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미풍아③] '미풍' 임수향, 욕먹을수록 더 빛난 '악녀의 품격'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02.26 10: 30

욕을 먹을 수록 더욱 빛났다. '불어라 미풍아'가 준비하고 임수향이 완성한 악녀의 품격이었다. 
임수향은 26일 종영하는 MBC 주말드라마 '불어라 미풍아'에서 '희대의 악녀' 박신애 캐릭터로 안방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박신애는 나이, 신원 미상의 탈북자 출신의 억척녀. 살기 위해서 독해질 수밖에 없었다. 생존을 위해 뭐든 해온 캐릭터지만 코스모스처럼 여린 외모 때문에 보호 본능을 일으킨다. 그러나 실상은 누구보다도 실리 계산이 빠르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남도 해칠 수 있는 무서운 여자다. 하지만 박신애가 마냥 악녀의 모습만 선보인 것은 아니었다. 남편 조희동(한주완 분)에게는 누구보다도 올곧은 순애보를 바쳤고, 딸 강유진(이한서 분)에 대한 모성애도 남달랐다. 

김미풍(임지연 분)의 인생을 통째로 빼앗고, 그것도 모자라 가족을 찾으려는 김미풍을 사사건건 방해하는 박신애의 악행에 안방은 분노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분노는 곧 그만큼 임수향이 자신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는 방증이나 마찬가지였다. 
안방을 지배한 악녀 박신애가 처음부터 임수향의 몫은 아니었다. 박신애 역을 맡았던 오지은이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작품에서 부득이하게 하차하게 되면서 임수향이 극 전개 도중 합류하게 된 것. 사실 배우의 입장에서 다른 배우의 뒤를 이어 합류하는 일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같은 이름을 가진, 다른 얼굴을 안방에 납득시키는 일은 배우로서 당연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다른 배우가 이미 구축한 캐릭터를 그대로 이어받을 수도, 그렇다고 완전히 다르게 해석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래저래 배우에게는 어려운 숙제다. 
그러나 방영 도중 긴급 투입된 임수향은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오지은과 박신애 역을 바통터치한 임수향은 자연스러운 연기, 완벽한 캐릭터 소화로 매끄럽게 극에 녹아들었다. '악녀'로 완벽 변신한 임수향의 악행 릴레이에 욕하면서 빠져드는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의 인기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소름끼치는 악녀로 주말 안방을 종횡무진하는 임수향이지만 실제로는 수더분한 성격의 소유자. '주먹쥐고 소림사', '꽃놀이패', '아는 형님' 등 예능을 통해 활약한 임수향은 솔직하고 털털한 반전 매력으로 안방을 사로잡았다. 차분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왔던 임수향은 지난해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드라마 '파라다이스 목장'에서 굉장히 밝은 성격을 가진 캐릭터로 나왔었는데, 그게 제 실제 성격"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밝은 임수향이 만들어낸 어두운 악녀 박신애는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연이은 박신애의 악행에 시청자들은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임수향의 활약으로 '불어라 미풍아'는 중독성 넘치는 맛있는 고구마 같은 드라마가 될 수 있었다. 임수향이 증명한 악녀의 품격이었다./mari@osen.co.kr
[사진] MBC '불어라 미풍아'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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