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담이 만난 스타②] '싱글' 공효진 "반전 빨리 알아채면 의심 많은 사람~"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7.03.01 09: 10

 (아이템①에 이어) 영화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는 ‘스포일러’(예비 관객에 내용을 미리 알리는 행위) 전쟁을 치르고 있다. 각각의 관객이 영화를 관람하기 전까지는 내용과 관련해 비밀을 지켜줘야 한다는 ‘에티켓’이 공공연하게 있는 바. 특히나 ‘싱글라이더’ 같이 결정적인 반전은 더욱 그렇다.
배우 공효진에게는 연이어 두 편의 영화가 ‘스포전쟁’이다. 지난해 절절한 모성애를 그려낸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 역시 충격적 비밀이 담겨 있었다.
“요즘 ‘스포 밟는다’는 말을 쓰죠? 이 영화는 안 지켜주더라고요. 여기는 스포전쟁이에요. ‘미씽’ 때는 관객의 의리가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걱정할 필요가 없었는데 ‘싱글라이더’는 난리인 것 같아요. 스포 밟았다고 화내는 분도 많다더군요. 포털사이트 검색어에도 ‘싱글라이더 스포’, ‘싱글라이더 반전’ 이런 게 1등 연관검색어더라고요. 그것 말고도 ‘○○’도 있어요. 우리 영화 감성 멜로인데….”

“반전이요? 저도 몰랐어요. 활자로만 보면 잘 모르겠더라고요. 대부분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알아채는 즈음에 알게 됐어요.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는 모르고 쭉 읽었다가 다시 돌아와서 또 봤죠.”
사실 ‘싱글라이더’는 반전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것이 최대 재미인 영화는 아니다. 인물의 감정선에 따라 몰입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된다. 반전이 화두에 오르긴 했지만 스펙터클한 전개를 노리는 영화와는 달리 호흡이 차분하고 중간 중간 시드니 전경을 바라보며 호흡을 고르는 쉼표가 있다. 그 쉼표마저도 진한 여운이 된다.
“스포를 알고 보신 분과 모르고 보신 분은 완전 다를 거예요. 알고 보면 감추려고 하는 부분을 찾아내려고 하죠. 저는 영화를 보고 빨리 비밀을 알게 되는 사람은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본인이 인정해야 합니다. 의심이 많다고요. 하하. 반면 영화가 알려줄 때까지 알게 되면 의심이 많이 없는 사람인 거죠.”
“빨리 눈치를 채신다면 이런 장점이 있을 것 같아요. 재훈의 감정을 처음부터 느끼고 갈 수 있을 거예요. 어떻게 보면 재훈의 행동이 답답해보일 수도 있어요. 그가 입고 있는 정장처럼 말이죠. 그런 재훈이 처음부터 공감될 것 같아요. ‘처음부터 여기서 알 수밖에 없어’ 이런 파가 있었고 ‘아니야, 몰라, 끝까지 교묘하게 숨겨주자’는 파가 있었어요. 모든 내용을 알고 봤을 때나 또는 눈치를 빨리 챘을 때 또 다른 감정선으로 볼 수 있도록 병헌 선배님이 디테일하게 쌓아 가신 부분이 있죠. 그래서 항상 고민하셨던 것 같아요. 제 판단으로는 어렵더라고요. 그러면서 점점점 확실해졌다. 배우로서 재훈을 연기하기가 되게 어렵겠다고요. 완벽하게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배우로서 감정을 연기해야할 때 어디론가 치우칠 수 없는 게 말이죠.”
결국 ‘싱글라이더’에서는 곧 캐릭터가 느낀 감정에 빠져드는 것이 곧 주가 되는 것이다. 이는 이병헌, 공효진과 같은 명품배우들의 호흡이 더해지면서 빛을 발한 부분. 시나리오 자체도 배우들이 입모아 “완벽했다”고 말할 만큼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감성이 스크린을 타고 느껴진다.
“영화를 모두가 공감할 순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싱글라이더’에서는 캐릭터가 느낀 감정이 이 영화의 주죠. 돈을 벌어야 하고 가정을 돌봐야하는 기러기 아빠가 느끼는 감정은 나 혼자 다 짊어진 것 같고 소외감이겠죠? 나이에 상관없이 가장이 느끼는 쓸쓸함이요. 그래서 저는 30대부터 50대 남성분들이 공감할 영화라고 생각해요. 너무 힘들 때 비극을 생각하면서 불쌍하게 그 감정을 해소할 때도 있잖아요? 보통 화려한 액션이 펼쳐지는 복수로서 판타지를 채워주는 게 아니라 판타지적 비극이 이 영화로 얻어갈 수 있는 부분이지 않을까요.” / besodam@osen.co.kr
[사진] 올댓시네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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