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만 달러의 몸값. 메이저리그(MLB)에서의 화려한 경력. ‘특급’으로 기대를 모으는 한화 새 외국인 투수 알렉시 오간도(34)가 국내 팀 앞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국내 팀들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분명 ‘위협적’이라는 평가가 대세였다.
오간도는 27일 일본 오키나와현 긴스타디움에서 열린 KIA와의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당초 25일 삼성과의 경기에 선발로 출격해 4이닝 정도를 소화할 예정이었지만 연습경기 일정이 비로 두 번이나 취소되는 바람에 당초 예정보다는 늦은 이날 오키나와 캠프 마지막 경기를 소화했다. 오간도를 보기 위해 오키나와에 캠프를 차린 국내 팀 전력분석원들이 총출동하는 등 높은 관심도가 엿보였다.
결과만 놓고 보면 썩 좋지 않았다. 이인행에게 두 개의 홈런을 허용하는 등 7개의 피안타를 기록하며 3이닝 동안 4실점했다. 투구수는 57개였고 최고 구속은 149㎞였다. 이날 KIA 라인업이 주전들을 대거 뺀 어린 선수 위주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었다. 그러나 KIA 벤치 및 전력분석원들의 평가는 비교적 호의적이었다. 연습경기 3이닝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는 이르며, 결과를 떠나 구위 자체는 좋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상대 팀으로 오간도의 피칭을 본 김기태 KIA 감독은 “공이 좋더라. 팔스윙이 짧고 힘이 있다”고 경계의 시선을 보냈다. 오간도를 상대로 7개의 안타를 친 선수들의 평가도 비슷했다. 타석에 들어선 한 선수는 “빠른 공 위주로 컨디션을 조절하는 경기로 보였다. 빠른 공에 초점을 맞추고 들어갔고, 그래서 비교적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시작부터 변화구를 섞었다면 처음 보는 투수라 더 고전했을 것”이라고 총평했다.
전력분석원들의 평가는 좀 더 구체적이었다. A구단 전력분석원은 “타점이 워낙 좋다. 여기에 패스트볼에 힘이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까다롭다. KBO 리그에서 성공했던 몇몇 장신 외국인 투수들의 조건을 연상시킨다”고 평가했다. B구단 전력분석원은 “주무기인 슬라이더 외에도 패스트볼 또한 움직임이 다르다. 포심처럼 보이지만 우타자 기준 몸쪽으로 들어가는 역회전 공도 있었고, 슬라이더보다는 좀 더 짧고 빠르게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커터성 구종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간도 또한 좋은 공부를 했다. 오키나와 연습경기 8이닝에서 4실점을 한 오간도는 한국 타자들의 첫 인상에 대해 “역시 듣던 대로 빠른 공 대처 능력이 수준굽이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경기 결과에 큰 의의를 두지는 않았다. 어차피 시즌을 앞두고 몸 상태를 조율하며 이것저것을 실험해보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오간도는 이날 경기 후 싱커와 체인지업까지 던졌다고 이야기했다. 사실상 자신의 보유 구종은 모두 던져봤다는 의미다.
오간도는 이제 2차 캠프지인 미야자키로 넘어간다. 오간도는 텍사스 시절인 2011년 169이닝을 던지며 13승을 거두는 등 선발로서 활약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2014년부터는 줄곧 불펜에서 뛰었다. 선발의 감을 다시 찾는 시간이 필요하다. 외국인 선수치고는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이유다.
여기에 선발로서는 패스트볼, 슬라이더와 짝을 이룰 제3구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오간도는 선발로 활약하던 2013년에는 체인지업 비중이 14.9%(팬그래프닷컴 기준), 2014년에는 10.4%였다. 그러나 많은 구종이 필요 없는 불펜으로 뛴 지난해에는 이 비중이 2.3%까지 떨어졌고 대신 패스트볼 비중이 69.2%까지 올랐다. 스스로도 다시 달라진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위협적’이라는 평가가 경계 경보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일본)=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