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일본대표팀이 굴욕의 태극기 장면을 지켜보며 우승을 다짐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일본 WBC 대표팀은 지난 27일 후쿠오카의 힐튼 후쿠오카시호크에서 열린 대회 출정식에 참가했다. 고쿠보 히로키 감독은 1000명의 팬들이 운집한 가운데 선수들과 단상에 올라 "우리팀은 대단히 젊다. 젊음과 결속력을 갖고 싸워나가겠다. 반드시 세계 일등을 차지해 팬들에게 보고하겠다"고 우승을 약속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과거 WBC에서 굴욕적인 장면 등을 정리한 '모티베이션 비디오'가 출정식의 배경으로 깔린 것이다. 선수들에게 과거의 아쉬웠던 장면을 상기시켜 강한 동기부여를 주기 위해서였다. 고쿠보 감독은 "지금 보신 비디오처럼 기쁨보다 아쉬움이 있다. 이번 대회에서 그 분함을 풀 것이라는 굳은 마음으로 (우승을) 맹세하겠다"고 말했다.
굴욕의 역사 가운데 첫 번째는 2006년 2차 리그에서 한국에게 패배한 뒤 마운드에 태극기가 걸린 내용이었다. 서재응 등이 나서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은 장면은 지금도 회자되는 장면이었다. 당시 일본은 태극기 퍼포먼스에 크게 자극받았고 결승전에서 다시 만난 한국을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아울러 2013년 푸에르토리코와의 준결승에서 더블스틸 실패로 좋은 추격 기회를 날린 장면도 있었다. '산케이스포츠'는 팬 참여 행사에 부정적인 요소를 내세운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고쿠보 감독의 요청으로 제작했다고 전했다.
지난 2015년 프리미어 12대회 준결승에서 한국에게 패해 우승에 실패했던 것도 굴욕의 한 페이지였다. 고쿠보 감독은 대표팀 사령탐으로 나선 대회에서 한국에게 고배를 들었다. 그는 "나 스스로 프리미어 패배에 대해 분한 생각이 있다. 그것이 가장 마음에 남아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당시 일본대표팀은 지난 2015년 프리미어 12 준결승전에서 8회까지 3-0으로 앞서다 9회초 4점을 내주고 역전패를 했다. 무실점으로 잘 던지던 선발 오타니 쇼헤이를 강판시킨 것이 역전패의 화근이 됐다. 고쿠보 감독은 계투실패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결국 일본 대표팀 굴욕의 역사는 곧 한국전 패배였던 셈이다. 이번 대회 2라운드 혹은 결승라운드에서 한국을 만나면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를 보인 출정식이었다. 그만큼 한국대표팀에 대한 일본의 강한 라이벌 의식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sunny@osen.co.kr
[사진(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2연패를 달성하고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