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우리는 ‘추블리’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KBS 2TV ‘김과장’ 김원해가 이 시대 ‘기러기 아빠’의 슬픈 자화상을 담아낸, 추블리표 ‘단짠 기러기 어록’으로 안방극장에 무한 공감을 선사하고 있다.
김원해는 KBS 2TV 수목드라마 ‘김과장’(극본 박재범 연출 이재훈, 최윤석/제작 로고스필름)에서 아내와 딸을 멀리 보낸 기러기 아빠이자 TQ그룹 경리부 부장 추남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수염이 까칠하고 옷매무새까지 챙기기 힘들어 항상 추레한 몰골, 여기에 실제인지 연기인지 구분하기 힘든 리얼리티 200% 실감나는 생활 연기로 무결점 연기 내공을 증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원해는 기러기 아빠인 평범한 회사원으로서의 명과 암을 고스란히 담아낸, 현실감 돋는 대사들을 쏟아내면서 가슴 울컥한 눈물과 뭉근한 감동, 웃음 폭탄까지 한꺼번에 안겨주고 있다. 명문대를 나와 한때는 잘나가는 사원이었지만, 기러기 아빠로 사느라 이제는 자리 사수가 인생의 가장 큰 목표가 돼버린 추남호의 ‘웃픈 현실’이 ‘김원해표 화법’과 만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 이와 관련 먹고 살기에 급급해 사명감 따위는 잊어버리고 살 수 밖에 없던, 그러나 특유의 유머러스한 웃음을 안기는 ‘오토리버스(auto-reverse)’ 유발, 김원해표 ‘단짠기러기 어록’을 정리해봤다.
◆ ‘단짠 기러기 어록 #PART1’ - 가슴 먹먹한, 뭉근한 울림!
‘기러기 아빠’, 난 가장! ‘열정과 자존심’은 묻어둔지 오래다!
-해야지. 그래야 우리가 다 안 까지지. 나도 매일 울컥하는데.. 어쩌겠냐, 우리 다 먹고 살아야지. 조금만 참자. 조금만.. 응? (2회, 김성룡(남궁민)의 출근 첫날, 전지 브리핑하는 것 좀 하지 말라고 성토하는 윤하경(남상미)을 설득하며)
-김과장.. 병 있어? 조울증이나, 분노조절장애 그런 거? 김과장 짤리는 게 끝이 아니야!! 나까지 댕강이라고, 댕강! 재활용조차 안 되는 쓰레기라는 거, 우린 몰라? 다 알아! 그냥 이런 놈들은 외워야 돼! 그래야 우리가 사니까!(4회, 김성룡이 회장 아들 박명석(동하)의 팔을 비틀어버리는 대사건을 만들자 화가 나서)
-뭔가 잘못된 걸 안다고 치자. 우리가 뭘 할 수 있겠니? 회사 저~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우리랑 딴 세상 얘기야. 말단 중에 말단인 우리 부서는 그냥 따까리라고. 오리가 꽥꽥거리는 소리는, 절대 메아리가 치지 않는 댄다. 아무리 커도.(4회, 윤하경이 회사가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자 윤하경을 설득시키며)
-뭘 또 더 보내? 아니 학비에 월세도 벅찬데, 뭔 강습비용까지.. 알았어.. 방학 때 며칠이라도 들어왔다 나가지? 지희한테 아빠한테 전화 좀 하라 그래. 한 번을 안 해. 사랑해~! 왜 화를 내구 그래? 끊어. 또 적자구만. 어떻게 또 메꾸냐.(5회, 내복차림으로 가스레인지 팬 아래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아내와 전화 통화하는 중에)
-죄송합니다.. 저희 잘못입니다... 다시 올리겠....(8회, 잠을 자는 와중 내뱉는 잠꼬대에서도 잘못했다고 비는 추남호)
-나, 적어도 앞으로 6-7년은 더 버텨야 해. 하나 있는 딸래미. 대학은 끝내줘야 된다고. 자꾸 없는 일도 있게, 작은 일도 크게 만들지 말자고! 부탁이다!(9회, 회생안을 덜컥 맡은 김성룡에게 자신의 처지를 고백하며)
-나도 후달려 나도. 기러기 아빠 뭐 회사 잘리면 끝이지. 진짜로 왜 하려고 그러는지 알아? 뭐 대표이사가 시켜서? 웃기지 말라고 그래. 나도 배 째라고 못한다고 나자빠지면 그만이야. 그러면 서 이사 저 새파란 놈한테 그런 그지 같은 잔소리 안 들어도 되고. 그러니까 진짜로 왜 그러는지 알아? 진짜 폼 나는 일 하는 거 같아서 그래.(10회, ‘회생안 프로젝트’ 실패하면 경리부가 해체된다는 협박에 두려워하는 경리부원들에게 추남호가 자신의 속내를 밝히며)
-나는 접어두다 못해 꾸깃꾸깃 구겨서 처박아놔서 이거 어딨는지 찾지도 못해. 근데 나도 한때 있잖아. 여기 A4용지처럼 스치면 손끝 베일만큼 날카롭고 빳빳하던 시절 있었어. 근데 이게 어느 한 순간 무뎌지고 구겨지고 한 조각 한 조각 떨어져 나가더라. 결혼할 때 한 번. 애 낳고 나서 아빠 되니까 또 한 번. 집 사고 나서 또 한 번. 그리고 애 대학갈 때쯤 돼서 이렇게 들여다보니까 이게 다 녹아서 없어졌더라구. 이 일 잘 끝나고 나면 나도 얼추 찾아질 것 같다. 우리 구겨진 자존심, 폼나게 다림질 한번 해보자!(10회, 추남호가 어느 샌가 잊고 살았던 자신의 자존심, 자긍심, 자존감에 대해 설명하며)
◆ ‘단짠 기러기 어록 #PART2’ -특유의 유머러스한 농담과 화법
‘추블리 추남호’, 그래도 나는 웃는다!
