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더 빛날 배우들이 있어 오늘도 충무로는 든든하다. 인상적인 데뷔로 훌륭한 첫발을 내디딘 충무로의 신예들. 그냥 주목받는 스타는 없다. 지난해에는 ‘발견’이었다면, 올해에는 잠재력을 터트릴 2017년 가장 주목해야 할 배우들을 만나봤다.
(인터뷰②에 이어) 고등학생 시절 김태리는 잠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즐겁게 어울릴 줄 아는 쾌활한 학생이었다. 발음에 자신이 있었던 학생 태리는 경희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지원하게 됐다.
“학창시절이요? 잠을 좋아하고 세상 물정 모르고 우물 안 개구리였죠. 조용하지는 않은데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시끄러운 아이는 또 아니었어요. 즐겁게 놀고 그랬죠. 신방과를 선택한 이유는 딱히 없었어요. 간단하게 생각했던 거죠. 방송국 아나운서처럼 말하는 거나 발음에 자신 있다고 생각해서 선택한 과였어요. 정말 별다른 생각은 없었죠.”
막상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연극부에 흥미가 생겼다고. 연기에 대한 생각이 진지해지면서 처음에 반대하던 부모님도 그녀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학과 공부는 생각보다 더 안 맞았어요. 이전에는 실기 항목도 있었다고 하는데 커리큘럼이 변화하면 사라졌다고 하더군요. 사실 제가 이론을 비우는 류의 공부에 재능이 없는 것 같아요. 제작 쪽은 이미 연극부를 들어간 다음에 배우게 돼서 이미 흥미가 저쪽으로 쏠려있었고 딱히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연기에 첫발을 내디딘 김태리는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를 통해 충무로의 고마운 샛별이 됐다. 1대 1500의 신예라는 표현은 그녀를 수식하는 가장 대표적인 수식어가 됐다. 그 수식어에 걸맞게 신인상 싹쓸이를 선보이며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하는 신예가 됐다.
“입학 후에 뭐가 되겠다는 목표 같은 건 없었죠. 연극을 하다가 직업으로 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건지 꿈을 따라서 삶을 계획하고 그런 종류의 인간은 아니었어요. 그냥 긍정적이었고 어떤 식으로 살아도 결국에는 뭔가 괜찮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최근 김태리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를 촬영 중이다. 이 작품은 일본 만화가 이라가시 다이스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김태리는 각박한 도시 생활을 접고 고향 집으로 내려가 잊고 지냈던 아픔의 기억을 깨닫고 마음을 치유해가는 ‘혜원’ 역을 맡아 힐링을 선사할 전망.
“저에게 힐링이요? 원래 잠이었는데 요즘 바뀐 것 같아요. 조금 다른 걸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려고 하거나 책을 읽는다든지 사람을 만나려고 한다거나 어떤 힘든 일이 닥치면 일생상활을 함으로써 사이클을 다시 돌리려는 노력인 거죠.”
“힐링은 이 영화가 보시는 분이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연기하는 저는 힐링 하면 안 되는 것 같고 열심히 찍겠습니다! 공감 가는 부분이 있으면 공감을 가져갔으면 좋겠고 그게 아니라면 영화를 보시는 동안 현실에 치여 살던 걸 내려놓으셨으면 좋겠어요.”
또한 민주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 영화 ‘1987’을 통해서는 또 다른 연기 변신을 선보일 전망이다. 무엇보다 그녀가 가진 에너지가 얼마나 뿜어 나올지 기대를 자아내는 중.
“아직 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완벽하게 나오지 않은 상태고 제가 아직 감독님도 한 번 만나 뵌 게 다라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제가 처음에는 정치에 잘 알지 못하고 비관적이고 그랬어요. ‘나 하나 해봤자 바뀌는 거 없다’는 생각을 했는데 요즘 촛불집회를 나가고 정치뉴스들에 관심을 가지고 분노하고 그런 동력이 뭘까 생각하게 됐죠. 그런 지점들이 좋았던 것 같아요.”
“직업적으로 이루고 싶은 단계는 들어왔고 그것의 최종형은 쭉 가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의 문제인데 그건 처음 말씀드렸던 것처럼 언제나 바뀌는 거죠. 현재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은 작은 것에 짜증내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고 슬픔이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입니다. 위트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남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 맞아요. 여유가 있고 즐거운 사람, 웃긴 사람, 남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이요.” / besod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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