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영건 우완인 한승혁(24)의 어깨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아직 연습경기임에도 벌써 최고 시속 154㎞의 강속구를 던졌다. 빨라지는 구속만큼이나 KIA의 기대감도 커진다.
한승혁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연습경기를 벌이고 있는 국내 팀들을 통틀어 가장 뜨거운 선수 중 하나다. 연일 최고 구속을 경신하며 쾌투를 벌이고 있다. 등판하는 경기에서는 모두 무실점 행진이다. 27일 긴스타디움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는 9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빠른 공과 포크볼만 던졌는데 빠른 공 최고 구속이 시속 154㎞까지 찍혔다. 이는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기록했던 자신의 최고 구속(153㎞)을 경신한 것이다. 아직 빠른 공이 눈에 익지 않은 타자들로서는 구속 자체로도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여기에 포크볼 최고 구속도 138㎞에 이르렀다. 1이닝 정도는 두 구종만으로도 타자들을 상대하기에 충분한 수준이었다.
현장에서는 농담 삼아 “구속만 놓고 보면 KBO판 오타니 쇼헤이(니혼햄)”라는 말도 나온다. 크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키나와 연습 경기 ‘구속왕’도 한승혁의 차지가 될 전망이다. 현 시점에서 최고 구속이 150㎞를 상회한 선수는 한승혁과 알렉시 오간도(한화·152㎞) 정도인데, 오간도는 선발에다 28일 미야자키로 떠난다. 반대로 전력투구를 할 수 있는 한승혁의 구속은 더 올라갈 수도 있다.
계속되는 무실점 행진에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이라는 현장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2011년 KIA의 1라운드 지명(전체 8순위)을 받은 한승혁은 2012년부터 꾸준히 1군에서 뛰며 자신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 한때 제구 등 몇몇 문제 탓에 고전하기도 했지만 지난해에는 36경기에서 3승2패1세이브9홀드 평균자책점 4.86을 기록하며 자신의 최고 시즌을 만들기도 했다.
오키나와에서의 쾌투와 정상적인 어깨는 올 시즌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김기태 KIA 감독은 연습경기 결과에 구체적인 의미를 두지는 않으면서도 “더 잘할 수 있는 투수”라며 흐뭇한 시선을 숨기지 못한다. 김 감독은 “굉장히 좋은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다. 체격은 물론 순발력, 수비, 견제 등에서 모두 수준급이다”라며 한승혁의 성장을 대견하게 바라봤다.
빠른 공 구위가 좋기 때문에 장점을 살리는 피칭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제구 문제에 대해 “선수에게는 그렇게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너무 신경을 쓰면 오히려 장점이 사라질 수도 있다. 구위가 좋기 때문에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보고 던지라고 주문한다”고 설명했다. 이것저것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의 공을 믿고 과감한 승부를 하기 바라는 것이다. 영건 파이어볼러에게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될 수도 있는데 한승혁은 오키나와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일본)=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