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사건으로 유명했던 지역에 들어선 신도시에서 발생한 토막살인 사건을 주제로 한 영화 ‘해빙’(감독 이수연)이 내일(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해빙’은 강남에서 병원을 운영하던 내과의사 승훈(조진웅 분)이 폐업하고 이혼한 뒤, 선배의 병원에 취직하면서 한 도시로 이사 오며 시작된다. 그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 정노인(신구 분)을 모시고 정육식당을 운영하는 성근(김대명 분)의 건물 3층 원룸에 세 들어 살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정노인이 승훈의 내과에서 수면내시경을 하던 중 수면마취 상태에서 살인을 한 듯 무의식 중에 고백을 하고, 이 말을 들은 승훈은 성근 부자를 살인범으로 의심하기 시작한다. 최근 성황리에 개최된 언론 시사와 인터뷰 이후 평단과 관객들에게 단 한순간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스릴러라는 평가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해빙’은 주인공 승훈이 왜 저렇게 살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심정을 느끼는지 관객들이 모두 알고 있는 이른바 전지적 관점에서 시작해 그를 바라본다. 셋방에서 연쇄 살인범을 잡으려는 그의 고군분투를 보여주기에 그가 어떻게 난관을 헤쳐 나가는지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
영화가 전개되면서 승훈, 성근, 정노인이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을 관객들도 고스란히 체험하게 되고 그 인물과 동일한 판단을 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적인 소재를 반영했음에도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도저히 상상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더욱 긴장하며 몰입하게 만든다. 상상력을 자극하고 의심을 품게 만드는 여러 가지 단서들이 심장을 쥐락펴락하기 때문이다.
또한 ‘해빙’은 그동안 남성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며 선 굵은 캐릭터로 사랑 받아온 조진웅을 비롯해 목소리 연기만으로도 스릴감을 주는 다양한 얼굴의 김대명, 밝은 이미지를 던지고 세상사에 찌든 캐릭터로 변신한 이청아, 수 십 년의 연기 활동을 통해 탄탄한 내공과 에너지를 가진 신구가 만나 환상적인 연기 호흡으로 리얼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신구, 조진웅, 김대명, 이청아 등 고정관념처럼 그들에게 덧씌워져 있었던 이미지를 뒤집고 역으로 활용하는 이들의 연기는 다음 상황이 어떻게 될 지 예측할 수 없고, 이들이 가진 비밀이 도대체 무엇인지 실체를 궁금하게 하면서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예상이 가능한 그간의 스릴러의 관행적 전개를 뒤엎어 버리는 충격적인 결말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결말이 남아있기 때문에 러닝타임 내내 안심할 수 없다. 3월 1일 개봉./ purplish@osen.co.kr
[사진] '해빙' 스틸이미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