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죽어야 산다” SK 뛰는 야구, 실전 점검 돌입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2.28 10: 00

SK의 최근 고질병은 기동력이었다. 기동력을 바탕으로 한 스몰볼로 리그를 평정했던 SK는 선수들의 다리가 무거워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 방에 의존하는 경향은 결국 팀 공격력의 기복으로 이어졌다.
SK는 지난해 89개의 도루를 성공하는 데 그쳤다. 이는 리그 전체 8위였다. 89번의 성공 뒤에는 60번의 실패도 있었다. 성공률은 60%가 채 안 됐다. 기동력이 떨어지니 벤치는 모험을 걸 수밖에 없었고, 이는 작전 실패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기동력은 SK가 반등하기 위한 주요 전제조건 중 하나다.
트레이 힐만 SK 신임 감독도 이 부분의 세밀함을 더하기 위해 코칭스태프와 폭넓은 의견을 나눴다. 넥센 시절 주루코치로 뚜렷한 성과를 낸 정수성 코치도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있다. 그러나 당장 가시적인 향상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20도루 이상을 보장할 수 있는 빠른 선수들이 턱없이 부족하다. 퓨처스팀(2군) 코칭스태프도 “빠른 선수가 많지 않다”는 고민을 가지고 있기는 매한가지다. 이런 팀 구조상 장기적인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코칭스태프는 조바심이나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어차피 물리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힐만 감독도 “지난 시즌을 분석해보면 우리가 기동력에 최우선 포커스를 맞출 수 있는 팀은 아니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무리하기보다는 천천히 팀 주루 플레이를 개선시켜 나가는 방향으로 뜻이 모이고 있다.
플로리다 1차 캠프에서는 주루에 대한 선수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중점을 뒀다. 정수성 코치는 “선수들의 발은 한계가 있지만 인식 자체는 많이 바꿔가는 중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라면서 “캠프 때는 바운드 공이 나올 때 전체 선수들이 뛰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SK의 주자들은 일부 선수를 제외하고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경향이 없지 않았다. 바운드 공이 나올 때 적극적으로 다음 베이스를 노리기보다는 망설이는 장면이 여럿 나왔다. 주루에 대한 ‘개념’ 자체가 부족했다는 의미다.
2차 캠프 때도 이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실험할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불가피하지만 연습경기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기로 했다. 정 코치는 “아마도 연습경기 때 베이스상에서의 주루사가 많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조금 조금씩이라도 해야 한다”이라고 미소 지었다. 그러나 실패에서 뭔가의 교훈을 깨닫고, 다음 플레이의 ‘생각’에 반영될 수 있다면 점진적 발전에 도움이 된다. 발을 빠르게 만들기는 어려운 만큼 생각이라도 빠르고 현명해져야 한다.
주루 파트를 책임지는 정 코치도 힐만 감독과 끊임없는 대화를 나누며 팀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연습경기별로 시도할 주루 플레이에 대해서는 이미 감독과 상당 부분 이야기가 끝난 상황이다. 힐만 감독도 정 코치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필요한 부분은 수용하는 스타일이라 새로운 전략에 기대가 모인다.
정 코치는 “있는 자원으로 할 수밖에 없다. 선수들의 기동력이 떨어지기에 (넥센 시절보다는) 조금 보수적인 베이스러닝을 생각 중이지만, 선수들이 느끼면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은 코칭스태프와 팬들을 허탈하게 하는 플레이가 자주 나올 수도 있겠으나 이제는 인내와의 싸움이 될 것 같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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