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김병수(47) 감독은 프로무대서 성공할 수 있을까.
서울 이랜드 FC는 지난 1월 박건하 감독의 후임으로 김병수 감독을 선임했다. 김 감독은 3년 간 이랜드를 이끌게 됐다. 부임 후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그의 첫 프로무대 포부가 궁금했다. 27일 진행된 K리그 챌린지 미디어데이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천재’라 불린 선수는 지도자로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김 감독은 과감하게 편견을 깼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축구천재’로 불렸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이미 성인국가대표로 발탁될 만큼 천재성을 입증했다. 이회택 전 대표팀 감독은 부상 중인 그를 뽑을 정도로 재능을 인정했다. 대표팀 선배였던 황선홍 서울 감독도 “공 차는 것은 타고 났다”고 할 정도였다.
조기에 찾아온 부상이 천재의 선수경력을 가로막았다. 결국 김병수는 엄청난 재능을 살리지 못하고 일찍 현역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다. 그는 지도자로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2008년부터 영남대를 맡아 대학최강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영남대는 2016년 4관왕에 올랐다. FA컵에서 프로팀까지 잡는 영남대는 가장 만나기 껄끄러운 상대였다. 신진호, 이명주, 임채민, 김승대, 손준호 등 포항의 ‘스틸타카’ 주역들이 모두 김병수 감독 작품이다.
물론 프로와 아마는 다르다. 아마에서 날고 기던 지도자도 프로무대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 김병수 감독도 예외일 수 없다. 그는 “물론 프로니까 당장의 성적에 대한 중압감이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나를 아는 것이 먼저 아닐까. 거기서 모든 걸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통 챌린지팀을 맡은 신임감독의 목표는 당연히 ‘승격’이다. 김 감독의 시선은 조금 달랐다. 자신의 축구철학을 팀에 뿌리 내리는 것이 먼저였다. 그러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자신감이다.
구단에서도 지원을 약속했다. 비싼 선수를 다 사주겠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충분한 시간을 두고 팀을 만들어보라는 ‘인내’를 보장했다. 당장의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것. ‘김병수 축구’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있다는 소리다.
김 감독은 “한만진 대표가 ‘재창단하는 심정으로 팀을 만들어보라’고 하신 말씀이 마음을 움직였다. 당장의 성적보다 더 좋은 팀을 만들어달라 하셨다. 승격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 어린선수를 육성해 팀에 도움을 주는 것이 더 올바르다”고 강조했다. 당장의 성적을 보지 않고 팀의 체질을 서서히 바꾸겠다는 의지다. 파리 목숨에 비교되는 프로팀 감독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김병수 축구’를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다. 다만 아기자기한 패스를 기본으로 한 큰 그림은 엿볼 수 있다. 당장 되는 축구가 아니다. 오래 숙성돼야 진정한 맛이 우러나오는 와인처럼 시간이 걸린다. 그는 “내 축구를 '패스축구'라 정의할 순 없다. 팀의 스타일을 바꾸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자연스럽게 나와야 한다”고 평했다.
김병수 감독은 더 이상 ‘천재’가 아니었다. 지도자는 타고난 감각으로 성공할 수 없다. 김병수 감독의 진가는 따로 있었다. 그는 “내가 기발한 전략이나 생각으로 축구할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난 천재가 아니다. 열심히 할 뿐이다. 다만 노력은 게을리 하지 않겠다”며 공부하는 지도자를 선언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