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1일 극장가에 기대되는 심리 스릴러 한 편이 온다. 신구, 조진웅, 김대명, 이청아 등 배우들의 긴장감 넘치는 비밀을 담은 ‘해빙’(감독 이수연)이 그 주인공. 한 때 미제연쇄살인사건으로 유명했던 지역에 들어선 한 신도시에서 벌어진 토막 살인사건에 얽힌 이야기를 그린 심리 스릴러이다. 네 명의 배우가 섬세한 연기로 덫을 놓으며 밀도 있게 극을 이끌어 나간다.
특히 성격 좋고 인자한 '꽃할배' 신구의 음흉한 얼굴, 그간 밝고 명랑함을 강조했던 이청아의 반전이 돋보인다. ‘해빙’은 병원 도산 후 아내와 이혼하고 선배의 병원에 취직한 내과의사 승훈(조진웅 분)의 일상을 그리며 시작한다.
그는 여윳돈이 충분하지 않아 세 들어 살게 되는데,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 정노인(신구 분)을 모시고 정육식당을 운영하는 성근(김대명 분)의 건물 3층에 살면서 우연히 살인 사건에 얽히게 된다.
어느 날 정노인은 승훈의 내과에서 수면내시경을 하던 중 수면 마취 상태에서 자신이 살인을 벌인 듯한 발언을 하고, 이를 듣고 충격에 빠진 승훈은 부자를 살인자로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주변을 맴돌며 증거를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한동안 조용했던 이 도시에 다시 살인이 시작되고, 승훈은 공포에 휩싸여 불안해한다. 그러던 중, 승훈을 만나러 왔던 전처(윤세아 분)가 실종됐다며 경찰이 찾아와 살인범으로 승훈을 의심한다. 승훈은 성근 부자의 살인을 입증하기 위해 사건에 더욱 집착하게 되고, 엇갈린 진술 속에서 혼란을 겪으면서도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수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여 왔던 조진웅의 심리 연기가 극에 몰입도를 한층 더 높이는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순간 순간 그의 대사 한 마디, 응시하는 눈빛, 표정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만으로 한 장면을 완전히 장악하는 배우다.
김대명도 어딘가 비밀스럽고 음흉한 인물로서 공포스러운 연기를 선보인다. 한없이 나약해 보이지만 어떤 슬픈 감정마저도 절묘하게 담아낸다. 과연 한 사람이 모두 연기했을까 싶을 정도로 심리 변동의 폭이 큰 캐릭터를 유연하게 소화했다. 드라마 ‘미생’이나 ‘마음의 소리’ 속 코믹하고 성격 좋은 모습은 단연코 찾아볼 수 없다.
‘해빙’에는 귀신이나 뱀파이어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살인범이 누구인지 밝혀가는 과정에서, 모호함 속에 감춰진 두려움을 형상화한다. 끔찍한 의문의 살인 사건과 그 전말을 파헤치는 과정을 오싹하고도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특히 정육점 내 액션신, 범인 추격신 등 무빙 효과가 더해져 한층 더 리얼한 공포와 스릴을 경험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해빙'은 승훈이 절대악인 살인마를 찾고 추격하는 그간의 스릴러와는 다르다. 살인의 공포는 숨 쉴 틈 없는 서스펜스로 조이며, 더불어 심리스릴러의 새로운 재미를 선보인다. 제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캐릭터들의 비밀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며 퍼즐처럼 맞춰지는 사건의 실체는 미스터리 스릴러 본연의 재미에 충실한다.
3월 1일 개봉./ purplish@osen.co.kr
[사진] '해빙' 스틸이미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