방에 뭉클한 감동을 전했다. 모두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고 있지만 제대로 된 인정 한 번 받지 못하고 갑질의 횡포에 휘둘리고 있는 을에 대한 따뜻한 위로였기 때문. 이에 많은 시청자들은 '김과장'과 김성룡이 전하는 메시지에 다시 한번 울었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하경(남상미 분)에게 농담처럼 "설득의 기술"이라고 했던 그의 말처럼, 시청자들의 마음을 꽉 잡은 '김과장'과 남궁민은 설득의 달인이 분명하다. /parkjy@osen.co.kr
[사진] 로고스 필름 제공, '김과장'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