-어디서 이런 개뼈다구 같은 걸, 아 그런 의미라 아니라~ 아니 어떻게 이런 개뼈다구처럼 튼튼하고 강인한 인재를 뽑으셨나 해서...(2회, 김성룡을 뽑았다고 설명하는 고만근(정석용)본부장에게 은근슬쩍 빗대어서)
-미숙하면 관둬야지 뭐. 힘들면 관둬야지 뭐.(2회, 첫 출근한 김성룡이 미숙한 점이 있으면 얘기해 달라, 인원이 이거 밖에 없냐고 얘기하자 못마땅하게 받아치며)
-친구? 빌게이츠가 대출받는 소리 하고 있네. 친구 땜에 무단 조퇴를 해? 그것도 오늘 같은 비상시국에? 이런 판타지 개념을 봤나?!(4회, 김성룡이 경찰에 잡혀가는 것을 보고 친구 때문이라고 둘러댄 윤하경의 답변에 속사정을 모르고 흥분하는 추남호)
-입사 이후에 이렇게 다이내믹하고 아크로바틱한 하루는 처음이다. 김과장 짤릴 위기에 처해~ 이과장 제수씨 봉변당해~! 와~ 무슨 올림픽 개막식 같아.(5회, 김성룡으로 인해 다양한 사건사고가 생기자 이에 대해 설명하며)
-불난 집에 신나를 디리 부으러 오셨구만. (6회, 김성룡이 잡혀가자 경리부에 잔소리하러 온 회계부 이강식(김민상) 부장에게)
-내가 뭐 부장자리를 고스톱 쳐서 땄겠어?(6회, 김성룡이 친구가 노조위원장이라며 검은 돈 받은 것을 회사로 귀속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구하자, 이를 가르쳐주면서 허세를 부리며)
-에헤이~ 이런 분위기 경기도 용인할 수 없어! 계속 이러구들 있으면 나 경기도 성남! 내가 쏠 테니까 경상남도 사천짜장이나 먹으러 갈까?(7회, 김성룡이 경찰서에 잡혀간 후 경리부원들이 기운 없어 하는 것을 보고 개그를 던지며)
-오늘도 목소리에 기름 드럽게 많이 꼈구나. 뭐야, 지시가? 우리 업무하는 거 방해할라 그러지? 회생안 만들 시간 없게? 저, 저 개기름 보이스 새끼.(9회, 회생안 프로젝트 못하게 하려고 전 부서별 지출정리 시작하라고 전하는 회계부 직원에게)
-너 오고 나서..하여튼 바람 잘 날이 없어, 바람 잘 날이! 에브리데이 쓰나미, 에브리모닝 허리케인이야!(9회, 회생안 맡은 김성룡과 술 한 잔을 걸치며 매일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빗대서)
-아 증말 무릎으로 까고 싶다, 내 자신을.(9회, ‘회생안 프로젝트’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는 이재준(김강현)에게 윤하경이 모두 다 무릅쓰고 하고 있다고 하자, 이를 추남호가 아재개그로 받아치며)
-기다려 보자. 김과장 때문에 노화가 촉진됐어...아이씨.(10회, 미션을 완수해야 하는 김성룡이 사무실로 복귀하지 않자 초조하게 기다리면서)
-아 정말 생색의 달인이야 아주. 재수가 참 없어!(10회, 서로 고생했다며 회식하는 중 김성룡이 자기가 고생 많이 했다고 들먹거리자)
제작사 로고스필름 측은 “김원해는 인생의 연륜과 관록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연기로 우리 시대 기러기 아빠로서의 팍팍한 삶을 가감 없이 그려내며 극찬을 얻고 있다”며 “사이다 ‘김과장’ 속에서 의미심장한 대사로 감동과 웃음을 전하고 있는 김원해에게 뜨거운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10회분에서는 김성룡(남궁민)이 ‘회생안’ 중간보고에서 처참하게 실패하면서 ‘경리부 해체’라는 최악의 위기를 맞는 모습이 담겼다. 과연 경리부는 이대로 공중분해 될 것인지, 김성룡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김과장’ 11회는 오는 3월 1일(수)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로고스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