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더 빛날 배우들이 있어 오늘도 충무로는 든든하다. 인상적인 데뷔로 훌륭한 첫발을 내디딘 충무로의 신예들. 그냥 주목받는 스타는 없다. 지난해에는 ‘발견’이었다면, 올해에는 잠재력을 터트릴 2017년 가장 주목해야 할 배우들을 만나봤다.
지난해 배우 김태리를 빼놓고 한국 영화계를 논할 수 있을까. 박찬욱의 영화 ‘아가씨’에서 1대 1500라는 무시무시한 경쟁률을 뚫고 숙희 역을 따낸 괴물신예. 그녀에게는 얼떨떨한 합류였을지 모르겠지만, 충무로를 이끌어나갈 젊은 피를 만날 수 있어서 두고두고 고마워할 등장이다.
생애 첫 장편영화로 칸에 입성한 그녀는 그 처음을 아주 담대하게 해냈다.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쟁쟁한 선배 배우 김민희, 하정우와 함께 밟은 칸 레드카펫이었는데 신인답지 않은 적극적인 에티튜드로 주목받기도. 그 순간 느낀 것이다. 아, 충무로의 소위 ‘물건’이 나타났다고.
‘아가씨’에서의 김태리 연기는 충무로의 괴물신예라는 타이틀을 붙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숙희처럼 그녀의 연기에도 통통 튀었다. 모두의 찬사를 받으며 데뷔작이 곧 인생작이 됐다.
수상은 당연한 결과. 제25회 부일영화상 신인여자연기상, 제37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제17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신인연기상, 제8회 올해의 영화상 신인여우상 등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휩쓰는데 이견이 없었다.
다음은 김태리와 나눈 일문일답.
-담대한 성격을 타고난 건가.
▲어느 정도 타고난 면도 있는 것 같다. 타고난 성격이 많이 성장한 것 같기도 하고. 좋은 편인 것 같다. 하하.
-우연히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면서 배우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들었다. 평소 발표공포증이 있지 않나.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은 똑같은데 연기는 어떤 점이 다른가.
▲연기할 때는 내 말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미 쓰여 있는 대본을 연구하고 대본 속 감정이 어떤지 공부하긴 하지만 내가 아닌 상태의 나는 괜찮은 것 같다. 부끄러움이 많고 내 이상보다 스스로가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발표할 때 공포증이 있는 거다. 연기할 때는 괜찮은 것 같다. 그때는 내가 다른 사람보다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서 부끄러움이 많이 없었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어려운가. 혹시 지금 이 인터뷰도 긴장되는가.
▲이제 인터뷰는 긴장까지는 아니고 특별한 상황 아니면 괜찮은데 그래도 좀 걱정된다. 아직 인터뷰를 즐겁게 하지 못하는 이유가 그런 것 같다. 내가 지금의 상태에 따른 답을 하면 이건 내일도 바뀔 수 있고 일주일 뒤에도 바뀔 수 있고 10년 뒤에도 바뀔 수 있는데 텍스트로 남고 떠돌고 이게 영원히 나의 생각인 것처럼 생각되는 게 좀 부담된다.
-의도대로 전달되지 않아 해명하고 싶은 인터뷰가 있었나?
▲글쎄. 분명히 있겠지만.. 흘러가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아가씨’로 강렬한 첫 인상을 주며 찬사를 휩쓸었는데, 이는 곧 자신이 깨야하는 벽이 되지 않나. 이것에 대한 고민은 없나?
▲딱히 그런 고민을 하지는 않는다. 만약 사람들의 인식에 ‘아가씨’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면 다음번에 또 잘하면 되고 그러다보면 또 나중에 잘했단 소리를 듣지 않을까. 하하.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뭔가.
▲옛날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가 보다. 항상 이런 일의 반복이다. ‘고민하고 살아야해!’라고 마음먹고 고민이 많아지면 ‘즐겁게 살자! 그냥 편하게 살자!’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편하게 살면 ‘이것이 인간인가’ 싶어지고 다시 반복되는 것 같다.
-1년 만에 둘러싼 모든 것이 급변했다. 모든 것이 변해도 반드시 중심을 잡고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가치는 뭔가.
▲변화를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내 직업이 그런 걸 경계해야하는 것 같다. 변화하는 나를 인지하고 내가 밟고 가는 길이 어긋나진 않았는지 그런 걸 감지하는. 사실 아까 했던 말의 연장선이긴 한데, 또 그렇게 되면 인간적이지 않지 않나. 어느 한쪽의 편을 들면 또 그 반대편도 맞는 부분이 있다. 두 가지 면 사이에서 혼란스러움이 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됩니다.) / besod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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