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지성과 엄기준이 ‘피고인’에서 펼친 연기 속의 연기로 안방극장에 극도의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각각 기억을 잃은 척하는 연기, 그를 자극하기 위해 살해당하는 아내를 흉내 낸 연기로 맞붙은 것.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극본 최수진 최창환, 연출 조영광 정동윤)은 기억을 잃은 정우(지성 분)가 한순간에 검사에서 가족을 살해한 살인자가 된 것부터 시작, 시청자들로 하여금 추리력을 자극하는 작품이다.
지난 20일 방송된 9회부터는 팽팽한 심리전의 시작을 알렸다. 정우는 진범이 민호(엄기준 분)였다는 기억을 되찾았다. 어느 날 눈을 떠보니 거실에는 쓰러져있는 아내 지수(손여은 분)가 있었고, 딸 하연(신린아 분)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됐다. 하연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죄를 뒤집어썼던 것. 그리고 극심한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기억을 반복적으로 잃어왔음도 의사와의 대사로써 드러난 바다.
민호는 일부러 구속됐고, 정우가 수감된 방으로 들어왔다. 기억을 되찾았다면 그를 제거하려는 것. 그러나 정우는 교도소 이감 후 탈옥하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딸을 찾아 재심을 받기 위함.
다른 목적을 갖고 한 방에서 나란히 누워있는 정우와 민호의 투샷은 그야말로 살 떨리는 긴장감을 수반했다. 아내를 죽인 살인자에게 기억 상실한 척 “고맙습니다”라고 내뱉는 정우, 그런 정우를 떠보며 “미안합니다”라고 사과한 민호. 상상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장면들의 향연은 또 어떠한가.
특히 민호는 정우가 기억을 되찾았다고 직감했고, 그를 자극하기 위해 일부러 지수가 죽어가는 연기를 펼쳤다. 이에 이성을 잃은 정우는 민호의 멱살을 잡았고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듯 했지만 연기엔 연기로 맞섰다. 자신의 빵을 먹었다고 흥분한 척, 그렇게 입에 빵을 우겨넣으며 울부짖는 지성의 연기는 가히 대상배우의 클래스를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서로의 생각을 짐작하고 있지만 내색하지 않으며 살얼음판 같은 긴장감을 선사한 두 사람의 명연기는 ‘피고인’의 재미를 한층 배가시키며 시청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 besodam@osen.co.kr
[사진] '피고인'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