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은 캠프 초청 선수이지만 대우는 25인 로스터의 주전과 같다.
시범경기 초반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는 박병호(31)가 주전 선수 대우를 받고 있다. 박병호는 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 샬럿에서 열리는 탬파베이와의 시범경기(원정)에 동행하지 않는다. 포트 마이어스의 캠프지에 남아서 팀 훈련을 소화하고 일찍 귀가한다.
박병호는 시범경기 개막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올해 내 처지가 지난 해와는 달라서 주로 원정 경기에 많이 나올 것 같아요. 메이저리그 주전은 주로 홈경기에 뛰고, 백업들이 원정을 준비해요." 지난 해 빅리그 25인 로스터였지만, 올해는 초청 선수로 캠프에 참가 중인 것을 두고 한 말이다.
플로리다주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메이저리그 15개 팀들은 서로 캠프지를 방문해 홈,원정 경기를 치른다. 그런데 거리가 상당하다. 멀게는 이동하는데 3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포트 마이어스의 미네소타와 주피터의 세인트루이스(또는 마이애미) 캠프지는 230km, 이동하는 데 버스로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먼 원정경기를 떠날 때는 오전 일찍 서둘러야 한다. 빨리는 아침 7시반에 캠프지 홈구장에서 원정지로 떠난다. 미네소타는 200km 가까이 되는 필라델피아, 워싱턴, 마이애미 원정을 떠날 때는 아침 7시30분에 버스로 출발한다.
이럴 때 베테랑 주전 선수들은 힘든 원정 경기에 아예 동행하지 않고 캠프에 남겨둔다. 오전에 잠깐 팀 훈련을 하고, 알아서 체력 관리를 하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시범경기에서 홈경기는 주전, 고달픈 원정에는 백업들이 주로 출전한다.
28일 볼티모어로 원정을 온 뉴욕 양키스는 대부분 백업 선수들이었다. 양키스의 탬파 캠프에서 볼티모어의 사라소타 캠프는 약 1시간 반 거리다.
메이저리그의 스프링캠프 초반 인원은 60명이 넘는다. 미네소타는 40인 로스터에다 초청 선수 22명으로 62명이나 된다. 디트로이트는 63명(초청 선수 24명)이다. 볼티모어는 55명으로 조금 적은 편이다.
어차피 주전과 백업, 초청 선수들이 번갈아 경기에 출장하려면 분배를 해야 한다. 주전과 초청 선수는 출전 기회는 비슷하게 받는다. 자연스레 주전 선수들은 홈경기 1~5회만 뛰고, 백업 선수들은 홈 경기 6~9회나 원정 경기에 나서게 된다.
간혹 주전들이 원정경기에도 뛰는 경우가 있다. 2가지 조건이 맞을 때다. 첫째는 전날 경기에 출장하지 않았고, 둘째는 원정 경기가 가까운 거리에서 열리는 것이다. 볼티모어(사라소타)와 피츠버그(브래든턴)은 20분 거리다. 미네소타와 보스턴의 캠프지는 같은 포트 마이어스에 있고, 차로 10분이면 간다.
다시 박병호 얘기. 28일 경기가 끝난 후 미네소타는 1일 탬파베이전 원정 경기에 출장할 선수 명단을 발표했고, 박병호는 원정 명단에서 빠졌다. 미네소타 캠프에서 탬파베이 캠프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전날 2호 홈런을 친 박병호는 원정을 가지 않고 홈에 남아 조 마우어 등과 훈련을 한다. 일반적이라면 초청 선수인 박병호는 원정을 갈 처지다. 앞서 하루 쉬고 1경기만 뛰고 또 쉬는 것은 나름 인정받은 것이다.
사실 박병호는 지난 25일 시범경기 개막전 선발 출장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일어나서 야구장으로 나오며 OSEN 기사를 보고 선발로 출장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초청 선수로는 유일하게 선발 출장이었다. 폴 몰리터 감독은 훈련 도중 틈틈이 박병호에게 이야기를 건네기도 했다.
다음날 가까운 거리의 보스턴 원정에서 홈런을 치자, 2경기 연속 선발 출장 다음 날인 27일에는 하루 쉬었다. 28일 홈경기에서 다시 2호 홈런을 터뜨렸고, 1일 1시간 거리의 탬파베이 원정경기에 열외 혜택을 받았다.
한편 박병호는 시범경기 3경기에서 타율 0.571, 7타수 4안타(2홈런) 4타점으로 맹활약 중이다. 무엇보다 안타가 모두 93마일 이상의 빠른 직구를 때려냈다. 특히 28일 2호 홈런은 지난해 취약점이었던 96마일(154km)의 몸쪽 직구를 받아쳐 더욱 인상적이었다. /orange@osen.co.kr
[사진] 포트 마이어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