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시상 실수가 또 있을까. 이름이 잘못 호명돼 무대에 올라 수상 소감을 발표한 사람이나, 자신의 수상을 알지 못하고 무대 아래서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던 사람이나 이렇거나 저렇거나 둘 다 씁쓸한 상황을 맛보게 됐다.
27일 오전 10시(한국 시각)부터 약 4시간 가량 미국 LA 돌비극장에서는 제 89회 오스카(아카데미) 시상식이 진행됐다. 당초 예상대로 남우주연상은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주인공 케이시 애플렉이 차지했으며, 여우주연상 역시 예상한 대로 ‘라라랜드’에서 호연을 펼친 엠마 스톤에게 돌아갔다.
‘문라이트’는 작품상, 각색상, 남우조연상 등 3관왕을, 그의 경쟁작으로 꼽혔던 막강한 ‘라라랜드’는 미술상, 여우주연상, 감독상, 음악상, 촬영상, 미술상 등 6관왕을 차지했다. ‘라라랜드’의 대잔치가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작품상을 ‘문라이트’에 빼앗기면서 '라라랜드' 측으로선 약간의 아쉬움은 남기게 됐다.
그러나 오늘의 핵심 문제는 누가 몇 관왕을 차지했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명예와 역사를 자랑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작품상을 잘못 호명하는 하찮은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적어도 시상 전 다시 한 번 확인을 했어야 했다. 시상식의 명예에 먹칠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 이 상황을 순조롭게 넘어설 수 있는 지혜와 역량을 갖고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
앞서 언급한대로 수상자가 적힌 카드 안의 주인공이 실제 수상자가 맞는지 다시 한 번 명확한 확인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 시상자는 자신이 받은 것을 읽었을 뿐인데 "농담이 아니다" "웃기려고 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하면서 우스운 꼴이 됐다.
주최측의 어이 없는 실수로 정상적인 시상식 아래서는 불가능한 일이 벌어졌다. ‘문라이트’나 ‘라라랜드’의 제작진에게 둘 다 얼굴을 붉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purplish@osen.co.kr
[사진] 각 영화 포스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